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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가모모씨 Jun 09. 2024

불안이 잠식한 날에

부작용

심장을 띄운다.

심장은 물에 살짝 가라앉았다가 동동 떠올랐다.

물에는 실수, 자책, 후회, 할 일과 내일 같은 생각들이 진득하게 흘렀다.

그 안에서 심장은 세차게 뛰며 동동 떠올랐다.


의사는 이 모든 걸 참고 우선 약을 먹어봐야 한다고 했다. 그래야 안다고 했다.

심장을 띄울 생각에 눈앞이 새하얗지만, 그래도 별 수 없었다.

아침 식후 30분, 심장은 동동 떠올랐다.


어떤 생각은 심장을 움켜쥐고 물속으로 끌고 들어갔다.

수많은 얼굴들이 스쳐 지나갈 때마다 심장은 발버둥 쳤다.

그러다가 생각이 심장을 놓아주면, 그때는 심장이 다시 동동 떠올랐다.

그럴 때마다 생각한다. 내 심장은 가볍디 가볍구나.


누군가가 굳이 행복해야 하는 이유가 뭔지 물었다.

그렇다면 굳이 불안하지 말아야 할 이유도 없다.

그렇게 생각하자 심장에 조금 무게가 생겼다.

그렇지만 아직 살이 붙지 않은 심장은 곧 다시 동동, 물 위에 뜰 것이다.


의사는 심장이 동동 뜨는 한이 있더라도

죽을 듯이 둥둥 부서져라 뛰는 한이 있더라도

우선은 약을 먹어보라고 했다.

심장을 띄우기 싫어서 왔는데요. 라는 말이 입 속에 맴돌았지만 내뱉지는 못했다.


나는 입 안에 물을 한 모금 물고 알약 하나를 털어 넣으면서

심장을 물에 띄우는 상상을 한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심장은 뜬다.

그럼 나는 가슴을 다독인다.

굳이 불안하지 말아야 할 이유는 무엇인가.

어떤 날은 이유 없이 불안하지 않은 날도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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