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뜬구름 Sep 17. 2019

캐나다의 소소한 일상 <53>

살다가 생긴 횡재수- 새옹지마형

인생을 살아가면서 지지리 복도 없다는 말을 많이 듣는 축에 속한다. 무슨 단체모임에 사다리를 탄다거나 뽑기를 해도 나쁜 거는 항상 내 몫이고 좋은 건 이웃들 차지였었다. 소아암 환자 돕기나 어린이병원 증축 복권을  해마다 100불어치씩 사지만 냄비 뚜껑도 안 걸린다. 당첨자가 무지하게 많은데 모조리 피해 간다. '뭐 좋은데 도와줬다고 생각하지'라고 자위하면서 잊고 말지만 주변에는 곧잘 걸리는 사람을 쳐다보면 조금 부럽기도 하다. 이런 꽝손이 작년부터 서서히 변해가기 시작했다.



같은 업종의 사람들끼리 여름철에 야유회를 하는데 이경비 보조를 위해 50대 50이란 뽑기를 한다. 이는 회원들이 조금씩 티켓을 사면 그전체 금액의 반은 비용으로 쓰고 나머지 반은 당첨자에게 주는 형식이다. 많이 사면 확률이 높고 적게 사면 상대적으로 약간 떨어지는 방식이다. 보통 20불어치 정도 산다. 재미 삼아. 이건 단 한 명만 뽑기 때문에 진짜 힘든 확률이다. 근데 2년에 걸쳐서 당첨된 것이다. 확률적으로 따져봐도 무지하게 힘든 바늘구멍인데  웬일인지 2번이나 걸린 것이다. 당첨 사례로 상금의 일부를 털어 캐나다 복권을 사서 다 돌렸다. 내친김에 또 뭔가 걸릴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다. 결과는 전멸.


이어지는 횡재수는 현실적이면서 새옹지마형이라고나 할까. 좀 황당하지만 합법적이면서 대기업의  고객 매뉴얼에 의한 것이어서 말 할수 있다.


내용은 간단하다. 몇 개월 전 승용차 타이어를 갈았다. 보통 가성비가 높은 금호나 한국타이어를 선호하는

편인데 이번엔 미국산 M 제품으로 갈아탔다. 이게 신의 한 수가 될 줄은 몰랐다. 타이어 갈고 3개월쯤 지났을까 바퀴 한 개가 약간 이상이 생겼다. 바퀴 옆쪽에 뭔가에 찍힌듯한 상처가 났다. 곧 문제가 발생할 정도는 아닌 것 같지만 그래서 찝찝해서 타이어상에게 워런티가 되느냐고 문의를 했다. 그는 M사의 밴쿠버 지사에 통보했고 M사직원이 직접 내게 전화가 왔다. 확인할 서류인 영수증을 요구했다. 그 며칠 뒤 그 직원은 회사 방침에 의해타이어한개에 대해 워런티를 제공하지만 83프로만 적용된다고 말했다. 즉시 온라인을 통해 확인한 결과 공임 뺀 소매가격이 110불이니  90불 정도였다. 그것도 절차상 3주가 걸린다나. 나쁜 결과는 아니지만 썩 맘에 드는 것도 아니었다. 그 뒤 잊고 지냈다. 90불을 오매불망 기다릴 사람이 있을까. 3주가 지나고 타이어상에서 확인 전화가 왔다. 체크 왔느냐고. 그 전화를 계기로 관심을 일시적으로 갖게 됐지만 또 이내 머릿속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또 3주가 훌쩍 지나고 얼추 약속한 지 2개월쯤 M사의 메일이 왔고 그 안에 체크가 들어있었다. 그러나 그 금액은 내가 생각했던 금액의 10배가 넘었다. 928불. 뭔가 잘못됐음을 직감했지만 그걸 내가 바로잡아야 한다고 생각하기 싫었다. 90여 불인데 체크 발행하는 직원의 실수로 점을 잘못 찍었다고 믿었다. 이걸 은행에 넣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아니면 그들의 전화가 오기를 기다렸다가 조치를 취해야 하나... 온갖 잡생각이 다 들 때쯤 타이어상이 용기를 줬다. 일단 입금해라. 나중에 잘못이 드러나면 교정하면 된다는 주장이었다. 그의 말에 용기를 얻어 ATM에 이틀에 걸쳐 시도를 했지만 그 기계는  받아주질 않았다. 'M사가 뒤늦게 잘못을 알고 바운스 냈구나. 새 체크가 곧 오겠지'하고 또 멀어졌다. 이렇게 시간이 좀 흘렀는데도 감 감 무소식. 타이어 상에게 전화를 해서 그간의 내용을 알렸다. 그의 말인즉슨 " 미화다. 캐나다달러가 아니다" 한방 맞은 느낌. 난 캔 불로 타이어를 교체했는데 왜 그들은 미화로 돌려주지. 환율로 따지면 저들이 훨씬 손해일 텐데. 어쨌든 미화 계좌를 신설한 뒤 입금을 시켰다. 그리고 타이어 한 개에 대한 워런티가 아닌 전 타이어와 공임, 기타 세금까지 다 포함한 전체 비용을 미화로 돌려준 셈이다. 타이어 네 쪽 다 갈고 환율만큼 이득을 취한 결과가 됐다.


이들의 무모해 보이는 고객만족 서비스는 아마 대기업의 화사 방침인 것 같다. 이와 유사한 사례를 이미 한차례 접한 바가 있다. 그때는 내가 바보처럼 행동했다.


몇 년 전 집수리를 하면서 홈디포에서 외상으로 자재를 사고 6개월 뒤 조금씩 갚는 시스템을 이용했다. 이때 마지막 지불 때 25불을 더 냈다. 이 금액은 곧바로 홈디포 체크로 내게 반송됐고 나는 은행 atm에 몇 차례 입금을 시도했지만 결국 실패했다. 홈디포 갈 일 있으면 물어봐야지 하면서도 우선순위에 밀려 머릿속 저편으로 옮겨놓았다. 그러다 어영부영 체크 발행 6개월이 지나면서 휴지조각이 되고 말았다. 아마 그 체크도 미화로 표기된 게 아닐까 짐작된다. 그때 은행원한테만 물어봤으면 그게 미화로 표기돼서 입금이 안된다는 사실을 알게 됐을 텐데 금액도 적고 귀찮은 데다가 설마 미화로 표기됐을 줄은 꿈에도 생각을 못했다.


사실 이걸횡재수라고표현은 했지만 뒷맛은 개운치가 않다.  누군가 혼나지는 않을까 걱정도 되고...

매거진의 이전글 캐나다의 이웃들 <52>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