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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승히 Aug 26. 2018

취미가 독서인 진부한 사람


취미가 독서예요, 라는 말처럼 진부한 것이 있을까. 독서와 글쓰기가 취미예요,라고 말을 할 때마다 내가 얼마나 재미없는 사람처럼 비칠까 생각이 든다. 그렇지만 그것이 사실인 걸. 나도 한 번쯤은 근사하게 대답해보고 싶다. 노래를 잘하고, 춤추는 순간이 가장 행복해요,라고. 안타깝게도 노래와 춤은 나와 거리가 멀다. 그것도 아주 많이. 땀 흘리는 운동 또한 좋아하지도, 잘 하지도 못한다. 그렇다고 술을 마시느냐, 그것도 아니다. 한잔을 다 마시기 전에 이미 얼굴은 벌겋게 달아오른다. 손으로 하는 만들기나, 요리 또한 관심이 전혀 없다. 나는 잘하는 것이 많이 없다. 부정할 수가 없다. 진부한 취미를 가지고 있는 재미없는 삶을 사는 사람이다.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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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없는 인간임에 틀림없지만,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한다. 그렇다면 그 글은 또 얼마나 재미가 없을까. 나의 오랜 고민이기도 했다. 그래서 옛날에는 무작정 떠나고 싶어 하곤 했다. 떠나는 것은 새로운 것들을 많이 만나는 시간이자, 인생이 덜 지루하게 흘러가게 만드니까. 확실히 여행은 지독하게 평범한 내가 조금은 특별한 사람으로 만들어주었다. 그럼에도 나라는 사람은 모험을 즐기거나, 용기가 대단히 많은 사람이 아니라서 여행 또한 평이하게 흘러가고 했다. 그러니까, 아름다운 풍경과 이국적인 공간들은 자주 마주하게 되지만, 누군가와 사랑에 빠진다거나, 혹은 아주 눈물 나는 우정을 만들게 된다거나 하는 드라마틱한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풍경이 바뀌었을 뿐, 나는 그대로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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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나는 무슨 글을 쓰고 싶은가. 나의 일상과 내가 느낀 것들. 별 볼일 없고, 크게 특별한 일이 없는 나의 일상들. 그 속에서 느끼는 아주 사소한 것들. 나의 일상은 이리도 평범하지만, 적어도 나와 같은 사람들에게 공감이 되는 글을 쓸 수 있지 않을까. 취미가 독서이거나, 운동을 싫어하거나, 커피 잔의 온도를 좋아하고,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 혹은 일을 하고 집에 들어오면 적적하거나, 아침이 오는 것이 두려워 쉽게 잠에 들지 못한다거나, 가슴속에 꿈 하나 묻어두고 사는 사람. 사랑 때문에 눈물 흘린 적이 있고, 다시 찾아오는 사랑이 두려우면서도, 또다시 사랑에 기대를 하는 사람. 챙겨보는 드라마가 하나 정도 있고, 주말에 하루 종일 집에 있을 수도 있는 사람. 나는 왜 항상 그대로인가, 걱정하는 사람. 어쩌면 나와 닮은 사람은 아주 많을 수도 있다. 아주 보통의 나이기에, 아주 평범한 나이기에 오히려 많은 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글을 쓸 수도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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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사실 아무리 재미없고, 진부하고, 단조로운 인생을 산다고 하더라도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을 깊숙이 들어가면 우리의 삶이 모두 드라마이고, 소설이고, 영화이다. 빛나는 순간이 있고, 아픈 순간이 있고, 일상의 순간이 있고, 짜릿한 순간이 있다. 주변에 내손을 놓지 않는 사람이 있고, 눈을 감으면 그리운 사람이 있다. 아. 우리는 얼마나 닮아있는가.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과 나는 또 얼마나 닮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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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기가 없어 먼저 다가가지 못하는 성격이지만, 나와 닮은 당신을 생각하니 절로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진다. 당신과 내가 마주 앉아 서로 쭈뼛쭈뼛 대는 시간을 지나, 무슨 일을 하는지, 요즘은 어떤 것이 가장 힘이 드는지, 어떤 것에 가장 행복감을 느끼는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연애는 하는지 따위를 묻고 싶다. 당신의 일상이 듣고 싶다. 나처럼 가끔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느꼈던 적도 있었는지도. 조금 더 밤이 깊어지고, 시간이 무르익고, 당신과 내가 마음이 통한다면, 나의 상처까지 스스럼없이 꺼내놓고 싶다. 그러니까 지금은 얼굴도 모르고, 이름도 모르는 당신에게 나의 가장 깊숙하고, 어두운 곳의 흉터를 보이고 싶다. 당신은 당황할지도, 혹은 위로의 말을 건넬지도, 혹은 당신의 상처까지 기꺼이 꺼낼지도 모르겠지만 그냥 나도 당신과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을 말해주고 싶었다고, 이야기할 것만 같다. 우리는 많이, 생각보다 아주 많이 닮았다고. 그래서 고맙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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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월에 쓴 글입니다.

다시 써보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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