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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뜬구름 May 24. 2020

세탁업은 과연 사양사업일까?

캐나다의 소소한 일상 <56>

메트로 벤쿠버서 세탁업에 종사하고 있는 한인 드라이클리너들 여름 야유회.현재50여곳이다. 다들표정이 밝은 미래를 예상하듯 웃고있다.


지난 2002년 2월 세탁업에 뛰어든 지 올해로 만 18년이 넘었다. 그동안 크고 작은 일이 숱하게 스쳐 지나갔지만 무엇보다 매출의 변화는 우리에겐 큰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처음  주인이 바뀌면서 약간 꺾였던 매출은 그 뒤 10년간 꾸준히 성장해서 2012년에는 인수할 당시보다 80프로 이상 성장을 했다. 그 이유는 몇 가지로 꼽을 수 있는데, 스타벅스가 입주했고 몇 년에 걸쳐 기계와 장비를 교체했고 또 우리의 영어 실력이 늘면서 대면 서비스가 향상된 데다가 종업원들의 헌신도 주된 요인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그해에 피크를 찍고 정체가 계속 중이거나 오락가락하고 있다. 좀 빠질 것 같은면 세탁비를 조금 올리면서 커버했다. 현상은 유지 하지만 성장은 멈췄다.


이 같은 현상은 주변의 통계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우리 동네는 서울의 70프로 정도의 면적에 인구는 15만. 구역이 넓기 때문에 2002년 당시에는 15개의 다소 과밀해 보일 정도의 세탁소가 존재했었다. 하지만 현재 8개가 문을 닫고 7개만 존재한다. 폐업의 원인은 여러 가지지만 영업부진 6, 주인 사망 1, 건물주와의 마찰 1곳이다.  폐업 가게의 인종은 한인 3, 인도 와 백인 각 2, 중국인 1명이다. 한인이 많은 것은 세탁업에 많이 종사하고 전혀 준비 안 된 상태에서 달려들었고 또 과거 기업이민이라는 카테고리 때문에 일단 영주권 조건을 떼기 위해서 한계 상태인 세탁소를 인수한 것도 그 원인으로 볼 수 있다.


현재 7개의 세탁소는 한인 3, 백인 3, 인도 1곳으로 재편됐다. 그래도 아직 한인이 거의 과반에 육박하고 있다. 윗대 이민선 배가 닦아 놓았던 길에 다소 손쉽게 접근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 가운데 한인을 제외한 한두 군데는 코로나 이후에 어려운 상황을 맞이 할 것으로 여겨진다.


영업실적     부진은 우리의 영업 일지에도 여실히 드러난다. 우리전전 주인이 매일 기록했었던 일지에는 하루 7번 정도 기계를 돌렸었다. 우리가 인수할 당시에는 약간 횟수가 줄었고 일이 손에 익으면서 하루 3번으로 고정됐다. 이도 나쁜 기록은 아닌데 과거에 비하면 현격한 차이라고 볼 수 있다. 주변에 우후 죽순으로 세탁소가 생기면서 고정된 손님이 분산된 게 주요인으로 보인다. 그 당시 사진을 보면 가게 드라이 클린 머신을 교체할 때 시장이 참석해서 테이프를 끊었을 정도로 주목받았던 시절도 있었다.


이처럼 내리막길을 걷게 되는 주요인은 뭘까. 첫째 드라이 클린이 필요 없는 옷감이 양산됐고, 근무복이 점차 캐주얼화됐고,  드라이 클린 효과를 내는 개인장비의 개발도 한몫한 것 같다.  또 재택근무가 늘어나는 현상도 이 추세를 부채질하고 있다. 물빨래 가능한 옷감으로 군복을 만들겠다는 정부의 방침에드라이클린협회에서 항의했다는 기사도 그 맥락을 같이한다.


드라이 클린사업은 계속 내리막을 걸을까. 희망은 보이지 않을까. 약간 불안하지만 반등의 기회는 반드시 올 것으로 보인다. 물빨래 옷감이 양산되더라도 손님들의 성향은 잘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 옷은 세탁소에 맡겨서 빨아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새겨져 있고, 이는 물빨래 드라이 클린 가리지 않고 가져오는 손님들을 보면 알 수 있다. 게다가 중국이나 한국제품의 경우 우리가보면 분명히 물빨래 가능한데도 불구하고 제조업체에서 드라이 클린만 하라고텍을붙인경우가 많다. 또 근무복이 캐주얼화 되는 경향과 함께 유니폼 업종이 늘고 있다는 사실도 좀 고무적이다. 유니폼은 대부분 드라이 클린이다. 2차 산업보다 3차 서비스업의 영역이 늘고 있는 추세 와도 맞물려있다. 대면 서비스업종의 종사자는 옷을 갖춰 입는다. 유니폼은 주로 경찰, 소방관, 항공회사 종사자 등이고 교사, 리얼터, 영업사원,  보험판매원 등도 드라이 클린 주 고객층 들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부자들은 세탁소와 가깝다. 그 부자들이 점차 늘고 있다는 사실도 세탁업에는 희망적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시장원리에 의해 재편된다는 점이다. 약자는 도태되고 강자만 살아남아서 영화를 누리는 시절이 올 것으로 보인다. 고객은 한정되거나 줄어들면 그와 비례해서 공급 즉 드라이 클린 가게도 그 속도에 맞춰 사라질 것이다. 세탁업에 앞서 흥망성쇠를 겪은 구두 수선업의 경우 극심한 시장 개편의 시절을 넘겨 현재 우리 동네에는 단두 개만 남았다. 한인과 베트남인 이각각 맡고 있다. 그들은 아마 시장을 주도하면서 갑의 위치에서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이 세탁업도 코로나사태 이후 약간의 변동을 겪으면서 생사가 갈라지고 살아남은 자는 입가에 미소가 번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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