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 홀리 네임 대성당에서
낯선 도시를 여행하다 보면 끊임없는 경적 소리, 웃음소리, 타국의 낯선 냄새가 나를 어지럽힌다. 관광 명소로 향하는 길에서는 구글 지도를 확인하며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걸음에 신경을 곤두세우느라 정신없는 순간이 찾아온다. 그럴 때, 내향적인 성격과 지친 체력이 맞물려 마음이 한껏 무거워지면 나는 늘 찾는 곳이 있다. 바로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한낮에도 모든 소음을 등질 수 있는 곳, 성당이다.
어느 도시에서든 하나쯤 있는 성당에 들어서면 마치 다른 세계에 온 듯, 한순간에 모든 소리가 사라진다. 문 앞에 서서 제일 앞에 걸려있는 십자가를 바라보면 ‘나’와 ‘신’만이 존재하는 듯한 평온함과 경외감이 차오르기까지 한다. 적당한 자리에 앉아 손을 자연스레 모으고 눈을 감으면, 복잡했던 생각들이 희미해진다. 그러다 보면 감사와 회개의 기도가 반복된다. 아무 탈 없이 이곳에 도달한 것, 좋은 사람들과 맛있는 음식을 나누고 아름다운 풍경과 선율을 즐길 수 있었던 것, 그리고 일상에서 벗어나 잠시나마 여유를 누릴 수 있었던 시간들에 대한 감사. 그렇게 한참을 기도를 드리다가 문득 찾아오는 죄책감에 고개를 숙인다. 남을 비난했던 부끄러움, 필요할 때만 신을 찾았다는 두려움, 소중한 이들의 희생을 잊었던 미안함까지. 두서없는 기도가 머릿속을 어지럽히지만, 결국 다시 삶의 방향을 찾고자 하는 마음으로 기도는 마무리된다.
'한낮의 고요함'은 마치 시간이 잠시 멈춘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나’를 제외한 모든 것이 멈춰졌다는 생각은 무척 흥분되는 일이다. 이 고요한 순간은 마음을 다잡기에 적합하고, 타인에게 행운을 빌기에 충분하며, 용기내기에 최적화된 시간이다. 나는 이 같은 고요함을 깊이 좋아한다. 들어왔을 때와는 다른 출구를 찾아 공간의 이동을 느끼며, 그렇게 나는 다시 일상으로 발걸음을 내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