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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 문 Jul 09. 2024

알라뷰~

세차비가 자꾸 올라간다. 5만 원 주유에 1000원 하던 것이 9만 원 주유에 7000원 한다. 차에 때가 끼면 내 몸에 때가 낀 것 같아 구적거린데... 남편이 한 푼이라도 아끼라고 하니 눈치 보며 차일피일 미루다가 차에 먼지가 쌓였고, 새똥까지 묻었다. ㅠㅠ 이놈들이 더러운 차를 알아본다. 남편 몰래 세차해야지 하고 기회를 엿보고 있는데, 어제 비가 주룩주룩 내린다. '시원한 빗줄기 속에 드라이브를 한다면 자동세차가 되겠구나' 생각하고는 주차장으로 갔다. 차에 앉고 보니 굳이 드라이브할 것도 없다. 그냥 마당 주차장에 세워두면 될 거 같았다. 마당에 세워두고 들어오니 착한 비가 시원하게 내린다. 저녁 식사하다가 마당에 세워둔 차가 생각났다. 밤새 한데 세워둘 수는 없지.


유리창 닦는 봉걸레와 우산, 차키를 들고 마당으로 나왔다. 이미 장대비에 시꺼먼 도시 먼지며, 새똥이 깨끗이 씻겨 나갔다. 봉걸레로 쓱쓱 마무리하고 차를 지하 주차장에 주차하고 들어왔다. 시원하다. 햇볕 나는 맑은 날 실내 청소만 하면 된다.




지난 주 서울일러스트페어(서일페)에 다녀왔다. 함께 전시했던 작가가 초대권을 보내주었다. 일러스트페어는 어떤 분위기일지, 어떤 작가들이 어떤 작품들을 가지고 나올지 궁금했다. 작은 부스들이 질서 정연하게 빼곡히 들어선 코엑스 전시장. 그 중 한 곳에 청소년들을 사로잡는 호객의 달인이 있었다. 신기해서 나도 기웃기웃 구경하다가 만 원 짜리 마우스패드를 덜컥 사버렸다. 브랜드 이름이 '짐승친구들'이다. '카카오프렌즈' 패러디 같은데, 짐승이란 말에 잠깐 멈칫하면서 그 신선함에 미소 지었다. 남편은 "짐승이 뭐냐, '동물친구들'이라고 해야지"라고 꼰대같은 소리를 한다. 원래 짐승은 사람과 구별해서 부르는 동물에 대한 우리말이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짐승'이란 말에 때가 꼈다. '짐승 같은 놈' '으이그 짐승~' 등등. 그런데 여기 일러스트 작가는 오염된 '짐승'을 '친구들'과 연결하여 그때를 벗겨냈다. 너무 멋지고 건강한 발상이라고 남편에게 응수했다.




"I Love you."


누구나 아는 이 문장을 가장 신선하게 사용한 분이 있다. 우리 시어머니, 시아버지.


전화 자주 안 한다고 서운해 하고 야단치시면서도, 가끔 전화하셔서는 전화 끝에 '혜영아 알라뷰' 하신다.


어머니는 아이들과 통화 끝에 꼭 '알라뷰~' 하신다. 미국에서 유학하는 딸들도 하지 않는 알라뷰를 충남 홍성 할머니가 하신다. 할머니 알라뷰에 아이들 마음이 환하게 열린다. 시골에 사는 두 노인의 어설픈 '알라뷰'는 세속에서 묻은 때를 말끔히 씻어내고 나와서 아이들 가슴에 오래오래 울려 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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