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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뜬구름 Aug 14. 2018

캐나다 이민생활 <42>

추억의 장소 방문

 이민 초창기에 줄곧 왔었던 게잡이터. 실제는 보트나 요트를 대기 위해 설치한 마리나인데 이용객이 많지 않아서 게잡이가 주용도가 되고 있다. 당일 너무 혼잡한 탓에 사진발이 좋지 않아서 구글에서 퍼옴.


이민 초기에는 미래에 대한 걱정이 앞서고, 괜히 불안하고 아무것도 안 하면 무기력하곤 해서 틈나는 대로 다녔던 곳 중에 하나가 바닷가 게잡이다. 이곳은 바닷가지만 바로 옆에 호수 쉼터로 각광받는 공원도 있어서 골라잡는 맛도 있다.


 폭염이 절정이었던 8월초순,이날도 그늘이 좋고 발 담글 수 있는 민물호수로 방향을 잡았는데 난데없이 공원 입구가 차단됐다. 알고 보니 며칠 전에 익사사고가 나면서 조사가 진행 중인 것 같았다.


이호수 공원은 우리 가족에겐 잊지 못할 얘깃거리를 남겼다. 이민 온 그해 겨울인가. 일요일 아침쯤 식사를 대충하고 드라이브 삼아 이공원을 갔다. 이공원 입구에는 작은 편의점이 있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칠 수 없듯이 애들이 아이스크림을 먹자고 제안했다. 그 당시는 뭔가 새로운게 없을까 싶어서 아무거나 건드려보고 싶은 시기였었다. 낯선 곳, 한겨울, 아무도 없는 공원 입구에서의 아이스크림. 모순될 것 같으면서 시도해보고 싶은 애들의 뜻을 헤아려 네 식구가 가게로 들어갔다. 주인이 나오기도 전에 이미 아이스크림 냉장고 문을 열고 하나씩 고른 뒤 포장지를 주욱 뜯었다. 아뿔싸... 지갑이... 아무 생각 없이 나오는 바람에 운전면허증은 물론이고 돈 한 푼 없이 차를 몰고 나왔던 것이었다. 어떻게 할까 짧은 머리로 궁리해봤지만 별 수가 없었다.


주인에 가 자초지종을 말했다. 그리고 네 가족을 둘로 나눴다. 둘은 차를 몰고 집으로 가고 나머지는 볼모로 잡혔다. 영어가 영 부족한 와이프와 아들은 집으로, 나랑 둘째는 남았다. 아무도 없는 산속의 편의점에서 처음 본 서양 여자랑 돈 몇 푼 때문에 좁은 공간에 같이 숨 쉰다는 게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다. 서로 대화를 차근차근하면 좀 덜할 텐데 아주 기본적인 말, 여름철엔 손님이 많겠네요 정도에 그녀의 단답형 대답. 우두커니 있으려니 답답하기도 하지만 그녀에게 미안했다. 우리만 없으면 방안에서 다음 손님을 기다려도 되는데라는 생각이 미치자 밖에서 기다려도 되겠느냐고 물었다. 그녀는 기다렸다는 듯이 선뜻 오케이라고 했다. 쫓겨난 것이 아닌 자의에 의해 안이 훤히 보이는 주차장에서 대기했다. 안보다 춥긴 했지만 마음은 홀가분했다. 기분 좋게 담배 한 개비를 물었다. 도우넛츠가 찬 공기를 희롱했다.


한 시간쯤 지나자 아내와 큰 놈이 왔다. 심하게 내달렸는 거 같았다. 돈을 지불하면서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그녀의 표정이 좀 밝아졌다. 그 후로도 몇 번 더 그 공원에 갈기회가 있었지만 항상 피서객들이 붐비는 여름철이어서 도저히 주차 엄두가 안나 지나가는 투로 그때 그런 일이 있었지 하면서 한번 웃고 통과해버렸다.


이날 아이스크림 추억 이서린 그곳 방문은 무산됐지만  초기 이민시절 삶의 질을 약간 향상시켜준 게잡이터도 의미 있는 재방문이었다. 비록 17년의 긴 시차가 있지만 구조물의 변경은 전혀 없었다. 마리나는 그대로고 카약 렌트도 여전히 성업 중이었다. 야외 테이블 숫자도 딱 모자랄 정도였고 백인들은 했빛이드는곳에, 동양인들은 그늘이 있는 테이블을 차지하고 있었다. 넓은 잔디밭에는 캐나다구스의 것인지 반려견의 똥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 배설물이 여전히 널려있었다. 한 가지 변화는 아시안들이 판을 친다는 것. 이민자들이 급격히 늘어난 것도 있지만 공중도덕을 잘못 해석하는 일부 극동지역 이민자들에 의해 백인들이 멀리 밀린 느낌도 들었다. 다수가 모이는 곳이면 항상 문제를 야기하는 게 그 민족이다.


이날은 식구가 과거에 비해 두배 이상 불었다. 세월이 흘러 큰애가 가정을 이뤘고 이질녀가 이민을 온 뒤 두 자녀를 낳아 총 9명이라는 대가족이이됐다. 음식도 두배고 즐거움도 두배였다.  게다가 그새 반려견도 새 식구가 두 마리를 가져오는 바람에 총 세 마리가 됐다.

사진설명 : 왼쪽 4명 한가족이 이질녀 식구들이고 선글라스에  맨 오른쪽 개 앉고 있는 와이프, 또 다른 선글라스는 둘째, 오른쪽 뒤는 아들 내외. 공공장소에서의 금주를 피해 막걸리를 플라스틱 통에 넣어서 마셨다. 흡사 누가 보면 음료수처럼 보이게.


마리나의 게잡이도 예전 같지 않았다. 보이지 않게 자기 구역이 정해지면 누구로부터 간섭받지 않은 배타적 구역으로 권리를 인정받고 자유로운 투망이 가능한데 이젠 그 물밀듯이 밀려온 그 민족들 때문에 상당히 혼란스러웠다. 줄이 엉키고 그 바람에 큰소리가 오가고  규정보다 작은 게를 포획해서 단속원과 실랑이를 벌이고 일인당 최대 두 개까지 가능한데 네댓 개씩 던져 넣고 단속원이 물어면 내 거 아니라고 잡아떼기도 했다. 사실 우리가 출입할 그때만 해도 단속원이 거의 오지 않았다. 올 필요가 없었다. 다들 규정을 잘 지키고 간혹 어기면 주변 사람들이 가만있지 않았다. 세월이 너무 빠르게 흐르고  변화의 속도도 가파르다. 하지만 음의 각으로 변화를 주도하는 이들을 더이상 통제 할 수 없는 지경까지 간게 아닐까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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