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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뜬구름 Oct 03. 2018

캐나다 이민생활<43>

각국 레스토랑 서비스 비교

한인들이 즐겨 먹는 베이징 덕. 바깥 부분은 밀병으로 싸 먹고 속살은 따로 볶아 상추에 싸 먹는 즐거움이 있다.


밴쿠버에는 여러 민족이 살다 보니 자연스럽게 식당도 그 민족에 맞는 음식문화와 서비스가 자리를 잡고 있다. 한인들이 찾는 음식점은 한식당이 주류고 베트남 식당, 한인이 운영하는 일식당과 한국식 중식당, 중국인이 운영하는 중식당, 거기다가 간혹 양식당도 곁다리로 한자리 차지한다.


각 식당별 음식만큼 웨이트리스의 서비스질도 천양지차다. 우선 한식당. 한식당은 외국인이 한국음식을 만들 고 운영하기엔 어려워 거의 한인이 주인이다. 따라서 웨이트리스도 대부분 한인이다. 음식 가짓수가 많고 뜨겁고 무거운 그릇을 들고 옮겨야 하기 때문에 세심한 주의가 요구되는 만큼 어린 학생보다는 인생 경험이 조금 있는 아주머니들이 주로 맡는다.  그리고 울분에 차있는 일부 교민들을 상대하기엔 20대 이하의 미혼여성은 역부족이다.


나이가 받쳐준 만큼 그들의 서비스질은 덤덤하다고나 할까. 적극적이지 못하다. 손님이 원하면 반응하는 정도. 그리고 주인이 인건비 아낀다고 적정인원을 쓰지 않아 항상 바쁜 탓에 손님의 응대엔 소홀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리고 특이하게 한식은 공짜인 밑반찬이 무한정 리필되니  이것도 손이 많이 간다. 일부 중국인이 많이 가는 한식당엔 남은 밑반찬을 싸가는 경향이 있어서 항상 조금씩 담아주기 때문에 밥 한 그릇 먹을 때까지 몇 번씩 불러된다. 


최근 우리 가게 인근에 개업한 한국식 불고기집은 위치 선정이 좋아서 항상 손님으로 붐비는 곳 이긴 한데 주방 찬모가 너무 손이 작아서 한인들에겐 불만이 터져 나온다. 일단 무엇을 시키든지 간에 깍두기가 나오는데 좁쌀 크기 7개가 전부다. 젓가락질이 서툴면 절대 집을 수 없는 사이즈다. 남자들은 주메뉴가 나오기 전에 소주 한잔을  마시는데 안주로 먹기엔 상대방 눈치가 보여서 젓가락을 깍두기 국물에 살짝 적셔 입에 찍는 것으로 안주를 마감한다. 메인 요리도 양이 너무 적다. 한인이 적다면 덩치 큰 외국인에겐 어떨까. 리뷰를 보면 주로 양에 대한 불만이 주를 이룬다. 이를 때 웨이트레스의 발에 불난다. 같은 한인이라고 우린 조금 후순위고 서양사람이 우선이다. 그러다 결국 주인이 큰 그릇에 무슨 큰 인심 쓰듯이 던져주고 간다.


서양사람이 주로오는 한식당의 웨이트리스는 발품판만큼 팁을 많이 주니깐 큰 불만은 없을 것이다. 대신 조금이라도 소홀히 대했다가는 리뷰는 물론이고 팁도 메 물차다. 그들의 잣대는 엉성하지 않은 것 같다. 면전에서 말하지 않지만 어떤 식으로든지 꼭 대가를 치르게 한다. 그만큼 종업원들의 긴장도는 높을 것이다.


식당 웨이트리스 일은 이민 온 지 최소한 5년 이상되고 좀 내려놓은 사람에게는 덜 피곤한데 금방 이민 와서 경험 삼아하는 이에겐 육체적, 정신적으로 힘들다. 주인이 채용할 때 훑어보지만 그걸 속이고 채용된다 하더라도 금방 덜통난다. 굉장히 디테일하게 뭔가 요구하는 손님을 응대하기도 버겁고 그걸 정신적으로 커버하기도 힘들다는 게 얼굴에 드러난다. 이런 케이스는 일주일을 넘기기 어렵다. 이런 사람도 몇 년이 지나고 나면 안면근육이 두꺼워지고 요령이 생긴다. 


베트남 식당. 여러 민족이 한다. 동남아시아 민족은 물론이고 한인도 여럿 운영한다. 우린 주로 월남 사람이 주인인 곳에 간다. 뭔가 정통인 것 같은 느낌이랄까. 그곳의 웨이트리스 역시 베트남 사람이다. 첫인상은 뭔 이런 사람이 있지? 인사는 물론이고 눈도 마주치지 않는다. 손님에게 웃는 모습 찾는 건 하늘의 별따기. 서비스질도 그들의 표정만큼 어금 버금이다. 그들은 그릇을 들 때 엄지손가락을 그릇의 안쪽으로 감아지는 습관이 있다. 별거는 아니지만 예민한 사람에게는 불결해 보일 수 있다. 별로 청결해 보이지 않는 손가락이 음식에 닿지 않을까 우려되기 때문이다. 최근 박항서 신드롬 영향으로 한인 손님을 대하는 태도가 좀 누그러졌다.


다음은 중국인이 하는 중식당. 이들은 밴쿠버에 뿌리내린 지 오래라서 음식점이 곳곳에 있고 소문난 맛집도 여럿이다. 소문만 믿고 가도 별로 실패하지 않는다. 다만 서비스는 어느 중식당에 가도 별반 차이가 없다.  


게요리로 유명한 중식당에 간혹 간다. 이 집은 저녁만 하기 때문에 항상 붐빈다. 우선 자리잡기도 어렵지만 자리 잡고도 음식 나오기까지 한참 걸린다. 이럴 땐 한인들은 대부분 술을 시켜서 기다림을 상쇄하려는 경향이 있다. 이런 생각을 그들은 이해를 못한다. 술은 항상 음식과 함께 마셔야 하기 때문에   먼저 주지 않는다. 몇 번 부탁을 하고서야 뚱한 표정으로 주긴 하는데 안주거리는 아예 없다. 뭘 달라고 하면 맞을 것 같은 분위기다.


비교적 최근에 생긴 중식당은 베이징 덕 요리가 먹을만해서 자주 간다. 가격도 괜찮고 속살을 볶아서 상추에 싸 먹는 맛도 솔솔 하다. 여긴 남자와 여자가 홀을 관장한다. 남자는 매니저급의 중년의 아저씨가, 여자는 실제 현장에서 서비스하는 젊은이로 구성돼 있다. 남자는 경험이 많아 보여서 그런지 무난해 보이고 여자는 얼굴 표정이 수시로 변한다. 가령 뭘 더 달라면 먼저 대답을 하고 양을 물어본다든지 하는 후속조치가 따라와야 하는데 묵묵부답으로 그냥 빈 접시를 가져간다. 가는 그녀를 붙잡고 나머지 요구를 말해야 할 정도로 기본기가 빠져있다. 또 수저 세팅도 한 곳에 수북이 쌓아놓고 가버린다. 음식을 세팅할 때도 놓을 자리를 먼저 확보한 뒤 그 음식을 제자리에 놓아야 하는데 먼저 음식이 든 그릇을 양손에 들고 손님이 자리 만들기를 기다리는 경우도 허다하다. 또 세팅하다가 빈그릇이나 수저가 손님 쪽으로 떨어져도 이어지는 멘트가 없다. 참다못한 동반자가 "너 서비스 참 어글리 하다"라고 말해도 묵묵부답. 이런 케이스는 모든 중식당이 그런 건 아니다.


서양 레스토랑. 반쯤 죽인다. 입구에서부터 서비스가 시작된다. 검은 옷으로 통일한 늘씬한 8등신 아가씨들이 헛웃음을 날리면서 친절히 안내한다. 얼마쯤 기다려야 하고 어디 앉아서 대기하라고 말한다. 아니면 원격 호출기를 하나 주면서 근처에서 놀고 있으면 부르겠다고 사인을 준다. 드디어 자리를 잡고 앉으면 담당 웨이트리스가 재빨리 온다. 키가 큰 아가씨는 살짝 다리를 굽혀서 눈높이를 맞춘다. 오더를 하고 술을 시키면 말 안 해도 술부터 가져다준다. 수저 세팅은 각 손님 앞에 빈틈없이 놓는다. 음식도 오더 한 사람을 기억해서 정확히 제자리를 찾는다. 그리곤 수시로 찾아와서 필요한 걸 묻는다. 물이나 커피는 말없이 리필해준다.  여기까진 돋보이는 서비스임에는 틀림없다. 그다음은 더 차이가 난다. 접시 비우기 무섭게 가져간다. 일부 식사가 끝나지 않았는데도 설거지가 시작된 느낌이랄까. 그리곤 빌을 잽싸게 날라다 준다. 계산을 하고 약간 잡답을 나누는 시간에는 너무 낯설어서 깜짝 놀란다. 찬바람이 분다. 웃음은 물론이고 눈길조차 안 준다. 빨리 나가라는 무언의 압력 같은걸 느낀다. 커피 리필 같은걸 말할 수 있는 분위기는 전혀 아니다. 행여 말해도 안 가져다준다. 또 요구하면 깜박했다고 말한다. 그리곤 안 가져다준다.


안 가면 될 거 아니냐고 말할 수 있는데  다른데도 똑같다. 무슨 같은 학교에서 같은 선생님 밑에서 배운 동일계 학생 같다고나 할까.


그 외 한국식 중식당과 일식당은 한식당과 비슷한 시스템인데 다만 다국적 민족이 많이 오는 탓에 조금 부드럽다고 볼 수 있다. 


웨이트리스의 서비스질은 손님이 결정한다고 말할 수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다시 올 수 있는 서비스를 지향하는 식당 주인의 교육이 우선되면 좀 나아 보일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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