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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뜬구름 May 05. 2019

캐나다의 이웃들 <46>

오리곤 coast의 추억에 관련된 악연의 지인

언제부턴가 나와 와이프는 가게를 접고 다른 일을 해보는 게 어떨까 하고 막연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세탁일을 오래 하다 보니 허리 어깨 관절에 무리가 오고 정신적으로 지쳐가고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이일로 먹고사는 데는 큰 문제는 안됐는데 은퇴하고 난 뒤 수입이 없을 경우 생활이 가능할까. 이런 의문이 들자 뭔가 단기간에 좀 고생이 되더라도 돈 되는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우선 뭘 할지를 결정해야 하고 동시에 가게를 팔아야 했다.  가게는 평소 이웃에 사는 교민이 만일 판다면 자기들한테 먼저 말해달라는 분이 있어서 쉽게 나갈 것으로 생각했다. 우리 사정을 훤히 알고 있기 때문에 긴말이 필요 없을 거로 보였다. 일단 한 문제는 해결된 것으로 간주하고 새비지 니스에 신경을 집중했다.


일단 좀 멀리 가더라도 돈이 되는 아이템. 한 5년 뒤 손 털 수 있는 지역. 우리 교민이 있으면 다행이고 최소한 동양인이 조금이라도 거주하는 지역. 기후에 상관없지만 7개월 이상 눈이 오지 않는 지역. 가급적 비도 좀 적게 오는 지역 등으로 조건을 정해 캐나다 전국과 미국 워싱턴주, 오리곤주를 스캔하기 시작했다. 이때 우리 눈에 들어온 게 오리곤 코스트에 있는 주유소와 편의점이었다. 부동산 중개인도 유진에 사는 한인이었고 차로 가긴 약간 먼 거리인 8 시간 걸리지만 당일치기가 가능한 곳인 데다가 아름다운 관광지를 끼고 있다는 게 좀 끌렸다.


우선 전화와 메일로 대강의 상황과 세무자료 전달받아 훑어본 결과 상당히 괜찮아 보였다. 한 5년만 버티면 훌륭한 말년을 보낼 것 같은 생각이 들 정도였다.


서둘러  주유소 경험이 있는 시애틀 손위 동서 부부를 모시고  현장을 방문했다.  밴쿠버에서 시애틀을 거쳐 오리곤주에 진입한 뒤 콜럼비아강을 따라 서쪽 태평양 방향으로 한두 시간쯤 거리에   작은 도시가 나왔다. 인구 5천 명 정도에 동양인은 중국인 한 명, 강수량은 밴쿠버보다 20프로 많고 한식당은 물론 없고 30분 거리의 한인이 운영하는 일식당이 있는 정도. 여름 한철 장사로 한 해를 보내는 전형적인 휴가지 가게였다. 이런 조건 등이 괜찮은 가게임에도 불구하고 우리 눈에까지 들어온 게 아닐까 생각됐다.


우선 동서 부부는 주유소보다는 내부 가게 시설을 집중 점검했다. 푸드코트의 시설과 기구 , 워커인 쿨러 상태, 비어 코너의 동선 등을 살펴본 뒤 엄지 척했다. 모든 게 정상적이면서 새것이고 카운터 매니저의 시선으로 모든 게 커버되는 실용성이 겸비됐다고 했다. 이는 직원을 덜 쓸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시골이어서 사람 구하기 힘든 걸 감안해서 셋업 한 게 아닐까 보인다. 외부 주유소의 경우 탱크 바꾼 지 5년 이하고 전기충전기도 두 개 비치돼 있었다.


이런 결과를 바탕으로 주인과 부동산이 모여 간을 보기 시작했다. 얼마 정도 네고가 가능한지 물었고 그들은 마지노선을 말하면서 모자라는 부분은 오너 캐리로, 즉 외상으로 해주겠다는 파격적인 조건도 제시했다. 이건 팔겠다는 강한 의지로 좀 더 밀어붙이면 더 네고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그 정도 선에서 일차 대면을 마치고 북상했다.


가게 파는 일에 집중하기로 하고 구매자를 불렀다.  당초 이웃이 단독으로 하기로 했는데 동업자라면서 다른 부부를 모시고 왔다. 일단 네고가 어느 정도 됐는데 새 부부가 또다시 물고 늘어지기 시작했다. 좀 불쾌하기도 했지만 오리곤주를 생각하면서 좀 깎아줬다. 그리고 며칠 뒤 계약을 했다. 이미 둘 사이에 말을 맞췄는지 새 부부는 빠져나가고 원래 이웃만 계약 당사자가 됐다.  그리고 새 주인이 될 사람은 법인을 만들고 국세청에 부가세 등록번호를 발급받고 인터 렉 머쉰도 신청하는 등 인수할 준비를 착착하고 있었다. 그와 동시에 우리도 우리의 새 사업을 위해 준비를 했다. 아마 이 기간이 한 2 주정 도였었나.


난데없이 이웃이 파투를 났다. 인수인계의 마지막 단계인 변호사 사무실에서 우리 가게에 대한 아주 치명적인 계

약조 건을 견했다는게 그 이유였다. 78년 세팅해서 한자리서 잘하고 있는데 뭔 소리냐. 랜드로드와의 계약서상에 리로케이션 조항이 있는데 이는 건물주가 일방적으로 가게를 건물 내에서 옮기도록 명 할 수 있는 것이고 그럴 경우 장사에 큰 변수가 올 수 있다는 게 그들의 주장이었다. 그럴 경우 랜드로드가 실내 인테리어를 다 해주는 것은 물론이고 기계나 장비의 재배치도 해준다고 설명했지만 그들은 요지부동. 계약은 깨졌다. 다른 이들에게 팔 수도 있지만 이건 그곳에 가지 말라는 운명이라고 치부하면서 포기했다. 모든 게 일장춘몽이 돼버렸다. 오리곤 코스트의 주민이 될 꿈과 5년 뒤 화려한 은퇴 등등. 아무 소리 말고 세탁소나 열심히 하면서 뒷일을 도모하자고 와이프를 달랬다.


이웃과의 악연은 여기가 끝이 아니었다. 그들이 인수를 준비하면서 만들어뒀던 모든 걸 취소하거나 진행을 멈춰야 하는데 그냥 둔 게 화근이었다. 여기저기서 독촉장이 날아오고 국세청에서는 부가세 용지가 우편으로 왔다. 우리와 똑같은 이름을 사용해 법인명과 국세청 등록을 하는 바람에 여간 헷갈리는 게 아니었다. 이런 걸 하소연하면 알았다고만 하고 그들은 내버려뒀다.  이럴즈음 가게 은행계좌가 압류되는 일이 발생했다. 입금은 되는데 출금이 되지 않아서 무더기 바운스가 나기 시작했다. 일종의 부도다. 우리 수표를 넣어도 결제가 되지 않는 현상이 생긴 것이다.


가까운 은행을 찾아서 물어보면 우선 원인을 해소하라고만 한다. 원인을 알고 싶다면 은행 비밀이라면서 침묵모드. 환장할 노릇이다. 겨우 조금 아는 한인 행원이 스파이 접촉하듯 쪽지에 뭔가를 적어줬다. 압류 신청자는 국세청이고 부가세 미납이 원인이며 부가세 등록번호는 이렇다고 알려줬다. 이 걸해 결하려면 개설한 지점으로 가야 한다고 친절히 말해줬다. 너무 고맙고 50프로는 해결한 느낌이었다. 그리고 쪽지에 적힌 부가세 번호는 우리 게 아니었다. 은행의 착각이었다.


원지점으로 갔다. 부가세에 관련된 서류를 보여주고 압류를 풀어달라고 했다.  그들은 은행 실무진의 착각을 인정하면서 며칠 뒤 원상태로 돌려졌다.


원인을 조용히 살펴보니 일부 내 잘못도 있었다. 가게 인수예정자 앞으로 온 부가세 용지를 확인도 하지 않고 사용했던 것이었다. 결과적으로 우리 부가세 계좌에 들어갈 돈이 그들의 부가세 계좌로 흘러갔던 것이었다. 우리 게좌의 부족분은 독촉하는 정도였다면 그들의 계좌 부족분은 압류를 해야 할 정도로 큰 것으로  판단한 것 같았다. 이걸 바로 잡는데도 여러 달이 걸렸다. 우선 회계사에 의뢰하고 과거의 서류를 다 찾아서 카피하고 은행계좌의 사본을 받아서 제출하는 절차를 거친 뒤에야 그들의 계좌에 있던 우리 세금이 우리 계좌로 이동됐다.


오리곤 코스트에서 팔자 한번 고쳐보려다가 된통 당한 느낌이 참 씁쓸했다.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세탁일이나 열심히 했으면 마음고생은 안 했을 텐데... 아주 호 된 신고식을 치르고서야 조금 정신을 차린 것 같다.


이미지 / 오리곤 코스트의 한지점. 저런 걸 곁에서 보면서 한 시절 보낼뻔했다. (구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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