결혼하기 전엔 혼자 있고 싶어 하면서도 혼자 잘 있지 못하는 류의 사람이라, 외로움이란 단어를 곧잘 생각했던 것 같은데, 결혼하고 아이가 생기고, 외로움이란 단어가 떠오를 만큼의 사무친 기억이 없네요.
특히, 가을에는요.
저는 저의 몸상태에 따라 감정이 자주 바뀌는 변감동물(?ㅋㅋㅋ 이렇게 표현해도 되나요? 변온동물처럼 수시로 바뀌는 사람?)이라 생리 전이나 몸살 기운에 몸이 안 좋거나 배가 고프거나 하면 정말 예민해지거든요. 그런데 최근엔 계절이 바뀌어서, 내 기분이 이렇다, 이런 적이 별로 없는 것 같아요.
계절이 바뀌면 옷을 바꿔 넣어야 하고, 애들 독감을 맞춰야 하고, 일교차에 대비해야 하고.. 이제는 계절이 바뀐다는 것에 뭔가를 해야 한다는 의무감만 남은 거 같아요. 특히 요즘 같은 코로나 시국엔 더욱 계절을 느끼기가 힘들고요. 이렇게 말하고 나니 너무 감성이 말라버린 것 같아서 어쩐지 좀 슬프네요.
혼자 있는 시간을 잘 보낼 줄 알아야 한다, 고독을 즐길 줄 알아야 한다, 이런 말들 많이 하잖아요. 혼자 있는 시간에 자신을 대면하고, 자신과의 대화를 많이 나눠야 한다고. 사실 그런 시간을 가장 갖기 힘든 사람들이 지금의 우리들같고요. 그런 시간이 존재해야 외롭고 말고도 느껴질텐데 말이죠.
저는 혼자 있는 시간은 별로 없지만, 어쨌든 쥐어짜서 생기는 시간에 지속적으로 글을 쓰고 있어서 요즘 글쓰기로 인해 자신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많아졌어요. 너무 여과 없이 써서 주변 사람들은 내 글을 안 봤음 하는 게 단점이지만요^^;;;(안 그래도 묻고 싶었어요. 책을 출간할 때, 특히 사적인 얘기가 들어가면 주변 사람들에게 먼저 양해를 구하시는지. 세상에 나오기 전에 먼저 삭제되는 글들이 많은지.. 뭐 그런 것들.) 글쓰기 덕분인지 요즘 감정이 좀 안정되었단 느낌이 들어요.
계절을 탄다, 가을이 와서 외롭다,라고 하는 건 감정이 요동치는 거잖아요? 안정감, 제가 가을이 와도 별 느낌이 없는 건, 안정감 때문인가, 사실 가을을 탄다, 라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도 잘 생각나지 않아요. 허허허
가을이 외로워지는 건 찬바람의 영향이 큰데저는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고 손발이 차가워지기 시작하니 이제 난방을 시작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드니 원.
안정감이라 쓰고 보니 이렇게 가을의 외로움에 대해 별로 생각이 안나는 것은, 저에게 밀착되어 있는 아이들이 가장 큰 것 같네요. 학교도 주1회,2회 가고 학교 안가는 날엔,애들과 떨어져 있는 시간이 태권도 가는 1시간 반 정도밖에 없거든요. 아직 둘째는 틈만 나면 안기고 뽀뽀하고. 그래서 외로움을 느낄 새가 없다는 게 더 맞겠다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