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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마라 Aug 18. 2019

모두가 말하는 '일 잘하는 사람'에겐 공통점이 있다

모두가 공감하는 '일을 잘하는 사람'은 어떻게 일하는 걸까? 

올해로 벌써 9년 차가 되었다. 계속 4년 5년 차에 머물 것 만 같았는데 어느덧 친구들에게는 드라마에서나 듣던 과장이라는 직함이 붙기 시작하고 내년이 되면 직장생활 10년 차라는 무서운 숫자로 돌변하게 된다.  


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동료들과의 대화 속에 “어느 팀 누구는 일을 너무 잘해” “저 팀 누구는 일 못해서 답답해”라는 대화를 쉽게 듣게 되고 하게 되는데, 잠깐. '일을 잘한다’는 건 무엇을 잘한다는 걸까?  


2020년이라는 무서운 숫자에 직장인 10년 차라는 더 무시무시한 숫자를 맞이하게 되는 이 시점에 문득 생각해볼 말이다. 명문대 출신, 해외 유학파라면 일을 잘하는 걸까? 직장에서 모두가 입 아프게 하는 말은 "공부머리랑 일머리는 전혀 달라”이다. 참 이상한 일이지. 취업해서 직장인이 되기 위해 공부를 잘해야 한다고 했었는데 직장인이라는 관문을 통과하니 공부머리랑 일머리는 다르다니(!) 


요즘 시대의 직장인에게 ‘일’이라는 단어는 참 추상적이다. 먼 옛날 사냥으로 식량을 얻는 게 모두의 일이었던 시대에 “저 친구는 사냥감 앞에서 총을 한 발 쏘기만 하면 백발백중이야! 일을 참 잘해!”라는 간단한 기준이 아니다. 그렇다면 모두가 공감하는 '일을 잘한다’고 느끼는 사람은 어떻게 일하는 걸까?

 



여러 부서와의 협업이 주된 업무인 내가 지금까지 겪은, 배운, 깨달은 일잘알들에게는 공통적인 포인트가 있다.

어떤 점 때문에 ‘일을 잘해’라는 평가로 연결되었을까


1. 본인이 맡은 일이 어디에 쓰일지 분명히 알고 있다.  

"A님! 팀장님이 매출 합계 좀 뽑아달라고 하셨습니다. 네? 기준이요?.. 아.. 자.. 잠시만요"

비둘기팀으로 입사한 것도 아닌데 중간에서 그대로 말만 전하다 커뮤니케이션을 망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상사가 지시내용을 전했을 때 그걸 ‘잘’ 만들어 오는 게 담당자의 미션이고, 일을 잘하는 사람들은 미션을 잘 수행해내기 위해서 시작 전에 이 일이 어디에 쓰일지, 무슨 목적인지 알고 있다(상사가 말 안 해줘도 되물어 알아낸다) 

그래야 일의 중요도에 따라 우선순위를 정해 빠르게 움직일 수 있고 필요한 내용을 알아서 추가해 미션을 더 탄탄하게 수행해낸다. 


2. 같이 일하는 사람의 시간을 Save 해준다.

모두 알다시피 직장에서의 하루는 정말 바쁘다. 볼 메일도 보낼 메일도, 참석할 회의도 많고 작성할 보고서도 많다. 그 바쁜 중 나의 시간을 절약해주는 사람을 우린 '일 잘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안녕하세요, XX팀 XX입니다.
어제 팀장 회의에서 발의된 사내 프로모션 건을 1/21 월요일부터 진행하고자 합니다.
관련하여 상세 내용은 메일 스레드 참고 부탁드립니다.
그럼 지원 가능 여부 회신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익숙한 업무용 메일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메일을 받은 사람은 메일로부터 즉각 알 수 있는 정보가 하나 없다. 어제 팀장 회의에서 발의된 사내 프로모션은 무엇이며, 스레드엔 무슨 내용이 있으며, 무엇을 지원해야 할까? 그야말로 퀴즈의 연속이 아닐 수 없다. 

상대방이 필요한, 궁금해할 만한 내용을 가독성 있게 전달해서 상대방이 빠르게 일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상대방의 시간을 Save 해서 빠르게 원하는 것을 얻어내는 만큼 자신의 업무도 빠르게 끝낼 수 있다. 그런 사람을 우린 ‘일 잘하는 사람’이라 생각하게 된다. 



3. 영어시간에 수학 공부, 수학 시간에 과학공부하지 않는다.

함께 일하자마자 곧바로 존경하게 된 개발팀장님이 있다. 그분은 회의 시간에 좀처럼 노트북을 들고 오지 않고 작은 노트와 연필 정도만 지녔다. 기획자의 리뷰를 들으며 노트에 몇 단어를 적고 화면만 유심히 바라보다 가끔 천장 쪽으로 눈을 깜박깜박, 골똘히 생각한다. 그리곤 질문하거나 의견을 준다. 

"지금 그 화면은 앞에 버튼을 누르면 나오는 걸 생각하신 거죠? Back버튼 누르면 어떻게 되나요?" 

"아, 그건 현재 구조상 좀 어려울 수도 있겠는데요. 한번 해보고 안되면 2page 화면으로 가는 건 어때요"

팀장님은 앞에 발표되고 있는 기획서에 집중하면서 동시에 머릿속으로는 대략적인 개발 방안을 그려 그 회의의 의제를 모두 회의실 안에서 일단락 되게 만드는 정말 '일 잘하시는 분'이었다.  


정말 중요한 회의가 아니라면 회의실에서 집중력을 놓치지 쉽다. 심지어 중요한 회의여도 그렇다. 고개는 끄덕끄덕 듣는 척 하지만 사실 노트북으로 친구와 카톡 삼매경에 빠져버리거나 회의실 들어오기 직전까지 했던 업무를 회의실에서 연이어하는 경우도 있다. 학생 때 공부 못하는 애들이 수학 시간에 영어 공부하고, 영어시간에 과학 공부한다던 딱 그 모습이다. 그러고 나면 회의 끝에 “… 이거 회의록 올려주실 거죠?” “기획서 공유해주실 거죠?” 하고 묻게 된다. 회의시간에 집중 못했으니 회의록이나 기획서를 자리에서 다시 보겠다는 뜻이다.  


그럼 결국 "아.. 제가 그때 미처 확인을 못했었는데요” "죄송합니다. 제가 놓쳤는데요..”라는 말을 하게 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인다. 옛 말에 틀린 말 하나 없다. 수능 만점 맞은 공부 잘하는 학생들이 곧 잘 말하는 "교과서 위주로, 수업시간에 집중했어요"라는 말은 직장에서도 일맥상통한다.



4. 일이 산으로 가지 않게 하는 정리력.

직장인이 가장 많이 쓰는 단어 중 하나는 "커뮤니케이션 오류"일 거다. 컴퓨터도 아닌데 자꾸 오류가 난다. 같은 단어를 서로 다르게 이해하고는 같이 끄덕인다. 그리곤 돌아가서 각자의 우물을 열심히 파다가 “아니 그게 아니지”하고는 회의록을 뒤지고 증거를 찾으며 누구 귀책인지 찾아내려 애쓴다. 논의 내용이 너무 길어 돌고 돌아 어딘가에서 놓쳤거나 혹은 전달 내용이 너무 짧아 서로 머릿속으로 다른 전제를 그리는 경우가 많다. 이 사태를 겪지 않게 되는 분들은 늘 대화의 끝에 본인 버전의 정리를 한다.  


"그럼 제가 이해한 게 맞는지 한번 들어봐 주세요"

"자, 그럼 정리하자면 A로 결정된 거고 B가 추가로 이걸 알아봐 주시면, C가 그다음에 기안을 올려주시는 거죠?" 

동료가 나와 같은 전제를 했다고, 나와 같은 이해를 했다고 생각했다간 업무는 다이내믹한 방향으로 흘러가게 된다. 대화의 끝을 정리하여 모두가 같은 이해를 하게 만드는 작은 포인트로 '그 사람과 일할 때는 늘 척척 진행되네'라는 평가를 하게 된다. 



9년 차가 되어도 일을 ‘잘’ 하는 건 참 어렵다. 10년 차 때는 조금 다를까. 아마 똑같겠지 허허

그래도 주변의 일 잘하시는 분들 보며 나도 저렇게 해야지 한 가지 포인트씩만 배워내도 아주 조~금은 나은, 남에게 피해 주지 않는 직장인이 되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일개미 친구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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