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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뜬구름 Dec 17. 2021

마구 꼬이는 어떤 주말   

캬나다의 소소한 일상 <60>

11월마지막 주말에 박살난우리가게 앞면 유리창. 밖엔 겨울비가 줄기차게 내리고 있다.


나의 캐나다 경험상 안 좋은 일은 시리즈로 다가온다. 일요일 새벽 전화벨이 울렸다. 미친척하고 무시했다. 요즘 자주 걸려오는  이상한 낚시 전화 겠거니 했다. 이 전화는 곧바로 아내의 전화기로 옮겨갔다. 뭔가 낌새가 이상했다. 아내의 입에서 "브로큰"이라는 단어가 튀어나왔다. 심상찮음을 직감하고 옆에서 신경을 곤두세우면서 엿들었다. 가게 앞면 유리가 박살 났다는 보안회사의 전화였다. 급히 옷을 챙겨 입고 가게로 갔다. 이미 경찰차가 한대 와있고 두 명의 남자 경관이 간단한 인적사항을 묻고는 그들이 먼저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그들이 이리저리 둘러보고는 나에게 손짓했다 들어와서 체크하라고. 다행히 분실된 것은 없었다.


경관은 의심되는 점이 있느냐는 질문에 토요일 오후에 좀 이상한 전화를 받았다고 말했다. 두 달 전에 옷을 찾아갔다고 자신을 밝힌 남자는 남자 슈트와 셔츠를 찾아갔는데 바지가 없다는 것이었다. 일단 그를 안정시키고 가게 안에서 찾아봤지만 없었다. 있을 리 가없다. 개수가 맞지 않으면 출고가 되지 않기 때문에 바뀐 건 있을 수 있지만 숫자가 맞지 않은 건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는 심한 욕을 한바탕 퍼붓고는 전화를 끊었다. 이이야를 들은 경관은 일단 씨씨 티브이 확인 작업에 들어갔다.


난 의자에 앉고 그 둘은 앉으라는 말에는 별 반응을 보이지 않고 서서 화면을 쳐다봤다. 아마 규정상 앉을 수 없거나 그런 규정이 없어도 앉기에는 허리 벨트에 찬 각종 용품이 앉기를 방해할 것 같아 보였다. 선임으로 보이는 경관 한 명이 슬 자리를 떴다. 차에 가서 뭘 좀 살펴보겠다는 말을 흘리고... 좀 있다 졸병도 특이점이 있으면 알려 달라면서 차로 갔다.


토요일 밤 10시 15분 22초에 앞면 유리가 박살 났다. 내부 카메라여서 외부의 충격은 잘 구분할 수가 없었다. 돌멩이나 도구를 사용한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밖의 사정은 알 수 없지만 최소한 안에 비친 비디오에는 그냥 주저앉은 느낌이었다. 이걸 경관과 함께 몇 번 되감기 하면서 봤지만 특이점을 발견하지 못했다. 그들은 이웃집 아웃사이드 카메라를 확인한 뒤 연락을 해달라는 말을 남기고 떴다. 가면서 보험처리에 도움이 될 거라면서 접수 넘버를  심 쓰듯 던져주고 가는 것도 잊지 않았다.


월요일 아침. 옆집 시시티브이를 요청했다. 그 가게 종업원은 그 시간대 비디오 녹화장면을 복사해서 주면서 이상한 점이 없다고 말했다. 확인 결과 진짜 외부 충격 없이 저절로 깨져버렸다. 그의 말로는 더울 때는 조금 늘어나고 추울 때 오그라드는 성질이 오랜 시간 진행되다 보면 유리창도 피로감이 쌓여서 깨진다는 논리였다. 나도 일견 이해가 되긴 했다.


불행의 서막은 토요일 오전에 시작됐다. 어떤 중년의 손님이 셔츠를 찾으러 왔는데 없었다. 그는 세탁 티켓도 없이 이름만 불러줬고 아무리 찾아도 없었다. 그가 간 뒤 기록을 뒤져보다가 한참 전에 누군가 현금을 주고 픽업한 흔적을 찾아냈다. 우리가 잘못 내줄 수도 있고 그가 꾸며 낸 일일 수도 있기 때문에 확인 작업이 필요했다. 시시티브이를 돌려봤다. 16배속으로 돌려서 두 눈 부릅뜨고 확인 결과 그를 찾아냈다. 그가 그였다. 모자로 대머리를 가렸지만 덩치며 옷 색깔, 키 등등이 99프로 동일인이었다. 바로 전화를 돌렸다. 순순히 수긍했다. 이렇게 찾을 수는 있지만 마음의 스크래치는 조금 남는다.


두 번째는 위에 언급한 전화 건. 이곳 사람들의 성향을 감안해서  두 달이라고 말하는 건 최소한 6개월에서 2년 정도의 기간을 말한다. 자기 유리한 쪽으로 늘리거나 줄이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그는 결국 내게 한바탕 욕지거리를 하고 끝을 냈다. 이 또한 마음을 추스르는 데는 약간의 에너지가 필요한 대목이다.


세 번째는 은행 건. 구멍가게에도 월말과 월초에는  돈 들어가는데 가 많고 그걸 메우는 작은 동작이 필요하다. 이날도 일정 금액의 현금을 입금시키려 거래 은행에 갔다. 분명히 입금이라고 말했다. 은행원이 일을 처리하고 영수증을 줄까 물어봐서 평소와 달리 받았다. 말이 잘못 나간 것. 받을 필요가 없는 건 쓰레기라서 잘 받지 않은데 이건은 말이 새 나간 것이었다. 영수증은 받지만 확인은 보통 안 한다. 그러 나이 날은 비가 너무 와서 차 시동을 켜고 약간 대기하면서 스윽 쳐다봤는데 입금이 출금으로 바꿔있었다. 그리고 출금이면 내손에 현금이 있어야 하는데... 뭔가 잘못됐음을 인지하고 바로 돌아가서 라인업을 무시하고 그 아가씨한테 가서 영수증을 보여주니 감짝 놀라면서 바로 잡았다. 은행일은 기록 때문에 바로 잡을 수는 있지만 이날 이후의 거래는 줄줄이 바운스가 날뻔한 아찔한 순간이었다. 아... 오늘은 일진이 사납구나 하고 서둘러 퇴근하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그 뒤 이날은 피날레 유리창 박살 사건으로 이어진 것이다.


올해 액땜은 이것으로 종지부 찍은 게 아닐까라고 긍정적 마인드를 가져본다. 새해는 좋은 일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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