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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승혜 Dec 14. 2020

보이지 않는 죽음들

죽은 자의 집 청소

특수청소부는 어떤 사람을 말하는가?
 이름처럼 특수한 청소를 하는 사람을 말한다.
그럼 특수한 청소는 무엇을 뜻하나?
역시나 ‘일반적인청소가 아닌 특수한 장소를 청소하는 업무를 말한다. 바로 화재나 수해 등의 재해를 입어 일반적인 업체가 감당하기 어려운 . 혹은 쓰레기로 뒤덮인 . 또는 사람이 죽은 .

그런 직업도 있구나 싶은 사람들이 있겠으나 그런 직업이 존재한다. 사실  글을 읽는 이들은 평생 동안 만나거나 업무를 요청할 일이 딱히 없을 수도 있다. 대부분 모르는 것이 당연하다. 적어도 페이스북 안에서 보이는 바나, 내가 실제로 아는  이웃들의 세상은 그러하다.

 글을 읽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마도 가족의 임종을 지키거나 가족들에게 둘러싸여 임종을 맞을 것이다. 설령 사고가 나서 사망하더라도 누군가 그의 유해를 수습해줄 것이다. 가족이 없거나 연이 끊기거나 사정이 있어 떨어져 지내는 경우라고 하더라도 최소한 어딘가  좋을  병원이나 요양원 등지에  만큼의 여유는 있을 것이다.

나를 포함하여 그런 이들 대다수에게 고독사는 사뭇 낯선 일이다. 전기와 수도가 끊긴 집에서 누구와도 연락이 닫지 않은  지병이나 사고 또는 자살 등으로 어느 순간 숨이 멎고, 그러고 나서도 아무도 그의 존재를 몰라 그대로 방치되어 썩다가, 구더기가 끓어오르고  집안에 시취가 퍼져 이웃들이 모를  없는 지경에 처하는, 그리하여 사람이 아닌 ‘자연 의해 죽음이 공개되는 경우를, 흔하게 듣고 보기는 어려운 일이므로.

<죽은 자의 집 청소>는  이름처럼 ‘특수 청소’ 업무를 오랫동안 해온 이가 펴낸 에세이이다. 에세이이지만 다루는 소재의 성격상 르포르타주의 느낌이 나기도 한다. 저자인 김완 작가는 대학에서 시를 전공하였으며   동안 일본에서 생활하다 특수 청소업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이후 귀국하여 특수 청소 회사를 설립한  줄곧 특수 청소일을 하고 있다고.

 책에는 특수 청소가 어떻게 진행되는지부터 시작하여 그가 일하는 동안 보고 들었던 일들에 대한 기록이 담겨 있다. 보고 들었던 일들이라는 것은, 당연히 죽은 사람들의 일이다. 어떠한 경위로 해당 청소 의뢰를 받게 되었는지, 죽은 자가 떠나고  자리는 어떠했는지, 인간이 호흡을 멈추게  경우 신체에는 어떠한 변화가 생기는지. 숨이 끊긴 육체가 얼마나 덧없는지.

예상 가능하다시피 그가 만나게  고독사의 주인공들은 대부분 빈곤한 이들이다. 청소 의뢰를 받고 찾아간 그가 빈번하게 마주하는 광경은  앞에 잔뜩 쌓인 고지서들. 대부분의 집이 가스와 전기는 물론 수도까지 끊겨 있는 경우가 많아 청소하러 왔다가 업무에 착수하기까지 한참 시간이 걸리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런 이들의 죽음을 수습하며 저자는 삶과 죽음에 대해 사유한다.

 책을 읽은 것은   전이었는데, 솔직히 말하면 처음에 읽고 나서의 느낌은  좋지 않았다. 글이 별로였다는 것이 아니라 개인적으로 받은 느낌이 그러했다. 워낙 추천하시는 분들이 많아 별도로 평을 하지는 않았으나 읽고 나서 묘하게 찜찜한 기분이 남았던 책이었다.  느낌의 정체에 대해 오래도록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누군가의 불행이나 참혹한 광경을 잔뜩 접했기 때문인  같다.

저자는 일을 하며 마주한 광경을 어떠한 가감 없이 그대로 전달하는데, 시를 공부했기 때문인지 문장이 상당히 유려하다. 사실 죽음에 대한 묘사라고 하기에는 지나치게 아름다울 정도이다.

그처럼 죽음이라는 소재와 아름다운 문장 사이의 괴리감, 그에 더해 한편으로는 도대체 무엇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  책을 썼는가, 내가  책을  읽어야 하는가, 하는 질문이 해결되지 않았기에 다소 불편한 마음이 있지 않았나 싶다. 이리저리 말하고 있지만, 결국은 굉장히 특수한 소재를 가지고 선정적으로 글을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지울  없었다.

그랬던 생각은 오늘 어느 기사를 읽고 나서 완전히 뒤바뀌었다. 내가  책에 대해 선정적이라고 느꼈던 이유는 앞서 언급했다시피 책에 쓰인 사례들이 상당히 드물고 보기 힘든 경우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흔히 접하기 힘든 ‘특수한사례를 이용하여 유려한 문장으로 풀어낸 책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전부 나의 오산이었고 오해였다.

책에 실린 일들은  기준에서는 드문 일이었으나 누군가에게는 일상이었다.  주변의 보이지 않는 곳에서,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현재 진행으로 일어나는 상황이었다. ‘선정적이라는 감정은, 실제로 자극적으로 쓰인 경우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그게 나와 아주  상황일  느낄  있다는 것을,  밖에 나와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의 시선이라는 것을 오늘에서야 깨달았다.

오늘자(12/14) 한국일보에는  30 노숙인의 사연이 실렸다. 발달장애를 가진 그는 사회복지사에게 엄마가 휴대폰을 보다 “팔이  움직여라는 한마디를 남긴  쓰러졌다고, 그런  파리가 날아들고, 애벌레가 자신의 방까지 기어 왔다는 이야기를 한다. 뭔가 이상한 느낌을 받은 사회복지사가 집에 찾아가 보니 예상대로 어머니는 지병으로 사망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발달장애를 가진 아들은 어머니가  움직이지 않는지   없었고,  말을 걸어도 대답을 하지 않는지 또한 몰랐고, 이런 상황에서 어찌해야 좋을지 몰랐고, 결국에는 집을 나와 노숙 생활을 하게  것이었다. 그렇게 집을 나서는 와중에도, 벌레들이 자꾸만 어머니에게 찾아가는 것이 걱정되고 언짢았던 그는 ‘엄마가 춥지 않도록이불로 꽁꽁 싸매 준  떠났다고 한다.

숨진 어머니는 오래전 가정불화를 겪다 이혼  장애가 있는 아들을 데리고 서울에 왔다고 한다. 그런  일정한 소득 없이 정부의 공공일자리 사업이나 기초수급자 생활비에 의존해 생활해 왔던 것으로 보인다고. 그러나 코로나로 인해 그러한 일자리가 전부 끊겼고, 25만 원이라는 기초생활 수급비는 아들과  명이서 살아갈 생활비로는 턱없이 적은 금액이었고, 결국 건강보험료를 포함 온갖 비용이 체납되어 병원조차 가지 못하다가 결국 지병으로 ‘고독사 하게  상황이었던 것이다.

사회복지사가 아들의 말을 듣고 찾아간  앞에도 역시나 온갖 체납을 알리는 ‘빨간딱지’가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 숨이 멈추기 직전 이들 모자의 생활이 어떠했을까? 어머니가 숨지고 벌레가 자신의 방으로 기어들어오기까지 아들은 어떠한 생활을 했을까? 무슨 생각을 했을까? 나는 짐작조차   없다. 그저 오늘에서야 <죽은 자의 집 청소>  내용들을 떠올려볼 뿐이다.

코로나로 모두가 힘들다고 하지만,  역시 친구들을 만나지 못하고 아이들과 하루 종일 붙어 있는 것이 버겁고, 도무지 앞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 겁날 때가 많지만, 그럼에도 나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사람들이 어떻게 지내는지에 대해서, 정말이지 아무것도 몰랐다.

 추운 와중에 가스비가 끊긴 사람들이 어떤 생활을 하는지, 보험료가 체납되어 병원에   없는 사람들이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어디  곳도 없고 일거리도 없는 그들이 지금 무엇을 하며 지내고 있는지, 그렇게 열악한 환경에서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 나는 아무것도 몰랐고, 여전히 아무것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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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해지면 필연적으로  고독해지는가? 빈궁해진 자에게는 가족조차 연락을 끊나보다. -p.42

주로 가난한 이가 혼자 죽는  같다. 그리고 가난해지면 더욱 외로워지는  하다. -p.47

솜이불을 말아서 봉투에 나눠 담자 이마에 고인 땀이 흘러  눈을 찌르고 입에선 단내다 난다. 이때쯤이면 냄새 따위는 골칫거리에 들지도 못한다. 언제나 고통이란  극심한 고통에 순위를 내주곤 잠잠해지게 마련이다. -p.98

사람이 진짜 살던 곳인가? 무소유를 추구하는 불자 같은 삶인가? 플라스틱 서랍장에는 고작 얇은 티셔츠  벌과 허리띠 하나,  위쪽 칸에는 흰색  봉투 뭉치가 가득 들어차 있다. 처방전에는  대학병원의 신경정신의학과가 진료 기관으로 기재되어 있다. 누군가  지경으로 살아야 했다면  마음은 지옥 같았으리라. -p.99

수많은 자살 현장을 오가며 죽은 자의 직업과 자살을 감행한 도구가 때때로 밀접하게 연관된다는 사실을 발견하고는 경악했다. 낯선 것을 찾기보다는 자기에게 익숙한 , 일상에서 가까운 것을 자살 도구로 선택한 것이다. 어쩌면 당연하다는 생각도 들지만, 한편으론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그들이 얼마나 많은 것을 인내했고,  일하는 내내 얼마나 빈번히 죽고 싶은 충동에 빠졌을지 생각해보면  마음도 어느새 빛을 잃고 어둑해진다. -p.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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