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공부

아름다운 작별을 꿈꾸며

by 상현달

집 바로 옆 시립도서관에서 책 읽는 것 아니 책구경이라 표현이 나을 것이다.

우리 집을 사랑하는 이유가 여러 가지가 있지만 도서관이 바로 옆에 있다는 것도 큰 몫한다

현관에서 20미터... 와우 너무 좋다.

시간 날 때면 도서관에 가서 책 보고 와야지. 끌리는 책 제목이 보이면 대여해 온다.

오늘 그 제목에 이끌려 대여해 온 책

( "죽음공부" 박광우 지음 흐름출판)



"구스타프 클림트의 죽음과 삶"의 작품을 보면 왼쪽엔 죽음 오른쪽엔 삶 이 강렬한 대비를 이루는 이중구도를 가지고 있다. 왼쪽 죽음은 언제나 곁에서 지켜보고 있고. 오른쪽은 남녀노소 다양한 사람들이 죽음을 외면하고 있지만 한 여인만이 죽음을 보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죽음을 회피의 대상으로 본다.


우리는 ‘웰빙(well-being)’이라는 말에는 익숙하다. 건강하게, 즐겁게, 의미 있게 사는 삶을 지향하며 여러 노력을 기울인다. 그러나 그만큼 중요한 '웰다잉(well-dying)'에 대해서는 말하기를 망설인다. 죽음을 입에 담는 것 자체가 불경스럽다고 느끼는 분위기, 또는 그것이 아직 너무 멀게만 느껴져 당장 내 삶과는 무관하다는 착각 때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실 죽음을 생각한다는 것은 삶을 더욱 깊이 이해하려는 시도다.

유한함을 인정할 때, 우리는 오늘이라는 시간을 더욱 진지하게 살아낼 수 있다.


죽음은 언제나 갑작스럽고 낯설게 온다. 그것은 마치 예고 없이 닫히는 문 같기도 하고, 말끝을 흐리다 갑자기 끊어지는 대화 같기도 하다. 우리는 그 문 너머를 상상하기 어렵고, 그 끊긴 말의 의미를 온전히 파악하기 힘들다. 그래서 죽음은 두려움과 회피의 대상이 된다.

그러나 얼마 전 읽은 책 『죽음공부』를 통해, 나는 죽음을 단순한 끝이 아닌 삶의 자연스러운 연장 선상에 놓인 하나의 과정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우리는 이 세상에 태어난 순간부터 관계를 맺고 있다. 누군가의 자식이고, 부모, 친구, 동료이고, 때로는 스승이고 제자이며, 어떤 공동체 안에 소속된 한 구성원으로 존재한다. 그래서 나의 죽음은 결코 나 하나만의 사건이 아니다. 한 사람의 죽음은 그와 연결된 모든 사람들의 마음에 흔적을 남긴다. 남겨진 이들은 그 사람의 마지막 모습과 말, 눈빛을 오래도록 기억하게 된다.

그렇기에 나는 바란다. 내가 떠나는 날, 나를 기억하는 사람들의 마음속에 상처보다는 따뜻한 기억이 남기를.


죽음의 생각은 관계를 돌아보게 된다. 그리고 그것은 또한, 살아 있는 지금 우리가 맺고 있는 관계의 질에 대한 물음이기도 하다. 내가 지금 어떤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는가? 어떤 말과 태도로 누군가에게 남아 있을 것인가? 이런 질문들은 죽음을 상상할 때 비로소 선명해진다.


책에는 "생전장례식"의 대한 내용도 있다.

마지막 인사의 기회를 놓치지 말고 나와 관계에 맺고 있었던 사람에게 초대장을 보낸다는 것이다.

그 자리는 눈물보다는 웃음이 많았으면 좋겠고, 내 초대장을 받고 오는 사람들은 한껏 꾸미고 왔으면 좋겠다.


"많이 보고 싶을 거야" "그동안 최선을 다한 삶을 존경한다."

"너의 밝은 얼굴 오랫동안 기억하게 될 거야. 사랑한다"

"아름다운 추억서랍을 남겨준 너. 고마워, 그 서랍 자주 열어볼 거야"라고 말해준다면, 감사한 작별이 될 것이다.


『죽음공부』에서 만난 문장 하나가 오래도록 내 안에 남아 있다.

"세상에는 한 일과 안 한 일이 있을 뿐, 하려고 한 일은 없다."

그 말은 실천하지 않은 계획이나 후회만 남긴 채 떠나는 삶에 대해 경고하는 듯했다.

결국 기억에 남는 것은 내가 실제로 했던 말, 보여준 행동, 그리고 맺어온 관계다.
의도나 가능성은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내가 지금, 이 순간 어떤 삶을 살아가고 있는가다.
아름다운 작별은 단 하루 만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지금 이 순간을 진심으로 살아가는 모든 선택의 총합이다.


삶은 분명히 유한하다. 그러나 기억은 무한하다.
누군가의 마음속에 나의 말 한마디, 미소 하나, 따뜻한 행동 하나가 남아 있다면, 나는 그들 안에서 계속 살아 있는 것이다.
그러니 죽음을 두려워하기보다는, 죽음이라는 거울을 통해 삶을 더욱 충실히 들여다보는 태도를 갖고 싶다. 그렇게 살아간다면, 언젠가 내가 마지막 인사를 건넬 때, 그 작별이 단지 ‘이별’이 아니라, 내가 잘 살아왔다는 증거로 남게 되리라 믿는다.


그래서 나는 바란다.
내 삶이 ‘아름다운 작별’이라는 이름으로 기억되기를.
그리고 이 글을 읽는 당신도, 언젠가의 마지막을 후회 없이 맞이할 수 있기를.



“내 삶의 마지막은

당신의 기억 속에서 오래도록 웃고 있기를.”
– 아름다운 작별을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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