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하고 멋진 서른을 꿈꿨던 열세 살 소녀에게

영화 [완벽한 그녀에게 딱 한 가지 없는 것]을 보고 듣고 쓴 이야기

by 남수돌

영화를 볼 때 '어 이건 내 이야기잖아'라고 생각하며 소름이 돋을 때가 있다.

[완벽한 그녀에게 딱 한 가지 없는 것](13 going on 30, 2004)을 볼 때가 그중 하나였다.

movie_image.jpg 네이버_영화 스틸컷

제사를 지내지 않아 어린 시절부터 명절은 가장 여유로운 시간이었다. 명절 특선영화를 섭렵하며 주인공이 되는 꿈을 꿔도 그다음 날 학교를 가지 않아 늦잠을 잘 수 있었던, 평범하지만 행복한 날들이었다.


명절에 읽을거리와 볼거리에 둘러싸여 달콤한 시간을 보내곤 했는데, 성인이 되고 나니 향수와 함께 문득 그 시절이 떠오를 때가 있었다. 그럴 때마다 내가 어릴 적 즐겨보던 그것들을 찾았다. 옛날이라면 상상하지 못했겠지만, 현대와 과거를 잇는 매개체로서 넷플릭스는 내가 그것들을 찾는데 아주 좋은 파트너로서 역할을 톡톡히 해줬다.


영화 [완벽한 그녀에게 딱 한 가지 없는 것(이하: 완벽한-)]은 성인이 되어 찾았던 첫 번째 영화였다.

영화를 처음 본건 초등학생 때였던 것 같다. 그 시절 무렵 나는 이르긴 했지만, 케이블 방송에서 틀어주는 미드에 빠져 지금보다 더 드라마와 영화를 맹신했었다. 그때 인상 깊게 봤던 영화가 "완벽한-" 이였다.

movie_image (1).jpg 네이버_영화 스틸컷

주인공은 자신의 개성 있는 모습을 사랑하는 대신, 잡지 속 멋진 서른 살의 커리어우먼들을 동경하며 하루빨리 어른이 되고 싶어 했다. 그러다 자신의 생일날 '마법의 가루'를 우연히 머리에 쏟게 된 후, 눈을 뜨고 나니 자신이 그토록 되고 싶었던 사람이 되어 있었다. 서른 살의 성공한 잡지 편집장이었다.

하지만 현실은 어린 시절 꿈꾸던 삶과 달랐다. 성공한 대신 그녀는 직장 동료의 남편과도 쉽게 불륜을 저지르고, 부모님과는 인연을 끊은 채 살아가며 바쁘다는 핑계로 주위 사람들을 돌보지 않는 삶을 살고 있었다.

영화는 서른 살이 되었지만, 사실 어른이 된다는 것이 그렇게 매력적인 일이 아니었음을 깨달아가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결국 외롭지만 화려한 성공 대신, 행복한 삶을 선택한 주인공의 모습이 펼쳐지며 영화는 끝이 난다.


처음 이 영화를 봤던 13살 무렵의 나는 서른이 된다는 것이 굉장히 어마어마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서른이 되면 면 내 노력에 따라 다르겠지만 적어도 어느 정도 완성된 삶을 살지 않을까 막연한 기대를 했었다.

하지만 머리가 커보니 알겠다. 서른이 된다는 것, 나이가 많아지는 것이 사실 어른이 됨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고.

movie_image (2).jpg 네이버_영화 스틸컷

그래서 다시 영화를 찾게 되었을 때, 영화를 보는 내내 소름이 돋았었다. 처음 봤을 당시에는 알지 못했지만 나 역시도 막연한 어른에 대한 환상을 품고 있었구나 깨달았다. 지금 영화를 보고 있자니 화면이나 연기들은 다소 촌스럽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영화가 던지는 메시지는 그렇지 않았다. 지금 영화가 개봉한다면 사람들은 인스타그램에 자신의 어린 시절을 올리면서 영화에 대한 감상평을 대신하지 않을까.


영화를 보고 듣고 쓰는 마무리
지금의 나는 어린 시절 내가 동경했던 어른의 삶을 살고 있는 건가 의문이 들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지금도 잘하고 있어, 너무 욕심내지 마"라고 꾹꾹 눌러본다. 나 자신을 채찍질하는 대신 사랑하고 아껴주며 최선을 다해 "지금의 삶"을 살아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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