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마라 Jan 21. 2019

Thank you, next! 네, 다음회사!

내가 지나온 회사들에게 나는 무엇을 얻었고 무엇을 잃었을까?

Thought I'd end up with Sean, But he wasn't a match
션이랑은 끝까지 갈 줄 알았어, 근데 잘 안 맞더라고
Wrote some songs about Ricky, Now I listen and laugh
리키에 대한 곡도 몇 개 썼지, 이젠 들으면 웃음이 나와

One taught me love
한 명은 나에게 사랑을 가르쳐줬고
One taught me patience
한 명은 나에게 인내심을 가르쳐줬고
And one taught me pain
또 한 명은 나에게 고통을 가르쳐줬지
Now, I'm so amazing
이제 난 어메이징 해!


요즘 핫한 아리아나 그란데의 ‘thank you, next’ 가사 내용이다. 지난 남자친구들을 거치며 Amanzing 해 진 자신에 대한 노랫말로 [Thank you, next]라는 제목은 고마웠고~ 자, 다음 남친! 정도로 해석하면 올바르다.


얼마 전 Thank you, next를 지난 회사들에 빗대어 각색한 직장인 팟캐스트를 들었다. DJ들은 지나온 회사에 Thank you 했던 점을 나열했다 (무릎을 탁! 좋은 아이디어!)

앞으로의 이직을 위해 그리고 내가 어떤 직장인인지 알기 위해 생각해 볼 주제다. 내가 지나온 회사들에게 나는 무엇을 얻었고 무엇을 잃었을까?


#First :

나의 첫 회사는 스타트업이었다. 지금은 1000명이 넘는 규모로 성장했지만 2011년 입사 당시에는 설립된 지 6개월쯤 된 시점이었고 100여 명 남짓한 인원이었다. 입사 직후 회사는 눈에 보일만큼 빠르게 성장했다.

가파른 언덕 꼭대기에서 작은 눈덩이를 아래로 굴리면 눈덩이는 점점 바위만큼 커지고 점점 가속도를 받아 막힘없이 달리 듯 그렇게 성장했다. 


매월 새로운 카테고리로 사업을 확장했고

매주 몇십 명의 사람이 입사했으며

매일 새롭게 정하고 만들어가야 할 일 들이 수두룩 했다.

작은 시도도 눈덩이의 크기와 가속도에 의해 커지고 성공했다. 실패하는 시도가 있다 하더라도 이미 빠르게 굴러가는 눈덩이의 길을 제재할 만큼의 가로막이 될 순 없었다.


그 안에서 일을 즐거운 것으로 여기는 좋은 상위자를 만났다. 그녀는 ‘우리가 언제 이렇게 큰 회사의 변화에 가담해보겠어! 너무 신기하고 재미있지 않니?' 라며 일을 지치고 짜증 나는 것이 아니라 쉽게 해 보지 못할 즐거운 경험으로 인식시켜주었다. 본인 역시 그렇게 업무에 임하는 훌륭한 상위자였다.


그렇게 첫 번째 회사로부터, 가파른 상승곡선의 일원이 되어보는 경험과 인생 멘토와의 만남을 얻어 새로운 일과 새로운 시도는 즐거운 것이라 여기는 일에 대한 마인드를 갖추게 되었다.

Thank you, next!



#Second :

나의 두 번째 회사 역시 스타트업이었다. 첫 번째 회사에서 경험한 넓고 얕은 업무범위를 활용할 곳은 스타트업이라고 생각해 선택했다. 앱을 출시하기 전 15명 규모때 입사해 1년 3개월 후에는 약 40명 정도의 인원이 되었다.


두 번째 회사는 꽤나 따끔한 Thank you Point를 남겨줬다.

스타트업을 선택하는 데 있어 서비스 BM, 함께 일하는 동료, 연봉 등 모든 요소를 고려했지만 작은 규모의 회사일 수록 CEO Risk 가 크다는 점을 깨우쳤다. 직원들이 아무리 똑똑하고 협동력 있게 일해도 규모가 작은 회사는 대표의 한 마디, 작은 고집에 휘릭 휘릭하고 뒤집히기 쉬웠다.

눈덩이가 언덕 밑으로 굴러 자연스럽게 큰 눈덩이로 불어나기 위해서는 언덕 꼭대기에서 발을 크게 굴리는 리더가 있어야 했지만 그렇지 못했다.


생각은 너무 자주 바뀌었고 직원의 의견을 듣는 척했지만 베스트셀러 책의 말을 의존했다. (직원의 말을 듣는 시늉했던 것도 책에서 'CEO는 그렇게 해야 한다'라고 적혀있기 때문일 정도였다)

전 직원이 힘 합쳐 반박 못 할 설득을 해도, 숫자의 논리도, 감정의 호소도, 이대로면 서비스가 망할 거라는 협박도 소용이 없었다. 사무실에서는 ‘그래, 그 말이 맞다’ 일을 진행시키고는 일주일 뒤 새로운 베스트셀러 책을 다 읽고 나면 ‘아니아니, 이게 아니지’라고 했다. 반복의 반복이었다.


굴지의 대기업에서 어렵게 스카우트한 리더들도 변함없는 대표 모습에 하나 둘 떠났고 대표는 전 리더들의 무능이라 생각하며 새로운 리더들로 다시금 채웠지만 늘 같은 이유로 모두를 떠나게 했다.


두 번째 회사는, 패기 넘치는 시도가 늘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현실한 명이 조직에 미칠 수 있는 영향력을 일깨워주었고 특히 인간은 변하지 않는다는 교훈을 새겨 주었다.  

Thank you, next!



#Third :

현재는 IT대기업에서 2년째 재직중이다. 입사 후 여러 이유로 3번이나 팀을 이동했는데 옆 팀으로 이동하는 수준이 아니라 전혀 다른 커리어가 될 만큼의 큰 그룹 이동들이었다. 그래서인지 3번째 회사지만 6번째 이직을 한 듯하다.


2년 사이 3개의 각각 다른 그룹/팀/역할을 하고 얻은 가장 값진 것은 어떤 업무든 사실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전혀 다른 팀, 업무를 맡게 되었을 때 가장 큰 고민은 ‘난 이 업무를 해본 적이 없는데 어쩌지’ 하는 두려움에 작아지는 나 자신이다. 하지만 여러 업무를 접하고 나면 모든 회사의 모든 업무는 그 핵심 역할은 아주 동일하구나 라는 걸 깨닫게 된다.


함께 일했던 전 팀장님은 컨설팅펌 출신으로 XX자동차, XX은행 등 굴지의 기업 컨설팅을 했었다.  

"프로젝트마다 업계가 바뀌고 금융권도 자동차 업계도 경험해 본 적 없는데 어떻게 컨설팅해요?"

“그냥 주어진 정보들 안에서 Logical Thinking(논리적 사고)을 하는 거야” 

“그건 그들도 업계 베테랑인데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아니, 의외로 한 업계와 한 회사에 계속 있다 보면 '지금까지 그래 왔으니까' 라거나 ‘이건 진짜 불가할 거야’ 라는 전제하에  생각 안 하는 게 많지, 그래서 돈 주고 컨설팅펌을 고용하는 거라고 생각해. 더 객관적으로 논리적 사고를 해달라고”


그의 말을 컨설팅 업무에 대한 얘기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여러 팀, 여러 업무를 겪고 나니 그의 말에서 어떤 부분이 중요한 내용이었는지 조금 더 알 것 같다. 맡겨진 업무를 해내려면 동료와 상사를 통해 맡겨진 업무의 정보를 최대한 많이 모으고(이 일의 목표가 무엇인지, 왜 이 방법으로 하기로 한 것인지 등) 그 안에서 Logical Thinking을 하는 것. 그 어떤 업무에도 동일한 역량이자 역할이다. 

새번째 회사가 알려준 이 생각이 나에게 값진 이유는 초반의 긴장과 두려움을 다스리고 보고 듣고 익히다 보면 어느 회사, 어떤 업무든 못 할 일은 없다고 생각하는 자신감이 되어줬기 때문이다.  


세 번째 회사가 앞으로도 어떤 Thank you를 줄지, 다음 next는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Thank you, so far!  



매거진의 이전글 대기업 출신이 말하는 스타트업으로의 이직 (2)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