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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마라 Oct 19. 2020

직장 동료와의 ‘적당한 관계’

가깝기도, 그렇다고 멀어지기도 싫은 동료와의 그 애매한 거리 


2017년, 세 번째 회사로 이직 한 해다. 내 나이 서른. 

그 해 나보다 나이가 어린 동료에게 "저도 마라님같은 직장인이 되고 싶어요!"라고 만렙 직장인 대접을 받고 말았다. 누군가가 기준 삼고 싶은 직장인이 되다니.. 꿈이 소박하다 못해 초라한 거 아닌가 싶어 “왜요?”라고 물으니 회사 사람들과 친해 지려 노력하지 않고 '적당한 관계'를 유지한다는 게 그 이유였다.


"전에.. 저도 사실 간식 먹으러 가기 싫었는데, 무리에 끼지 못할까 봐 거절 못 했어요. 그런데 마라님은 괜찮으니 다녀오세요 라고 하더라고요!"

닮고 싶은 직장인인 이유가 간식타임을 거절하는 단호함 때문이라니. 그때의 내가 멋있어 보여서 여기저기 말했다는 말에 고개를 젖혀 웃고 말았다. 나는 전혀 쿨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실 입사일부터 뒤에도 눈을 뜨고 지냈다. 모두가 자리에서 일어나면 어딜 갈까, 나도 불러줄까 두근두근 했다. 점심시간 최소 2시간 전부터 오늘 밥 먹어줄 사람이 없으면 어쩌나 걱정했고 나만 없는 단톡방에서 비밀 이야기를 나누지 않을까 하고 아찔했다.


하지만 그렇게 며칠 혹은 몇 주를 전학생의 마음으로 지내다 아쉽게도 동료들이 나와 맞지 않는다 판단한다면 결단이 필요하다. 혼자가 될지언정 그룹의 일원이 되기 위해 억지를 쓰지 않겠다는 결단. 회사란 곳은 의외로 일이나 돈보다도 사람으로 하여금 쉽게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무리에 들어가려 억지로 노력할 필요 없다. 그저 업무적으로 남에게 폐 끼치지 않도록 내 할 일 하고 퇴근해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만나 실컷 어린애처럼 굴며 무리의 일원이 되면 되는 거다.


이직 후 ‘적응기간’이라는 건 일의 적응보다는 혼자가 될까 봐 눈치 보는 기간을 일컫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회사에서 만났다고 해서 모든 동료에게 거리를 둘 필요까지도 없다. 가장 친한 친구와 술잔을 기울이며 ‘우리가 언제부터 이렇게 친해졌지?’라는 이야기를 시작하면 가물가물한 것처럼 직장에서도 알 수 없는 계기로 마음 맞는 동료와 더 가까운 관계가 되기도 한다. 모든 건 자연스럽게 이뤄지기 마련이다. 일부러 가까워지려 애쓸 필요도, 멀어지려 애쓸 필요도 없다. 


하지만 여전히, 다음 회사로 이직하면 같이 점심 먹어줄 동료 정도는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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