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뜬구름 Jun 02. 2019

캐나다의 이웃들 <49>

인간과 더불어 살아가는 야생 코요테

캐나다에서 인간에 위해를 가할 수도 있는 야생동물은 곰 쿠거 코요테 정도가 아닐까. 곰은 간혹 사람들이 사는 동네에 내려와 쓰레기통을 뒤지기도 하지만 흔한 일은 아니고 쿠거는 사람이 살지 않은 깊은 산속에 서식해서 일부러 찾아가지 않고는 만날 수 없는 동물이다. 어쩌다 외진 동네에 나타나서 사람을 위협했다는 뉴스가 뜨긴 하지만 이 또한 드문 일이다. 코요테는 어떨까. 정말 흔하다. 다행히 독립생활을 하는 데다가 인간을 두려워하는 듯해서 크게 위협적인 동물은 아닌 것 같다. 그래도 초등학생들이나 애완동물에게는 심심찮게 피해를 입힌다는 소리가 들린다.


우리 애들이 초등학생일 때 그 학교 운동장 끝 작은 숲에 딱 한 마리가 살았었다. 두 마리 살 정도의 숲은 안되고 그 한 마리가 자기의 왕국처럼 거주했는데 이놈이 간혹 애들 눈에 띄어서 교사들의 걱정이 많았었다. 하루가 멀다 하게 가정통신문을 보내 그 숲을 지날 때 혼자 다니지 말고 항상  누군가와 동행하라는 당부의 말이 줄을 이었다. 하필 이 숲을 관통하는 길이 지름길이어서 폐쇄는 엄두를 못 내고 가급적 큰길을 유도하지만 애들의 귀에는 소귀에 경 읽기. 그래서 항상 부모가 데릴러오거나 아니면 동네 친구들이 동행했다. 우리 집과는 반대방향이라서 걱정은 덜하지만 혹시 노는 시간에 공놀이 하다가 혼자 공 찾으러 그 숲으로 들어가지 않을까 하는 걱정 정도는 늘 달고 살았다.


이런 걱정도 2년 정도만에 끝냈다. 그놈이 이사를 간 것이었다. 후손 볼 시기가 오면 상대를 찾는데 아마 이놈이 어딘가 있을 배우자를 찾아 나선 게 아닐까 추측된다. 이게 여기 이민 온후 첫 번째 접했던 야생동물 이야기다. 인간의 거주지 인근까지 그들의 영역이 확대된 건 아마 원래부터 자기들의 서식지인데 인간이 들어온 게 아닐까 생각 든다. 사람이 살지 않았을 시기에는 온통 나무들이었고 그 숲에 각종 짐승들이 살았었는데 인간이 서서히 영역을 넓히자 일부종은 더 깊은 산으로 들어가고 코요테 정도만 남은 게 아닐까.


코요테는 골프장에도 심심찮게 등장한다. 여기 골프장은 마을에서 너무 외지지 않고 산속에 있는 게 아니어서 천적이 없고 영역도 어느 정도 확보되는 탓에 보통 한두 마리 정도는 살고 있는 것 같다.


놀스뷰 카날 코스 같은 경우는 전혀 나무가 없는 항량 한 들판이어서 서식환경은 별로인데 항상 눈에 띈다. 골프장을 가로지르는 수로가 있어서 숨기 쉽고 그곳 주변에 사냥감이 널려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놈들은 사람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은 것 같다. 분명히 우리를 봤을 텐데 도망가거나 숨을 생각은  하지 않고 일정한 거리를 두고 제 갈갈을 가는 편이다. 다만 무심한척하면서도 우리의 눈치를 살피는 정도. 쫒을 생각으로 골프채를 들고 달려가면 어느 정도 거리까지는 제자리에 서서 관망하다가 그 들이 생각한 선을 넘어온다 싶으면 그때쯤 몸을 움직인다. 위험에 대해서는 동물적 감각을 유지하고 대담성도 동시에 겸비해 있는 것 같다.


 이런 야생의 감각이 늙으면 좀 둔해진다. 어떤 골프장의 코요테는 사람들이 가까이 오든 말든 무신경하다. 주로 겨울 낮엔 숲에서 나와 몸을 말리는 행위를 하는데 가장 햇볕이 잘 드는 곳이 그린 주변이어서 주로 그곳에서 만난다. 그들의 오랜 경험상 인간은 위험하지 않다는 판단이 섰는지 아니면 도망갈 여력이 없는지 불과 몇 미터까지 다가가도 모른척한다. 이때는 우리도 편안히 눈길조차 주지 않고 무신경하게 대해준다.


우리 집 근처의 작은 숲에도 한 마리가 산다. 주로 해 질 무렵쯤 얼굴을 보여주고 밤새 그 주변에서 뭔가 도모하는 것 같다. 낮에는 사람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서 수면을 취하지 않을까. 그 숲 근처가 작은 공원이어서 동네 개들이 매일 모이는데 개들의 장난치는 소리에 예민해서 살짝 고개를쳐들고 나오긴 하는데 절대  가까이 접근하지 않는다. 가만히 뭘 하는지 지켜만 볼뿐이다. 남의 집 근처에서 왜 이렇게 시끄럽게 구나하면서 혼내주려고 나왔다가 제보다 무리가 많고 덩치가 큰 놈들이 있으니  그냥 참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개들도 모른척하면서도 신경이 쓰이는지 휠 껏 휠 껏 경계하기도 한다. 개들도 한눈에 쟤는 내 친구가 아니 다라는 걸 아는 것 같다.  

전면에 보이는 작은 숲에 코요테 한 마리가 살고 있다. 해거름쯤 나올 만도 한데 사람 소리에 숨죽이고 지켜보고 있는 것 같다.


이놈들이 사람들의 주변에서 아주 평화롭게 살아가는 건 자유로운 이동권이 확보된 게 가장 큰 요인일 것으로 보인다. 보통 캐나다의 주택 부근에는 깊고 깊은 계곡이 있고 이곳은 사람들의 출입을 허용하지 않고 그 덕택에 야생동물들이 이 통로를 통해 어디든지 수시로 자유롭게 다닐 수 있기 때문일 것으로 추측된다. 만일 고립된 공원 숲이라면 들어오기도 힘들 것이고 들어왔다 해도 사람들의 눈을 피해 다른 곳으로 이동하기도 어려웠을 것이다. 우리 동네숲도 왼편에는 계곡이 있고 그 계곡을 넓게 보면 우리 지역 전체에 연결돼있다. 친구를 만나고 싶으면 그곳을 통해 갈 수도 있고 초청할 수도 있을 것이다. 


야생동물을 가까이서 볼 수 있다는 건 어쩌면 건강한 자연환경을 가진 것이라고 볼 수도 있는데 이런 조건도 차츰 사라져 가는 것 같아 조금 안타깝다. 공원은 절대 녹지로 보호받지만 그 외 숲은 부동산 광풍에 사라져 간다. 숲이 사라지면 동식물이 사라지고 그다음 차례는 누굴까. 좀 생각을 하면서 세상을 살아야 겠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