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을 가르치는 입장에서 배우려는 분들의 모습을 보며 드는 생각들
"드럼 연주는 쌓인 스트레스를 날려버리기에 딱 좋은 취미죠. 그나저나 학원에는 드럼 세트가 2개밖에 없어서 누군가가 먼저 연습을 하고 있으면 눈치를 보며 연습용 드럼 패드만 두드리다 돌아온다고요?"
타악기는 인류가 지구의 역사에 등장했을 때부터 함께 존재해 온,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악기입니다.
또한 오늘날의 드럼 세트는 인류가 이 지구 상에 나타난 순간부터 지금까지 이어져 온 타악기의 결정체라 볼 수 있습니다. 쿵쿵거리며 심장을 울리는 베이스 드럼(Bass Drum), 경쾌한 타격감을 주는 스네어 드럼(Snare Drum), 마치 유리를 깨는 듯한 날카로운 소리로 카타르시스를 주는 크래쉬 심벌(Crash Cymbal)...
(※ 엄밀히 말하면 드럼 세트는 '울림통'이 있는 베이스 드럼과 스네어 드럼, 탐탐(Tom-Toms)의 집합을 지칭하는 용어이지만, 일반적으로는 황동(Brass)이나 동(Bronze) 재질로 만들어진 심벌 세트까지도 모두 포함한 구성을 일컫는 용어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드럼의 매력에 빠져, 본격적으로 드럼 연주를 배워보고자 하는 분들이 겪을 수 있는 가장 일반적인 상황은 '드럼을 배우러 갔는데 드럼 세트가 모자라다'인 경우가 대부분일 것입니다.
기본적으로 드럼은 모든 악기를 통틀어 음량이 가장 높은 악기이며, 그렇기에 차지하는 공간도 가장 넓습니다. 드럼을 제대로 연주할 수 있는 공간이 되려면 어느 정도의 방음 시공이 필수이며, 드럼 세트와 심벌 세트까지 모두 구비하려면 마치 비어있는 플라스틱 통과 캔을 때리는 듯한 조잡한 울림의 저렴한 제품을 구매한다 하여도 최소 50만 원 이상, 울림이 그럭저럭 만족스러운 제품군은 100만 원 이상이 들기 때문에, 일반적인 음악학원에서도 여러 대의 드럼 세트를 구비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곳이라 하여도 드럼 연습실이 3개 이상인 곳을 찾기가 힘들지요.
상황이 이러하다 보니, 드럼을 배우고자 하는 분들은 정작 세트에 앉아있는 시간보다는 연습용 고무 패드를 두드리는 시간이 더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고 하여 개인적으로 별도의 연습실을 대여하고 거기에 개인용 드럼 세트를 비치하자니, 단순히 취미로 하기에는 너무 많은 비용이 들어 감당하기도 쉽지 않고요.
위와 같이 태생적으로 장점과 단점이 공존하는 드럼의 특징으로 인해, 디지털 피아노와 같이 공간의 제약이 덜하고 소음에서도 비교적 자유로운 전자 드럼의 존재를 알게 되어 눈을 반짝이는 분들이 계시다면, 미리 꼭 알아두어야 할 점이 하나 있습니다. 소리는 에너지가 공기를 진동시켜 우리의 귀에 전달되는 것이지만, 이 진동은 귀뿐만 아니라 온 몸으로도 느낄 수 있다는 것입니다.
피아노를 예로 들면, 가정용 업라이트 피아노를 연주할 때에는 귀에 들리는 소리뿐만 아니라 손끝으로도 그 진동이 느껴지게 되어 연주에 더 몰입을 할 수 있지만, 디지털 피아노로는 그 손끝의 진동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죠.
마찬가지로 어쿠스틱 드럼 세트의 경우, 큰 음량과 함께 스틱을 쥔 손끝에 느껴지는 타격감, 그리고 온몸을 울리는 진동이 연주자의 몸을 감싸는 느낌이야말로 드럼을 취미로 연주하고자 하는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인데, 전자 드럼을 연주할 때에는 귀로 들리는 스피커나 헤드폰의 소리, 손끝의 타격감만으로는 그러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기가 어렵습니다.
드럼을 취미로 시작해보려 하시는 분들은 위와 같은 점들을 미리 한번 고려하여 보시고, 본인의 상황과 여건에 맞는 방법을 선택하여 즐거운 취미생활을 할 수 있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