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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취방스님 Nov 27. 2022

중간인간

무엇인가 특별한 것이 없다. 그렇다고 무엇인가 특별히 떨어지는 것도 없다. 옛 어른들은 이런 사람을 일컬어 '엇배기', 또는 순화된 말로 '보통사람'이라고 한다.

나는 이런 사람을 일컬어 '중간인간'이라 칭하고 싶다. 어디에도 가까이 가지 않고 중간을 지키는 사람 대한민국 대다수를 차지하는 사람들 중간인간 이다.


나도 별 다를 것 없는 중간인간이다. 어디에도 치우침이 없다. 어떤 사상에도, 어떤 행동에도, 어떤 특별함도 없는 아주아주 평범한 중간인간인 것이다. 

사실 학창 시절도 지금 거슬러 생각해보면 그렇게도 평범했다. 그 당시 내가 가진 것 중 가장 중간스럽지 않았던 점은 공부다. 정말 더럽게도 못했다. 그럼 노력은 안 했을까? 아니다 나름 중간인간으로 중간스럽게 특별함 없이 열심히 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우리 부모님은 자식의 공부를 위해 이사를 가셨고, 그렇게 내가 살 던 동네는 나 같은 인간에게 다행스러운 건지 아니면 불행스러운 건지는 모르겠지만 부모님의 자식에 대한 공부 뒷바라지를 원 없이 할 수 있게끔 하는 동네였다. 그러나 나는 공부를 잘하는 친구들처럼 뭔가 스페셜한 능력이 없었다. 나에게는 그런 친구들과 반대로 열심히만 할 뿐 어떻게 공부를 해야 할지 모르는 쪽으로 발달된 특별한 인간이었다. 이에 뭔가는 좀 해야 할 것 같고 나름 공부도 잘하고 싶었다. 이렇게 중간인간이라도 되기 위해 나는 친구들 따라 학원도 다니고, 어떤 과외 선생님의 특별한 비법을 전수받으려 비싼 수업료를 내면서 수업도 받기도 했다. 결론이 궁금하시겠지만 이미 앞에서 말한 대로 그냥 끝까지 공부 못하는 인간으로 졸업했고, 대학 들어가서 정말 그럭저럭 다니다가, 뭔가 특별한 인가이 되고 싶어 학교를 자퇴했다. 그냥저냥 학교도 아다니니 사회에 일찍 뛰어들어 이 일 저 일하다가 어느 날 문득 뭔가 특별한 것을 해보고 싶어서  유학을 결정하고 유학을 갔다. 그리고 그 또한 그럭저럭 학교 다니고 보내다가 한국으로 입국해서 다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함축적으로 이야기를 썼지만 뭐 특별할 것은 없다. 


이렇게 중간인간으로 살아가는 것은 어떨까?

뭐 장점 도 있고 단점도 있을 것이다. 뭐가 장점이라고 말하는 것은 온전하게 지금 생각에 내 삶에 도움이 된 것 같으면 장점일 것이고, 인생에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면 단점이 될 것이다.

중간인간이다 보니 특별히 잘하는 것은 없다. 하지만 여기저기 기웃기웃을 잘한다. 적어도 나는 그렇다. 그냥 가만히 있으면서 뭔가에 아주 깊이 있게 집중하지 못한다. 그냥 만은 곳에 기웃거린다. 책도 좀 읽고, 음악도 좀 듣고, 운동도 이것저것 관심 가는 대로 하고, 악기도 좀 다루고, 남들처럼 일에 중독될 정도 하지 않고 적당히 한다. 아직까지는 넓고 얕은 삶이 중간인간의 장점인 듯싶다. 

반대로 깊이 있는 것을 중간인간에게 바라는 것은 무리다. 금방 밑천이 드러난다. 앞에서 말한 대로 깊이 없음이 직업을 택하는대도 한계가 생긴다. 뭔가 스페셜한 일을 직업으로 구하지 못한다. 연구원, 의사, 변호사, 판사 등등 전문직은 중간인가에게 쉽지 않은 직업이다. 이런 직업을 원한다면 이미 중간인간을 벗어나야 한다. 중간인간에게 스페셜은 쉬운 결정이 아니다.


이렇게 중간인간은 특별한 것이 없다. 그러다 보니 살아가는대도 많은 애로사항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걱정 없다. 깊이 있게 들어가기 위해서는 우선 가장 얕은 곳부터 발을 디뎌야 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아직 난 그런 경험이 없다. 하지만 꿈이 있었다면 나도 한 번쯤은 중간인간을 벗어나려고 노력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안타까운 건지 아니면 다행스러운 건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원대한 꿈을 꿔 본 적이 없다. 난 어렸을 적 꿈도 '버스기사'였다. 괜히 딴지 걸지 말자 뭐 직업의식 이런 말은 삼가주길 바란다. 단순히 어렸을 적 꿈을 솔직하게 얘기했을 뿐이다. 꿈에서도 보듯이 중간인간인 나는 이 꿈을 이룰 수 있다. 우주과학자보다는 길이 넓다. 기회가 그나마 쉽다는 얘기다. 이렇게 보면 중간 인간으로 살아가는 것은 꼭 평범해서 슬프지만은 않은 듯싶다.

중간인간인 나는 가끔 나와는 다른 인간 특별한 직업을 가졌거나 아니면 되기 힘든 직업을 가진 분들에게 물어보고 싶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얼마나 극단적 노력을 기울여봤는지를 아니면 나처럼 정말 중간인간으로 살다 보니 어느 날 갑자기 지구에 찾아온 옵티모스처럼 극인간이 되었는지를. 그리고 이런 극인간도 나처럼 중간인간이라고 생각하고 사는지 아니면 본인도 역시 본인이 극인간임을 알고 있는지. 

얼마 전 뉴스에서 본 사우디 빈 살만 국왕은 분명히 본인이 극인간임을 알고 있을 것이다. 아니다 그분은 초극인간이 맞겠지. 이미 태어 날 때부터 초극인간이었으니. 붙는 명칭이 모두 예사롭지 않다. 우리는 국어책, 외국어 책에서 단어로 배우는 것을 이분은 자신의 호칭으로 듣고 있으니 말이다.


극인간만 있는 세상은 없다. 또한 중간인간만 사는 세상도 없다. 다 같이 산다. 내가 중간인간이건 극인간인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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