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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뜬구름 Apr 12. 2020

코로나가 덮친 실직사태

캐나다의 소소한 일상 <55>

코로나 시국에 봄을 맞고있는 리커스토아.


코로나의 위력이 점점 거칠어 가는 현재 결국 우리도 가게를 접었다. 감염의 위험보다는 경제적 이유가 앞선다. 캐나다 정부에서 내놓은 보조장치가 문을 닫지 않으면 안되게 설계됐다는 뜻이다. 2월까지만 해도 정부는 안일한 대처를 하다가 3월 달부터 심상찮은 조짐을 보이자 필수 업종과 비필수 업종으로 분류한 뒤 비필수 업종은 영업중지를 강요했다. 이업종에는 근접 활동이 불가피한 식당이나 술집 스파 등이 포함된다. 이들 업종이 문을 닫았음에도 필수 업종카타고리에 포함된 세탁소는 문을 열었다. 다만 6피트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면서 손님을 맞는 조건이 따랐다.


그러나 영업은 계속했지만  3월 중순  60프로, 코로나가 기승을 부리기 시작한 3월 말경부터는 거의 90프로까지 매출이 꺾였다. 할 수도 없고 안 할 수도 없는 진퇴양난. 이때 등장한게 정부 보조금. 가게를 열어서 수입이 발생하면 신청자격을 박탈했다.  이 보조금 계획을 급히 수립하면서 숱한 논란을 만들었고 헷갈린 시민들은 각자의 회계사들에게 문의전화 쏟아냈다. 각 회계사들도 제 각각 설명을 하는 통에 더 혼란이 가중되기도 했다. 정부에서 내놓은 안이 명확하지 않은 결과이다. 그러나 정부는 일단 신청자에게 지급하고 리뷰를 거쳐 자격이 안 되는 사람이 받은 경우 회수하겠다는 방침이다.


우리에게 해당되는 조건은 작년 개인당 5천 불 이상 소득이 있고 캐나다 거주하는 15세 이상에 3월 15일부터 4월 11일까지 4 주간의 기간 동안 연속해서 14일간 소득이 없어야 된다는 것. 그다음 회차부터는 전 4주간 수입이 없어야 되는지에 대한 해석이 분분하고 첫 회차분에 대한 해석도 각각이다. 주당 500불 4주간 2000불을 4번 지급하는 프로그램이라서 4주 단위의 활동이 중요한데 이걸 어떻게 보는 야에 따라 헷갈린다. 결국 우리는 수입에 없어야 된다는 사실은 명확하기 때문에 당분간 접기로 했다. 가장 좋은 경우는 가게를 열고 보조금을 탈 수 있는 케이스. 가게를 열면 렌트비 정도는 건질 수 있는데 보조금에만 의지하면 결국 적자를 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작년 동기에 비해 매출손실이 50프로 이상된 스몰 비즈니스에 대해서도 보조금을 지불한다는 조항이 신설되면 가게를 열 수 있는데 현재로서는 알 수가 없다. 정부 발표에 대한 댓글에는 이런 요청이 붓물처럼 올라오는데 귀를 막고 있는 것 같다.


이 와중에 노가 난 업종도 있다. 리커스토아와 딜리버리 업체. 직장이 폐쇄되고 재택근무로 돌리면서 시간이 남아도는 사람들이 할 수 있는 건 음주. 우리 가게옆 리커스토아의경우 하루 한번 물건을 받았는데 요즘 하루 두 번씩 트레일러가 들락거린다. 그 주인의 표정이 무척 밝다. 그 옆 베트남 네일숍 주인의 얼굴에는 세로로 깊은 주름이 졌다. 네일숍은 비필수 업종이라서 진작 문을 닫은 데다가 직원 임금 문제 등이 겹쳐서 무척 힘든시기를 넘기고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딜리버리 업체는 아마 이 시기를 틈타 빠른 속도로 성장했을 것이다. 일단 식당에 갈 수 없고 밖에서 음식을 먹을 수 없기 때문에 집에서 전화 오더가 주류고 그걸 그들이 대신해 주기 때문에 무척 바쁜 시기를 보내고 있다. 여긴 배달 수수료 25프로에다가 팁까지받기 때문에  딜러버리맨들도 한몫 잡을 것으로 보인다. 일부 소문난 식당 가운데 배달이 가능한 음식을 만드는 곳도 그럭저럭 이 환난을 넘기고 있을 것으 생각된다.


며칠 놀아보니 미칠 것 같다. 생활 리듬이 완전히 조각났다. 보통 10시 취침, 5시 반 기상, 7시 반 출근, 가게일,  6시 퇴근, 저녁 식사 뒤 수영장, 취침 이런 패턴이 반복됐는데 이게 허물어져 버렸다. 낮밤으로 시간이 넘쳐나니 뭔 할 일을 찾아야겠는데 딱히 잡히는 게 없다. 잔디를 한번 깎고 집 청소 조금 하고 또 뭐하지. 결국 술병에 손이 간다. 수입이 없어서 그런지 술맛도 예전 같지 않다. 그러다 조금 취하면 잠을 청한다. 낮에도 자고 밤에도 자는데 어떤 때는 7시쯤 침대에 들어간다. 그리곤 자정쯤 깨서는 한국 선거상황 뉴스 좀 보면서 어영부영하다 보면 날이 밝기 시작한다.


배도 안고프다. 아니 정확히 표현하면 고픈지 안 고픈지 모르는 상태. 불교에서 말하는 무아의 상태가 이럴까. 시간이 밥때 임을 가리키지만 실제 배고픔은 잘 모르겠다. 허긴 에너지 소비를 안 했는데 고 플리가 있나. 그러나 시도 때도 없이 먹는다. 먹어둬야 할 것 같고 또 할 일이 없으니 이거라도.


하루 이틀 만에 끝날 것 같지는 않고 어쨌든 장기전으로 갈 것 같은데 뭔가 소일거리를 만들어서 무기력함을 떨쳐버려야 할 것 같다. 우선 손쉬운 독서를 해봐야겠다. 책 구하기 어려운 현실을 감안해서이 미 읽었던 책을 다시 들었다. 전에 읽었던 책인데 새롭다. 어떤 대목에서는 기억이 나고 어떤 곳에서는 완전히 낯설다. 이런 게 서서히 맛이 가는 신호가 아닐까 걱정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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