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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못그림일기 Jan 05. 2021

자존감 그까짓거

지금, 이순간을 감사하게 사는 삶


'괜찮다' 타령하는 저런 뻔한 책은 도대체 누가 읽지?


새해 맞이 책꽂이 정리를 했다. 지난 한 달 동안 책꽂이 맨 윗 칸에 작은 '크리스마스 트리'를 장식해둔 덕에 아랫칸으로 밀려 들쑥날쑥 꽂혀있던 책들이 다시 제 자리를 찾는 과정이었다.


새로 정리한 우리집 서가 첫 번째 칸에는 내가 지난 반 년간 읽은 심리학 관련 책들이 열 권 남짓 꽂혀있다. 요동치는 마음을 진정시키고자 내가 산 책과 누군가에게 선물받은 책들이다.


세상이 다 내 것 같았던 대학 새내기 시절, 같은 과 친구와 광화문 교보문고에 갔다가 '너는 옳다, 너는 괜찮다, 우리 모두는 아프다' 식의 책 제목을 보면서 "저런 책은 대체 누가 읽을까? 내용 뻔하잖아." 같은 대화를 했던 기억이 난다. 그 때는 정말 몰랐다. 이런 책을 찾아 읽는 사람이 내가 될 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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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든 '자존감'이 무너지다, 와르르


사실, 나는 티내진 않았어도 '나 정도면 괜찮지'의 마음으로 살아왔다. 그래서 나의 '자존감'은 당연히 튼튼한 갑옷을 입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인지 자존감에 이상이 생겼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것도 내 스스로가 아니라 나의 주변 지인들이 먼저 알아차리고 나의 '자존감'에 더 금이 가지 않도록 최대한 빙빙돌려서 나의 상태에 우려를 표해주었다. 그렇게 다른사람의 눈과 입을 통해 마주하게 된 나의 모습은 심리적으로도 작아져있고 물리적으로도 꽉 눌려있었다.


'자존감'이라는게 통장 잔고나 인스타 좋아요처럼 눈에 드러나고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건 아니다보니, 이것이 낮아졌다고 해서 당장 느껴지는 불편함은 없었다. 다만, 이제와서 생각해보니, 시도때도 없이 눈물이 날 것 같은 마음이었던 건 어느정도 연관이 있지 않았나 싶다. 회의 중에도 갑자기 눈물이 차오르고, 친구와 웃고 떠들다가도 와락 눈물이 쏟아졌으니 말이다. 너무 눈물이나서 '눈물 참는 방법'을 검색해 몇 가지 방법을 외워서 써먹기도 했다. (예를 들어, 눈 앞에 앉은 사람이 발바닥을 귀에 대고 '여보세요' 전화하는 상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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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늘을 산다, 감사한 마음으로!


눈물 뚝 그치고 '자존감'을 회복하기 위해 마음공부를 하는 요즈음이다. 책을 읽고, 강의를 듣고, 심리상담을 하고, 관련 자격증을 따며 '더 울지 않기 위해' 매일매일 발버둥 치고 있다. 다행히 눈물이 많이 줄었고 울렁거리던 마음도 잔잔해지고 있다. 어떤 공부 덕분에 나아지고 있는건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조금씩 나아지고는 있다.


'마음'이란 것이 결국엔 '나의 이야기'이다 보니 누구에게나 들어맞는 절대적인 답은 없을지도 모른다. 다만, 여러 출처에서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교집합이 있어 이 두 가지는 꼭 실천하는걸 목표하고 있다.


하나. 지금, 여기, 현재에 살기
내가 제~일 못하는 것이다. 아침을 먹으면서도 점심끼니를 고민하고, 휴직 중에도 복직을 생각하는 나에게 내 스스로 진절머리가 나서 이건 진짜 바꿔봐야지 싶었다. 현재를 산다는 건 아침 계란후라이의 노른자를 터뜨리지 않은 것에 감사하고, 휴직을 해서 오늘 평일 낮의 여유를 만끽할 수 있음을 느끼는 것이랬다. 의식하지 않으면 다시 '미래걱정봇'으로 돌아가지만 그럴때마다 지금의 상황과 감정에 집중하고, 쓸데없는 미래 걱정은 덜기로 한다.


둘. 하루 3가지, 감사일기 쓰기
저녁을 먹고 잠깐 시간을 내어 하루 중 감사했던 세 가지 순간을 적어본다. 쓰면서 생각한건데 내가 느낀 '감사'의 순간은 아주 작은 배려나 작은 행운 같은거였다. 일기를 계속 쓰다보니 어떤 일이 일어났을 때 '아 이거 오늘 감사일기에 써야지' 하는 간지러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누군가 엘리베이터 열림 버튼을 눌러줘서 탈 수 있었다거나 내가 추천해준 넷플릭스 드라마를 재밌게 봤다는 피드백을 받았다거나 하는 작은 순간이다. 어떤 강의에서는 엑셀에 '감정일기'를 보고서처럼 써보는걸 권장했고, 어떤 책에서는 'Having(있음)'일기'를 써보라고 했는데 나에게는 '감사일기' 정도가 적당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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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감사함은 어제 세탁기를 돌려서 오늘 호스가 얼까봐 걱정했는데 얼지 않은 것, 카누커피가 먹고싶었는데 다행히 딱 하나 남아 있었던 것, 지난 달부터 만나고 싶었던 친구와 드디어 시간이 맞아 점심약속을 잡은 것이다.


이렇게 지금, 여기, 현재에 살면서 작고 소중한 감사의 순간을 차곡차곡 쌓는다면 큰 슬픔이나 위기에도 무너지지 않을 수 있지 않을까? 이것이 내가 실천 중인 '자존감' 기르는 방법이다. 만약 이게 아니면, 또 다른 방법 찾아보면 되지 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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