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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수돌 Mar 13. 2023

퇴근 후 공유오피스에 출근합니다

나만의 미라클 이브닝을 위해

미라클 모닝에 실패한 자의 이야기


몇 년 전부터 자기계발하면 곧 미라클 모닝을 떠올릴 정도로 출근 전 아침 시간을 자기 자신을 위해 쓰는 직장인들이 늘어나고 있다. 내 주변도 예외는 아니었는데, 새벽 5시나 6시에 일어나 글을 쓰거나 운동을 하는 등 오로지 자기 계발을 위해 시간을 바치는 사람들은 내게 있어 늘 존경의 대상이었다. 


20대의 나는 잠을 별로 자지 않아도 멀쩡했는데, 30대의 나는 적어도 아침만큼은 무슨 일이 있어도 7시 이전에 일어날 수가 없는 지경이 되었다. 그래도 요즘 트렌드라는데, 한번 해볼까 싶어 미라클 모닝에 야심 차게 도전하기도 했었다. 물론 작심삼일로 끝났지만. 

출처: 나만 모르는 꿀팁(페이스북) (미라클 모닝으로 인해 잠시 잃어버렸던 일상이여)

한 이틀 정도 새벽 6시에 일어났긴 했는데 침대 밖을 나오는 것은 모두 실패했다. 나중에 미국에서 사는 친구들에게 미라클 모닝이 미국 현지에서도 새벽에 일어나 자기 계발을 하는 것이냐고 물었더니 미라클 모닝은 개개인에 따라 자기에게 맞는 시간에 일어나는 것이라고 했다. 


미라클 모닝이 반드시 새벽에 일어나야 하는 게 아니었다니. 실제로 현지에서는 오전 9시나 10시에 일어나서 자기 계발을 해도 미라클 모닝이라고 한다는 것이었다. 

출처: 미라클모닝-YES24(아니 왜 새벽 6시로 표지를 해놓은 걸까. 한국인의 지갑을 열게 하기 위함일까.)


미라클 모닝 아니면 어때, 미라클 이브닝 할래


어찌 되었든 아침에 자기 계발을 통해 자신을 위한 기적을 행하는 일이기 때문이라나. 그때 나는 결심했다. 새벽에 일어나지 못한다면 나만의 미라클을 한번 만들어보자고. 출근하기도 바쁜 현대 직장인에게 아침에 기적을 만들어내는 것은 사치라 여겨진 나는 미라클 모닝 대신 미라클 이브닝 선택했다. 


미라클 이브닝을 실천하기 위해 평소 퇴근 후 생활 패턴을 살펴보기로 했다. 저녁 7시 이전에 퇴근해 집에 도착하면 저녁 8시 무렵. 간단히 저녁을 먹거나 밀린 집안일을 하다 보면 금세 시곗바늘이 저녁 9시나 10시에 가까워져 있었다. 


운동 다녀오면 벌써 밤 11시. 씻고 간략히 회사 갈 준비를 하다 보면 어느새 밤 12시가 되어 있었다. 어제의 끝이자 오늘의 시작, 오늘의 끝이자 내일의 시작이기도 한 밤 12시에 말이다. 

출처: https://maily.so/trendaword/posts/7eddf281 (회사 갔다 온 내 모습)

그러다 보니 정말로 나를 위한 시간이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서울에서 퇴근 후 집에 도착하면 녹초가 되어 곯아떨어지는 내가 어떻게 미라클 이브닝을 실천할 수 있을까. 서울로 차라리 이사올까 싶다가도 같은 금액으론 지금과 같은 집에선 살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어 빠르게 고민을 접었다. 


미라클 이브닝을 위한 공유오피스 탐방기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열심히 머리를 굴리다가 우연히 출근길에 한 공유 오피스를 보게 되었다. 말로만 들었지 공유 오피스를 이렇게 가까이에서 본 것은 처음인지라 공유 오피스가 통유리로 된 덕분에 어떤 사람들이 일하고 있는지 쓱 살펴봤다. 

출처: 처음 접하게 된 공유오피스였던 스파크플러스 공덕역점 사이트(지금은 불투명 유리로 바뀌었다)

대부분 20대나 30대일 거라는 예상과 달리 40대 혹은 50대로 보이는 직장인들도 가득했다. 대체 저들은 저기서 무엇을 하는 것일까 궁금했다. 그래서 브런치나 블로그를 통해서 공유오피스에 가는 이유에 대해 검색해 봤다. 


재택근무 중에 집중력이 떨어져서 방문한다는 회사원부터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는 작가나 영상 제작자, 취업 준비생, 독서실에서 공부하기 어려운 수험생 등 다양했다. 


그중에는 나처럼 퇴근 후 부업을 하거나 사이드프로젝트를 하기 위해 찾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래서 결심했다, 한번 퇴근 후 공유오피스로 출근해 나를 위한 무언가를 하기로. 

출처: 공유오피스 나무위키/ 참 많기도 많다. 

위워크부터 패스트파이브 등 공유오피스 사업이 호황기임을 입증하듯 전화영어만큼이나 많은 업체가 있었다. 이 정도면 공유오피스계의 춘추전국시대가 아닐까 싶어 찾아보다가 체험권을 무료로 이용해 볼 수 있는 공유오피스를 발견하게 되었다. 바로 집무실이었다. (참고로 왜인지 나무위키에는 없었다. 집무실을 포함해 나무위키에 없는 공유오피스도 꽤 있을 듯하다.)


집무실을 경험했습니다


출처: 집무실 홈페이지

집무실을 선택하게 된  이유 중 가장 절대적인 부분이 바로 공덕역에 자리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회사 근처에 있다 보니 퇴근 후 10분 정도면 도착할 수 있어 시간을 아낄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게다가 가격도 한 달 기준 33,000원에 1시간 무료+1시간씩 연장 시 3,300원의 추가 금액 발생이라는 구조도 괜찮은 듯싶었다. 그렇게 나는 퇴근 후 공유오피스에 출근하게 되었다.

출처: 집무실 홈페이지(내가 구매한 회원권)


체험권으로 집무실을 체험하면서 장점과 단점이 아래와 같이 명확히 보였다. 


[장점]

1. 업무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

마치 유튜브에서 "일할 때 들으면 좋은 노동요'를 틀어놓은 듯 24시간 내내 분위기 좋은 재즈 바에 온 듯한 음악이 공간에 울려 퍼진다. 게다가 군더더기 없는 인테리어는 마치 카페에서 일하고 있는 것만 같은 느낌을 선사한다. 

출처: 내 사진첩


2. 3일간 24시간 내내 무료로 체험할 수 있는 체험권

체험권이 정말 유용한 마케팅 수단이라는 생각이 드는 게 공유오피스를 체험해보지 않은 이들은 카페와 공유오피스의 차이점을 경험하지 않고서는 절대 알 수 없다. 


그런 이들을 위한 24시간 내내 무료로 그것도 3일간 체험해 볼 수 있는 체험권이라니. 이용자 입장에서는 꽤 구미가 당기는 상품이었다. 체험권이 소진되면 자동 결제되므로 집무실 측에서도 자연스럽게 구매 전환이 이뤄지기 때문에 더욱 많은 고객들을 확보할 수 있는 좋은 방안이지 않을까 싶었다. 


3. 전화를 받을 수 있는 부스와 매점의 이용

마치 도서관을 방불케 하는 조용한 분위기라 절대 자리에서 전화를 할 수 없는 환경인데, 전화를 받으려면 나가지 않아도 되는 Phone booth를 운영하고 있는 점이 좋았다.


 게다가 나 같은 커피홀릭과 애주가를 위해 커피와 위스키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는 점이 인상 깊었다. 배가 고프면 굳이 나가지 않아도 '룸서비스'라는 기능을 통해 무인으로 각종 간식거리를 구입할 수 있는 매점이 있는 점도 만족스러웠다.

출처: 내 사진첩


[단점]

1. 사람이 너무 많다.

사진에서는 사람이 없는 듯 보이지만, 평일 오후에는 정말 사람이 많았다. 그렇다고 시끄러운 것은 아니었지만, 간혹 사람이 너무 많아 앉을자리가 없을 정도였다. 돈을 내고 들어왔는데 앉을자리가 없다면 얼마나 서러울까. 공덕점이 특히 규모가 작아 그런 것일 수도 있는데, 기회가 된다면 다른 지점도 같은 상황인지 한번 가보고 싶다. 


2. 과연 적당한 가격일까

스타벅스를 예로 들자면, 대략 5천 원이면 적어도 2-3시간 정도는 눈치 보지 않고 머무를 수 있는데 집무실에선 2-3시간이면 추가 금액만 3,300~6,600원에 이른다. 과연 합리적인 가격일까 싶다. 게다가 1시간 2분을 머물러도 2시간의 요금이 책정되어 낙전 이익이 발생하는데, 만약 10분 단위로 요금을 매긴다면 낙전 이익은 줄어들겠지만 편리함을 느낀 고객들이 집무실을 계속 이용하게끔 하는 요인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 


3. 아쉬운 환경

직원분들이 지속적으로 소독을 잘해주고 계시지만 아무래도 공유오피스다 보니 환기가 잘 되지 않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 공덕점의 경우 창문이 없는 대신 공기청정기가 있는 것 같았지만, 날이 좋은 날에는 특히 창문을 열고 일했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다. 게다가 아직 더운 날씨가 아님에도 에어컨을 틀어 놓아 저녁 무렵에는 약간의 추위를 느껴야 했다. 깨끗한 것은 좋았지만, 그 외 부분은 잘 관리되는 듯 보이진 않았다. 


퇴근 후의 몰입에 대하여


퇴근 후 침대에 눕고 싶은 마음을 다잡고 공유오피스로 출근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업무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을수록 점점 더 나를 위한 것을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커졌다. 요즘 나는 퇴근 후 공유오피스에 들려 브런치 글쓰기부터 전자책 펀딩 준비, 글쓰기 코칭 클래스나 각종 기고할 칼럼에 대해 정리하는 시간을 가지고 있다. 


어느 순간 지쳐서 '아, 이젠 진짜 그만해야겠다'라고 생각하기 전까지는 한동안 이렇게 살아보려 한다. 퇴근 후 몰입이 쉽지는 않은 편이지만 앞으로 브런치를 통해 퇴근 후의 미라클 이브닝 체험기를 기고해 볼 예정이다. 가뜩이나 마땅히 쓸 소재가 없어 한동안 떠났던 브런치인데, 올해는 꼭 브런치를 통해 의미 있는 결과를 이뤄내 봐야겠다. 

출처: https://www.thisisgame.com/webzine/community/tboard/?board=33&n=354176/ 저는 40대 때 누워지내려고 이짓을 합니다.



이 글을 보고 있는 여러분 중 지친 일상 속에서 오롯이 자신을 위해 시간을 내보고 싶은 분들이 있다면, 공유 오피스를 추천합니다. 참고로 저는 브런치 일개 쩌리 작가이기 때문에 집무실에게 아무런 홍보 요청을 받지도 않았으며 내돈내산을 실천하고 있음을 말씀드립니다: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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