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틴은 즐거워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일상이 딱히 지겹지 않다. 오히려 내가 짠 스케줄에 맞춰할 일을 마치는 것을 선호한다. 아침에 일어나기 전에 혹은 전날 밤 잠들기 전에 해야 할 일을 떠올리며 대략적인 순서를 정리해 둔다. 예를 들어, 도시락을 싸야 하는 날에는 미리 메뉴를 계획하고, 반찬 통에 어떤 순서로 음식을 배열할지까지 고민한다. 나는 계획적인 편이긴 하지만, 시간을 분 단위로 나누어 스케줄을 짜지는 않는다. 너무 빡빡한 계획은 나를 답답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대개는 오전, 오후, 저녁에 해야 할 일을 대략적으로 계획한다. 시간을 너무 타이트하게 잡지 않아야 갑작스러운 일이 생기더라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고, ‘꼭 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날 수 있다. 내가 나를 위해 하는 일이 스트레스로 느껴진다면, 그건 더 이상 나를 위한 일이 될 수 없으니까. 이렇게 하루 혹은 일주일의 루틴을 실천하다 보면 작은 성취감이 쌓인다. 명상, 운동, 독서, 필사, 집안일, 포스팅 등 나만의 작은 성취가 모여 나를 단단하게 만들어 준다.
처음에는 이런 일들을 남에게 말하는 것이 부끄러웠다. 특히 평생 친정의 가장으로서 경제적 책임을 져야 했던 엄마의 무심한 말에 상처를 받기도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엄마는 자신의 인생 경험에서 나온 말이었겠지만, 당시 나는 자격지심을 느꼈던 것 같다.
"넌 참 편하겠다. 돈도 안 벌고 그냥 놀고먹지 않니?"라는 말은 마치 송곳처럼 나를 찔렀다. 내가 집에서 하는 일들을 말해도 늘 이런 반응이 돌아왔기 때문이다. 어느 날 문득, ‘혹시 나도 놀고먹는 사람, 돈을 벌지 못하는 사람이라는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있었던 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치열하게 살고 있는데, 왜 삶의 기준이 오직 ‘돈을 버는 것’에만 맞춰져 있을까? 물론 돈을 버는 건 중요한 일이지만, 나는 네이버 도서 인플루언서가 되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고, 네이버 프리미엄 콘텐츠에 포스팅을 올리기 위해 많은 생각을 쏟아부었다. 브런치스토리 작가로 합격한 후에도 어떤 주제로 글을 쓸지 고민하며 반복적으로 글을 쓰고 지우기를 반복했다. 사실 모든 채널에 매일 글을 올리고 싶지만, 아직은 역부족이다.
그래도 스트레스받지 않고 내가 좋아하는 일을 꾸준히 해나가야지. 그리고 더 당당해져야지.
나는 내가 좋아하는 일을 시작했고, 앞으로도 멈추지 않고 해 나갈 예정이다. 아직은 초보 수준의 독서와 글쓰기지만, 나이 들어서도 이 일을 할 수 있다면 그것도 큰 복이 아닐까?
사람마다 취향도, 능력도 다르다. 혹시 지금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잘할 수 있을지 몰라도 괜찮다. 너무 조급해하지 말고 다양한 경험을 하다 보면 어느 순간 ‘이거다’ 싶은 것이 마음에 들어올 것이다. 때로는 유행을 좇거나 돈을 벌 수 있다는 이유로 시작할 수도 있다. 그 또한 괜찮다. 어떤 경험도 헛된 것은 없으니까. 모든 경험 속에서 나만의 일을 찾아가면 된다. 그리고 그 일이 무엇이든, 남의 시선에 주눅 들지 말자. 중요한 것은 ‘남’이 아니라 ‘나’이다. 내가 당당해지면, 남들도 나를 당당하게 볼 날이 반드시 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