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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가모모씨 Jul 09. 2024

모르는 이의 한 마디가 나를 채워주기도 한다.

자우림의 샤이닝

지금이 아닌 언젠가
여기가 아닌 어딘가
나를 받아줄 그곳이 있을까.
가난한 나의 영혼을 숨기려 하지 않아도
나를 안아줄 사람이 있을까.

이 가슴 속의 폭풍은 언제 멎으려나.

풀리지 않는 의문들
정답이 없는 질문들
나를 채워줄 그 무엇이 있을까.

자우림 <샤이닝> 중




자우림의 노래는 내 삶의 순간에 나를 살리는 가사 한마디씩 꼭 품고 있다.

인생의 단계마다 “자우림“이라는 세 글자만 검색하는 것만으로

내 마음을 적확한 한 마디로 고스란히 묘사하고 있는 것.


화려함도 부족함도 없이 그저 그대로 그려낸 정물화 같다.

나조차도 보이지 않던 것이 그저 그대로 눈 앞에 펼쳐진다.


부족한 나를 대신해 내 마음을 번역할 수 있는 시인이 있다는 것에.

나이를 먹어도 그런 노래를 하나쯤 꼭 찾을 수 있다는 것에 매번 큰 위로를 받는다.


2024년 7월의 나는

내 인생이 가진 한정적인 시공간의 한 틈에서

내 영혼을 숨기려하지 않아도 나를 안아줄 사람을 찾을 수 있는가 하는 질문에.

내 가슴에 몰아치는 어떤 강한 기류가 만들어내는 빈 공간에.

나를 채워줄 무언가를 찾으며 헤매었다.


그리고 그 질문에 답을 찾지 않아도

그저 이 땅에 사는 누군가는 같은 기류를 느끼고 같은 질문을 던진다는 사실이

나를 위로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온전히 채워지지 않아도 괜찮다. 그래도 감사한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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