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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승혜 Sep 18. 2020

동네서점이 필요한 이유

<이러다 잘될지도 몰라, 니은서점>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면서 책과 관련한 페이스북 친구들이 많이 늘어났다. 책을 사랑하는 열혈 독자를 비롯하여 작가, 출판사 대표, 출판 기획자, 마케터 등등. 그리고 그중에는 독립서점(참고로 독립서점은 교보 영풍 등의 체인 시스템을 갖춘 대형 서점이 아닌 동네에서 독립적으로 서점을 운영하는 행태를 말한다. 이하 동네서점)을 운영하는 이들도 있는데, 그분들께는 매우 죄송한 말씀이게도 솔직히 말해 그동안 동네서점에서 책을 산 적이 거의 없다. 사실 단 한 번도 없다.

그도 그럴 것이, 나는 평소에 책을 매우 많이 사는 사람이고, 나에게 있어서는 주어진 비용 안에서 최대한 많은 책을 사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런 내가 제값을 다 받는 오프라인 서점 대신 10% 씩 할인을 해주는 온라인 서점을 이용하는 것은 어찌 생각하면 당연한 일. 더군다나 요즘은 ‘굿즈를 사고 책을 받았다’는 말이 유행할 정도로 온라인 서점에서 온갖 팬시상품을 책과 함께 판매하는 형편이니. 물론 나는 굿즈에 해당하는 포인트(착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굿즈는 결코 공짜가 아니다)면 그걸 모아 책을 한 권 더 사겠다는 생각에 굿즈를 주문하지 않지만.

그런데, 그렇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역설적으로 몇 가지 궁금증이 들기도 했다. 이를테면 이런(?) 나조차 동네서점을 이용하지 않는데, 다른 헤비 독자들 또한 대개 사정은 비슷할 텐데, 동네서점에서 책을 사는 사람들은 도대체 누구인가. 그리고 동네서점 사장님들은 대체 뭘 먹고사는 것인가. 책은 온갖 상품 중에서도 가장 안 팔리는 항목 중 하나인데, 게다가 마진도 가장 적은 항목인데, 재벌은 못 되더라도 일단 먹고는 살아야 할 것 아닌가. 도무지 팔릴 것 같지 않은 ‘정가 책’을 끝끝내 포기하지 못하고 판매하는 이유는 당최 무엇인가. 뭐 이런 질문들.

그러다 책을 직접 내고 나서야, <제가 한번 읽어보겠습니다>를 쓰고 나서야 어렴풋이 그 답을 알게 되었다. 책을 내기 전에는 솔직히 불안한 마음이 아주 컸다. 오랜 기간 열심히 준비하여 열심히 썼고, 읽어본 사람들이야 대개 재미있어할 것은 대략 예상했으나(약간의 자뻑 양해 바랍니다) 어쨌든 무명작가가 쓴 책을 과연 누가 사고 읽어줄 것인가 하는 불안감이 있었던 것이다. 더군다나 마이너한 장르인 서평집을. 초판도 다 팔지 못하면 출판사에 누를 끼치게 될 터인데 이를 어쩌나 하는 고민부터 어차피 망할 거 뭐하러 쓰나 하는 자괴감에 괴로워한 날이 적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리해서, 심신이 정말로 피폐해진 상태에서도 책을 냈던 까닭은, 책을 정말로 사랑하는 한 명의 독자로서 “그럴 필요가 있다”고 여겼기 때문이었다. 건강한 출판문화를 위해서, 보다 다양한 출판 생태계를 위해서, 더 재미있고 좋은 책이 더욱 많이 생산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그런 양질의 책이 더 많이 생산될 수 있도록 눈 밝은 독자, 책을 사랑하는 독자가 더 많이 늘어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말이다. 간혹 책의 비판적인 논조를 두고 불편해하는 분도 계셨던 것 같지만 솔직히 말해 나는 반드시 필요한 이야기였다고 생각한다. 꼭 하고 싶은 이야기였고,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이야기였다고.

이번에 클 출판사에서 나온 <이러다 잘될지도 몰라, 니은서점>을 읽고서 알게 되었다. 동네서점들을 운영하시는 분들 또한 나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참고로 제목에 등장하는 니은서점은 실제 연신내에 위치한 동네서점으로 특이하게도(?) 주인이 대학교수이다. 저자 노명우는 어떤 이유로 책방을 열게 되었는지, 교수라는 직업과 별개로 책방을 운영하는 목적은 무엇인지, 책방을 운영하는 과정에서의 애로사항은 무엇인지, 각종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끝끝내 책방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인지에 대해 설명한다.

생각해보니 그러하다. 돈이 안 될 것을 뻔히 알면서도 책방을 운영할 정도면 어지간히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면 안 될 것이다. 간혹 책방은 자리를 빌려주고 책이 팔리면 그에 대한 요금을 받는 일종의 ‘임대업’이 아닌가 생각하는 분들이 있으나 그렇게 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대형 서점뿐이다. 이 사실은 나도 이번에 책을 읽으며 알게 되었는데, 대부분의 동네서점은 최초 입고 단계에서부터 돈을 주고 사 와야 한다고 한다. 고로 팔리지 않는 책은 모두 책방 주인이 개인적인 재고로 떠안아야 하는 것이다.

한편 그렇게 재고의 위험을 안고 들여온 책들은 예상 가능하듯이 하루에 한 권도 팔기가 쉽지 않다. 일단 대부분의 사람들은 책 자체를 읽지 않고, 앞서 말했다시피 나와 같이 한 달에 수십여 권의 책을 사는 사람들 또한 대개의 소비를 온라인에서 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아주 운이 좋게 책이 팔려봤자 마진은 정가의 30%. 1만 원짜리 책을 팔면 3천 원이 남는 것이다. 고로 1만 원짜리 책을 한 달에 1천 권을 팔아봤자 수중에 떨어지는 돈은 고작 3백만 원뿐. 이 3백만 원에서 책방 임대료와 전기세 및 필수비용을 제하고 나면 인건비조차 건지기가 쉽지 않다. 결정적으로 한 달에 1천 권 팔기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므로 독립서점을 운영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십자가를 지고 가시밭길을 걷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그렇다면 이쯤에서 당연히 의문이 생길 테다. 왜 그 고생을 하면서 굳이 책방을 운영하려고 하는가. 책을 읽은 결과 그 답은 내가 <제가 한번 읽어보겠습니다>를 쓰게 된 이유, 어디서 떡이 나오는 것도 아님에도 매번 책을 읽고 공들여서 이곳에 서평을 올리는 이유와 비슷했다. “그럴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니까. 출판 생태계가 더 다양해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서, 더 다양한 생각을 담은 양질의 책이 더 많이 생산될 필요성을 느껴서, 마케팅으로 인해 함량 미달의 힐링 서적들이 베스트셀러로서 마구잡이로 팔려나가는 현실에 문제의식을 느껴서, 단순히 ‘베스트셀러’라는 이유로 단 한 번의 시선조차 받지 못하고 사장되는 훌륭한 책들을 볼 때마다 마음이 아파서.

그들 또한 본질적으로 나와 같은 이유로 서점을 운영하고 있는 것이었다. 자신이 연구하는 학문이 돈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꿋꿋이 길을 걸어가는 학자처럼, 어떤 책이 잘 팔리지 않을 것을 뻔히 알면서도 굳이 출판하는 출판사처럼, 대형 출판사나 대형 서점의 마케팅에 밀려 사장되는 보석 같은 책들을 건져서 소개하기 위해서, 그렇게 더욱 다양한 생각을 가진 저자와 독자를 확보하기 위해서 말이다. 실제로 <이러다 잘될지도 몰라, 니은서점>의 저자는 서점 주인들을 일종의 ‘북텐더’라고 칭하기도 한다. 그렇게 그들은 더 많은 사람들이 책을 사랑하고 책의 즐거움에 눈을 떴으면 하는 마음을 가지고 하루하루 온갖 고단함에도 불구하고 서점을 운영하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알게 되었다. 내 책이 나의 비참한(?) 예상보다 훨씬 더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던 것 역시 이러한 독립서점 사장님들의 역할이 적지 않았다는 사실을. 책이 나온 후 몇몇 독립서점 사장님들은 내 책을 마치 자신의 책처럼 홍보해주었는데, 그런 홍보가 없었더라면 내 책 또한 일 년에 출간되는 수많은 다른 책들처럼 그저 창고에 먼지가 묻은 채로 내내 쌓여 있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리고  독립서점 사장님들이 내 책에 재미를 느낀 까닭 역시 “더 좋은 책이 많이 생산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알아보았기 때문인지도 모르고.

솔직히 말하면 이전까지 ‘서점’은 비록 책과 관련한 사안이기는 하나 나와는 꽤나 멀리 있는 존재로 느꼈었는데, 이 책을 읽고서는 그 거리가 상당히 가깝게 느껴졌다. 독립서점 주인들 또한 서평가나 작가 혹은 출판사 관계자 등과 마찬가지로 책에 대한 소명의식과 일종의 사회적 의무감을 지닌 분들이었다. 동시에 요즘 논란 중인 도서정가제 관련해서도 이전보다 훨씬 더 큰 무게감을 느끼게 되었다. 도서정가제가 시행되면 동네서점 및 소규모 출판사는 엄청난 타격을 입는다. 기본적으로 재고 처리의 위험이 거의 없는 대형 서점과 다르게 동네 서점은 안 팔리는 책에 대한 비용처리로 손해가 막심할 것이며 결국 이를 감당하지 못해 대부분 서점업을 지속할 수 없을 것이다. 소규모 출판사들도 마찬가지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서정가제는 관련자들 말고는 대개 관심을 보이지 않는 항목인데, 이는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동네서점이나 작은 출판사들의 역할을 실감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인 듯하다. 물론 망하거나 말거나 하는 마음은 당연히 아니겠으나, 요식업이나 부동산이나 다른 자영업과 별반 다르지 않게 느끼고 아마도 요즘 자영업자 중 안 힘든 사람 누가 있나, 뭐 이런 마음 정도가 아닐까 싶다. 그러나 동네서점이 망한다는 것은, 소규모 출판사가 망한다는 것은 우리 사회 전반에 엄청난 타격이 된다. 엄청난 자본을 때려 넣은 헐리우드 영화만으로 가득한 극장처럼, ‘잘 팔릴 만한’ 책만이 생산되는 시절이 올른지도 모르는 것이다. 그러므로 아주 아주 긴 이 글을 여기까지 읽으신 분들은 도서정가제가 폐지되지 않도록 부디 힘을 보태주시기 바라는 마음이 있다.

하여간 큰 기대 없이 보았는데 예상 밖으로 재미있고 즐겁게 읽은 동시에 깨닫는 바가 있는 책이었다. 단순히 책을 ‘파는’ 일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독서, 책, 글쓰기, 사유 등 전반적인 사안들이 모두 연결되기도 한다. 너무 힘들 것 같아 차마 나는 서점을 직접 운영할 생각은 꿈에도 들지 않았지만 앞으로는 종종 괜찮은 독립서점을 발굴하여 이용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밖에 인상 깊었던 지점은 니은서점에는 ‘명예의 전당’이라고 하여 서점 주인장이 특히 좋아하는 작가들을 특별히 모셔둔 코너가 따로 있는데, 거기 내가 아주 싫어하는 작가와 아주 싫어하는 작가가 동시에 속해 있었다는 것. (누군지는 비밀이다. 궁금하신 분들은 직접 책을 읽고 확인해보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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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에는 스트레스를   있는 공간과 시설은  많은데, 사는 의미를 찾고 의미를 교환할  있는 공간과 시설은 너무나 부족해서 그런  같다는 나름의 해석을 하는 제자도 있었습니다. -p.30

각자 책과 멀어진 원인에 대한 해석은 달랐지만, 책이라는 미디어를 사람들이   빈번하게 접할  있다면, 그러기 위해 서점이  속에서 의미를 찾고  의미를 다른 사람과 나눌  있는 공간이   있다면 각자의 마음속에 있는 헛헛함에 대한 해결책이   있지 않을까 하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었습니다. -p.30

저의 서점은 대학과 사회를 잇는 공간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사회학이라는 학문이 사회로부터 고립되지 않는 공간, 사회에 대한 이해를 필요로 하는 생활인이 자신의 궁금증을 풀어낼  있는 공간이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p.33-34

걱정이 많던 주인 아주머니는 서점 개업  군대 다녀온 아드님을 데리고 오셔서 책을 사가셨고, 꿀벌부동산 사장님은 자신이  읽어야 하는  같다면서 <안티 젠트리피케이셩 무엇을  것인가?> 사가지고 가셨구요, 만세부동산 사장님의 아드님은 니은서점의 북토크에 참가하기도 하셨습니다. 그런데 정작 옆집인 상아부동산은 아직도   권을 팔아주지 않았습니다. 그렇습니다. 그게 현실이지요. 사람들은 책을 읽지 않습니다. -p.56-57

그래서 우리는 사실 독서를 싫어해요. 지겹거든요. 대학에 가려고 책을 읽었고, 대학에 가서는 취업하려고 책을 읽었고, 취업한 이후에는 승진하려고 책을 읽었기에,  읽기는 쾌감의 감정과 결합한 행동이 아니라 인내, 절제, 끈질김, 참을성, 강제, 이런 단어와 결합된 행동이었으니까요. 가학 피학적 성향이 아니라면 나를 즐겁게 하는 독서가 아니라 나를 괴롭히기만 하는 독서를 좋아할  없습니다. 그래서 평균적인 한국인은  이상 독서를 강요받지 않는 지위를 얻으면 독서를 하지 않아요. -p.106

독서를 싫어하게 만들었던 경험이 쌓이고 쌓여 책과 담을 쌓고 지내는 사람이 책의 세계로 다시 진입하려면 지난 부정적인 경험을 대체할 완전히 새로운 독서 경험이 필요해요. -p.106

온라인 서점은 10프로 할인된 가격으로 책을 판매합니다. 대형 오프라인 서점도 정가로 파는 것처럼 보이지만 교보문고의 ‘바로드림 같은 서비스를 이용하면 오프라인 서점에서 책을 사면서도 온라인 구매와 동일하게 10퍼센트 할인된 가격으로 구매할  있습니다. 게다가 5퍼센트의 적립금도 지급합니다. 그런데 동일한 책을 어떤 곳에서는 정가로 판매합니다. 소비자는  이런 일이 벌어지는지 모르지만, 본능대로  싸게 파는 곳에서 책을 사고 싶어해요. 겉으로 보면 정가로 책을 판매하는 서점이 탐욕스러워 보입니다. 하지만 내막을 들여다보면 반드시 그렇지는 않습니다. 거기에는 대형 자본과 영세 자영업자 사이의 근본적인 차이, 영세 자영업자를 절대적으로 불리하게 만드는 시장의 법칙이 숨어 있습니다. -p.128

책의 생태계는 시장 경쟁력이라는 원리만큼이나 ‘문화적 예외 대한 존중이 균형을 이룰  파괴되지 않고 지속 가능할  있습니다. 한국어 시장은 소수의 작가를 제외하면 인세로 밥벌이를   없을 정도로 작은 시장입니다. 그럼에도 수많은 작가들이 글을 씁니다. 베스트셀러 작가는 출판 시장을 만들지만, 베스트셀러 작가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좌절하지 않고 책을 쓰는 작가는 한국 출판 시장의 다양성을 수호하는 소중한 존재입니다. 대형 출판사는 시장을 주도하고 출판 산업을 성장시키는 동력이지만, 작은 출판사가 펴내는 다종다양한 책들이 없다면 출판 생태계는 황량해질 것입니다. -p.131

 역시 마찬가지예요. 모든 책이 좋지는 않아요. 그리고 다른 사람의 추천이 반드시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에요. 평론가의 평도 절대적이지 않습니다. 자꾸 책을 읽으면서 자기 취향을 깨닫게 된다면 자기 스스로 책을 고를  있는 능력이 생길 거예요. -p.1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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