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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두면 좋은
베트남의 미신과 매너 - 2탄

베트남사람들이 관계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들

by 반쯤 사이공니즈

1편에 이어서, 2편에서는 관계에 관한 것들을 조금 이야기해보려 한다. 일반화하려는 의도는 없으며, 모든 것에는 인식의 차이와 개인의 차이가 존재한다는 것을 전제하에 읽어주길 바랍니다.



6. 기브 앤 테이크


베트남사람들은 베푸는 것에 너그럽고, 정이 많다. 물론 사람마다 대가 없는 호의를 베풀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마냥 받기만 하면 안 된다. 호의를 받을 때는 꼭 상대에게도 돌려줄 것을 생각하는 게 좋다.


이건 국적을 떠나서 인간이라면 당연한 매너이지만, 베트남에서는 그 주고받는 경계선이 더 뚜렷한 느낌이다. 받았다면, 당연하게 그에 응하는 비슷한 수준의 베풂이 필요하다. 받은 것에 대한 감사한 마음을 넘어서서 '빚'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감정적, 관계적 빚이라고 느끼기에, 언제가 되든 어떻게든 갚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감당하기 어려운 도움을 받는 것을 꺼려하는 사람들도 있다.


몇 가지 썰을 이야기 해보겠다.

1. 호의의 거절

예전에 어머니가 일하시는 곳에서 베트남 직원친구에게 수고했다며 음료수를 몇 번 사주셨다고 한다. 그 직원친구는 굉장히 부담스러워하면서 매번 음료수를 받은 다음에는 꼭 작은 간식이라도 사 와서 엄마에게 건넸다. 어느 순간 그 친구가 곤욕스러운 표정으로 엄마에게 받으면 갚아야 하니, 자기는 받는 것이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부담을 느끼라고 준 게 아니라며 설명했지만, 하지만 베트남에서는 그렇지 않다고 앞으로는 너무 자주 음료수를 사주실 필요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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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호의의 대가는 확실히

내가 국제학교에 처음 전학 갔을 때, 나를 끌고 다니면서 계속해서 과자와 음료수를 사주던 친구가 있었다.

학교에서 한 가닥 하는 친구였는데, 가격도 몇 백원밖에 안 하는 과자였고 나는 싫다고 거절해도 계속해서 주기에 오히려 안 받는 게 예의가 아닌 거 같았다. 그래서 그들과 맛있게 먹었고, 고맙다고 인사를 했다.


그게 몇 번 반복되자, 뒤에서 받아먹기만 한다며 뒷담화가 돌았다. 받았으면 나도 베푸는 게 당연한 것이지만, 그 친구와는 그 정도의 유대감이 쌓이지도 않은 상태였고, 다소 강제적인 권유에 응했던 것이어서 조금 당황스러웠다. 그 뒤에 조용히 그 무리에게 좋은 과자와 음료수를 사서 돌린 뒤 조금 거리를 두었다.


결국 '베풂'은 단순히 호의를 넘어 관계 속 '빚'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그리고 때로는 그것이 낯선 이의 '매너'를 가늠하는 척도가 될 수 있음을 어렴풋이 짐작하게 된 경험이었다.


7. 머이 문화 ( Mời)


베트남에서 조직생활을 해본 사람이라면 익숙한 문화일 것이다. 새로운 것을 장만했거나, 승진했을 때처럼 좋은 일에 사람들은 '한턱 쏜다'라는 개념과 비슷한 '머이 (Mời)'를 한다.


머이(Mời)는 '초대한다', '베푼다'라는 뜻이 있는데, 한국과 다른 점은 기쁨을 나누는 것을 넘어서 관계 속에서의 의무와 체면이라는 것을 기반으로 작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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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조금 신기하게 느껴졌던 것은 베트남은 임금이 매우 낮은 편인데도, 직장 동료 모두에게 음료수 혹은 간식을 돌리는걸 거리낌 없어했다. (한국에서는 보통 '회식'으로 크게 한턱을 쏘는 반면, 베트남에서는 개인적으로 모두에게 음료수나 간식을 돌리는 것이 더 보편적인 듯하다.)


주로 오토바이, 집 같은 큰 금액 혹은 새 신발까지 새로운 것을 크게 장만했을 경우에 머이(Mời)를 하는데, 축하를 넘어선 '새로운 것에 대한 안전과 행운'을 빌며 액운을 막는 의미도 포함한다고 한다. 액땜이라고 생각하니, 아무리 쪼잔한 사람들도 흔쾌히 머이(Mời)를 하는 것도 납득이 된다.


8. 이쁜 숫자 (Số đẹp)


베트남에서는 8,6,9가 좋은 숫자라고 여기는데, 이것들의 조합이 또 중요하다. 이 조합이 좋은걸 '이쁜 숫자 (số đẹp)'이라고 말하는데, 숫자가 연속되어 반복될 때 더 좋은 의미를 가지고, 귀해진다.


그래서 8,6,9 숫자가 연속되는 자동차 번호판, 전화번호, 계좌번호 같은 게 상상을 초월하는 고가에 사고 팔리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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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지 않다고 여기는 숫자도 흥미롭다. 한국처럼 죽음과 발음이 비슷한 숫자 4, 실패와 비슷한 발음인 숫자 7을 불길하게 생각한다. 그래서 베트남도 4가 들어가 있는 층을 3A, 13A처럼 다른 숫자로 대체하는 경우가 흔하다.


- 행운의 숫자: 8,6,9

- 불운의 숫자: 4,7


그 외 흥미로운 미신


- '닭발은 짝수로 먹어야 한다. 홀수로 먹으면 손을 떨게 된다.' 닭발을 짝수로 먹으면 닭이 죽어서 떠날 수 없다는 믿음에서 시작된 미신인데, 꽤나 많은 사람들이 믿고 있는 보편적인 미신이다.


- 저녁에 머리를 감거나 샤워하면 죽을 수 있다. 한국의 '선풍기 틀고 자면 죽는다'라는 미신과 비슷한 거 같은데, 쌀쌀한 저녁에 머리를 감으면 몸의 기온이 내려가서, 급사할 수 있기에 이런 믿음이 생긴 듯하다.


- 한국미신과 같은 미신들: 밤에 손톱을 깎지 않는다. / 침대에 가까이 거울을 두지 않는다. / 문 지방을 밟지 않는다.


- 올빼미 (con chim heo)를 목격하는 걸 두려워한다. 하얀 얼굴을 한 올빼미가 날아들어오거나 주변에 보인다는 건 가까운 누군가가 죽는다는 소식과 같다고 한다. 사실 올빼미는 야행성이라서 한국에서도 보기 힘든 개체다. 보기 힘든 만큼 베트남에서도 누군가 그새를 본다면 정말 큰 불운이 온다는 의미로 받아들인다고 한다. 한국에서 까마귀를 불길하다고 여기는 것과 비슷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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