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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인조 Oct 08. 2021

생로병사(生老病死)와 마지막 의(衣)·식(式)·주(住)

색다른 의·식·주 이야기-프롤로그

2002년 10월 29일 첫 방송을 시작으로 20년 가까이 방송을 이어가고 있는 KBS TV 프로그램 <생로병사의 비밀>은 많은 사람이 즐겨보는 프로그램입니다.

건강하고 즐겁게 오래 사는데 알아야 할 여러 정보를 쉽고 구체적으로 설명해주는 장점에 남녀노소 누구에게라도 유익한 방송입니다.


저도 종종 시청했는데, 의학을 비롯한 각 분야 전문가들의 친절한 설명과 사례 인터뷰 내용이 실제적이라 집중해서 보곤 했습니다. 

건강에 대한 바른 지식과 실천을 위한 결심을 할 수 있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생로병사(生老病死)란, 사람이 반드시 겪게 되는 태어나고, 늙고, 병들고, 죽음에 이르는 삶의 핵심적인 네 가지 과정을 말합니다. 

(그림-수의, 국립민속박물관)

시시각각 변하는 삶의 환경 속에서 이것만큼 인간을 이해하는 데 있어 필수 항목도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또한 보다 나은 삶을 위한 여정에 있어서 꼭 묻고 답을 찾아야 할 중요한 주제라 싶습니다. 


여기서 주목하게 되는 것 하나가 바로 ‘죽음’(死)입니다. 


많은 경우 죽음의 순간은 짧고, 삶의 시간은 길어서 사람들의 관심이 적고 또 평소에 비중 있게 다루기에는 부담스러운 주제입니다. 

하지만 누구라도 분명히 겪게 될 삶의 한 과정이 죽음이므로 익숙해지고 잘 다룰 필요가 있습니다.




생로병사를 구성하는 일상은 의(衣), 식(食), 주(住)로 풀어낼 수 있습니다. 매일의 삶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것이 옷을 입고, 음식을 먹고, 잠을 자는 것인데, 이것들은 생명유지를 위해 필수적입니다.


의식주의 경험은 개인의 삶을 구성하고, 그러한 개인의 경험이 모여 사회적인 경향을 형성합니다. 그리고 그것은 또다시 개인의 삶에 영향을 미칩니다. 이 과정에서 그가 속한 사회의 가치와 태도 그리고 문화가 반영됩니다.


여기서 삶의 핵심 키워드 중의 하나인 죽음이라는 열쇠로 삶의 문을 열어보면 무엇을 볼 수 있을까요? 즉 삶의 마지막 의, 식, 주로써 말입니다. 

좀 낯설지요. 물론 익숙하지 않을 수 있지만, 죽음의 측면에서 의, 식, 주를 살펴보면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됩니다(여기서 ‘식’은 ‘식’(食)을 포함한 의식을 가리키는 ‘식’(式)입니다). 

(그림-장례식)

삶을 보는 새로운 관점이 생깁니다. 지금을 보다 선명하게 보게 되고 그리고 좀 더 성숙한 삶을 위한 안목을 얻게 됩니다. 그래서 이것이야말로 인생에서 한 번쯤 잠시 멈춰 서서 살펴보아야 할 주제이며 과제입니다.     


삶의 마지막에 입는 옷인 ‘수의’(壽衣). 

이 옷에는 주머니가 없습니다. 그리고 스스로는 입을 수 없는 옷입니다. 스스로의 노력에 의해 더 많은 것을 얻으려고 바쁘게 살아가는 인생에서 정말 이루어야 할 것이 무엇(What)인지 생각하게 합니다. 


또 삶의 마지막 의식인 ‘장례식’(葬禮式)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가족 구성과 가족 간의 관계의 변화가 영향을 미쳤습니다. 나의 마지막 의식인 장례식에서 내가 어떻게 기억될지를 생각해보면, 지금 여기서 어떻게(How) 살아야 할지를 숙고하게 됩니다. 


그리고 삶의 마지막 집인 ‘묘지’(墓地)가 있습니다. 

누구나 머물게 될 곳이지요. 태어남과 죽음, 삶의 시작과 끝에서 인생의 이유(Why)와 가치를 성찰하는 기회와 만납니다.


이러한 삶의 마지막 의·식·주는 개인만 아니라 사회를 이해하는데도 정말 중요합니다. 

화장(火葬) 문화의 확산, 병원 장례식장과 상조회사의 활성화, 1인 가구의 증가와 고령사회의 도래, 의료기술의 발달과 생명연장 그리고 자연친화적인 장지의 선호라는 현대의 삶의 방식을 읽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죽음의 측면에서 삶을 들여다보면, 외적으로 나타나지 않던 삶의 모습이 보다 선명하게 드러나 개인과 사회의 의식과 태도를 성찰적으로 돌아볼 뿐만 아니라 미래의 삶을 예측할 수 있는 전망을 얻게 됩니다.     




사실 죽음은 일상에서 흔히 접하는 익숙한 일입니다. 또한 예측하지 못했던 대형사건과 사고, 예상하지 못한 코로나19와 같은 위기상황은 피해 당사자만이 아니라, 전 세계를 두려움과 혼란으로 몰아넣었습니다. 이런 위기상황이 사회 곳곳에서 빈번해지는 상황입니다. 

(그림-묘지)

대한민국에서 2025년이 되면 ‘메가데스’(Mega-Death)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합니다. 이것은 일정기간 사망인구가 급격히 증가하는 것을 가리키는데, 베이비붐 세대 사망이 집중되는 시기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여전히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불필요한 일, 굳이 하지 않아도 될 일로 생각합니다. 나와 상관없는 일처럼 말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죽음이라는 주제를 어렵고 껄끄러운 문제로 덮어둘 것이 아니라, 일상에서 여러 사람과 함께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합니다. 

다양한 접근을 통해 자연스럽게 이야기할 수 있는 담론의 주제가 되어야 합니다. 또 연령에 맞는 체계적이고 효율적이며 실천적인 내용으로 죽음에 대한 이해와 교육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래야 바로 앞에 다가와 있는, 언제 만날지 모를 죽음의 문제에 적절히 대처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자신과 타인을 보다 깊이 심층적으로 이해하는 기회를 얻을 수 있습니다. 즉 삶과 시대를 보는 안목을 가지게 됩니다. 


이 책을 통해 그런 경험을 해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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