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op과 한국 미디어, 문화가 갖는 파급력
고등학생때 베트남 작은 국제학교에 입학했을 당시, 케이팝 아이돌 2세대가 왕성하게 인기를 얻어 갈 시기였고, 베트남에서도 그 인기는 엄청났다.
케이팝의 인기로 나는 친구들과 쉽게 대화를 트고, 같이 음악을 듣고, 좋아하는 그룹을 이야기하며 친해질 수 있었다. 동방신기, 슈퍼주니어, 소녀시대를 거쳐 비스트, f(x)까지 팬덤이 엄청났으며 그 관심은 한국인이었던 나보다 뒤지지 않았다.
나는 음악에는 딱히 이렇다 할 취향이 없기에, 대중적인 인기를 끌었던 케이팝 아이돌 그룹들의 노래를 가리는 것 없이 섭렵하고 있었다. 떡잎부터 덕질에 소질이 있던 나는 아이들에게 이제껏 겪어보지 못했던 깊이 있는 덕질의 세계를 보여주었고, 지식을 전파했다.
이전에 소개했던 나의 베스트 프랜드와도 케이팝으로 끊임없는 수다를 떨고,
학교 행사에서 같은 반 아이들이 모여 티아라 롤리폴리 춤을 연습해서 무대에도 올랐다.
한국에 대한 관심이 엄청나서 가끔은 나도 모르는 한국 뷰티브랜드부터, 연예인 소식도 베트남 친구들을 통해서 알게 되는 경우도 많다. 단지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쉽게 호감을 사고, 더 많은 친구를 사귈 수 있었다. 타지에서 진짜 내 한국또래들과 같은 관심사와 문화를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은 생각이상으로 신기하고 대단한 일이다.
개인적으로는 한국에 대한 관심이 상업적 용도로 너무 과하게 올려치기 되는 현상에 반발심이나 저항감이 생긴 게 원인이 아닐까 추측해 본다. 그것들을 정확하게 정의하기는 어렵지만, 애정의 이면에 있는 묘한 열등감이나 질투심에서 시작되는 것일 수도 있다고 조심스럽게 생각해 본다.
종종 한국의 문화에 대해서 열등감을 가지고 있다고 느껴진 친구들이 있었는데, 주로 자신들의 음악 취향을 과시하고 싶을 때 케이팝을 무시하는 말을 하거나, 한국 영화, 드라마가 유치하다고 깎아내리며, 베트남 미디어에 대한 자부심을 내비치곤 했다.
그럴 때마다 이런 이유 없는 평가절하의 대상이 한국문화가 아닌 내가 된 것처럼 느껴져 기분이 좋진 않지만, 그저 개인의 취향일 뿐이라고 생각하며 넘겼다.
그리고 나와 같이 베트남에서 자라온 한국친구들 또한 자주 겪었던 일이 있는데, 간혹 베트남여자들이 한국여자를 보고 "어머, 베트남 사람인 줄 알았어요!"라고 말하면서 '뭐 이래?'라는 표정으로 위아래를 훑는 은은하게 먹이는 스킬이 있다. 뭐, 한국사람처럼 세련되지 않았네 라는 메시지가 담긴 거겠지만, 그럼 반대로 베트남사람처럼 보이는 게 안 좋고, 촌스러운 거라고 전제한다는 걸 지들 입으로 말하는 것과 같은 꼴이다. 묘하게 기분 좋지 못한 평가다.
하지만 언어가 통한다면 손쉽게 오해에서 비롯된 갈등은 극복할 수 있다고 있다고 나는 믿는다.
대학교에서 첫 수업에 들어갔을 때, 유일하게 같은 한국인이었던 사람이 나에게 다가왔고 얼떨결에 점심도 같이 먹게 되었다. 그러고 돌아오니 뒷자리에서 베트남친구들이 베트남어로 '역시 한국애들은 지들끼리만 어울리네. 선을 긋네.'라는 가벼운 험담을 나누는 걸 들었다.
나는 바로 뒤를 돌아서 그런 의도는 없다고 말해주었다. 내가 베트남어를 할 거라고 생각 못했던 그들은 놀라고 미안해하면서, 서로 빠르게 친해지게 되었다. 일부 한국인들은 베트남어나 영어가 편하지 않아서 한국인들끼리만 어울렸던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그들의 오해도 납득이 갔다. 그 모습을 재수 없어한다는 이유가 한국인들과 친해지고 싶었기 때문이라는 것도 알기에 나는 더 적극적으로 다가가려고 노력한다.
한국 미디어, 문화의 영향력은 더 퍼져나가고 있는데도, 한국인들에 대한 좋기만 했던 이미지는 일부 베트남에서 거주하는 한국인들이나 여행객의 무례하고 존중 없는 행동과 태도로 인해 조금씩 흐려지는 것 같다. 실제로 현재는 예전만큼 '한국인'이라는 타이틀은 큰 영향력을 갖지 않는다.
외국에 사는 한국인으로서 내 나라의 문화와 인기로 누렸던 호의와 친절에 감사하며, 그 좋은 이미지가 망쳐지지 않게 나의 행실에 존중과 친절을 담아내야 함을 되새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