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인생의 숲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버들잎 Feb 16. 2024

이런 신발끈!

1.시 버전


이런 신발끈

철퍼덕 넘어지고 돌아보니

삐죽나온 돌도 나무 뿌리도 아닌

뒤엉킨 나의 등산화 신발끈

아 원망해야 했을 것은

가난도 부모님도 아닌

엉킨 내 마음의 끈들


2.에세이 버전

아니 글쎄 산에서 누가 내 발을 철썩 잡는 느낌이 나는거야.

이런, 신발끈!

그래서 양발로 몇발자국 뛰어서 겨우 중심을 잡았지.

뭐에 걸렸나 하고 땅을 보니까 한쪽 신발끈이 다른쪽 끈에 걸렸지 뭐야.

내 발목이 나한테 잡혀서 하마터면 반가운 어르신도 안계신 길에 철퍼덕 큰 절을 할 뻔했어.

산이 높지 않으니까 신발 끈을 대충 묶고 간게 화근이었지.


내려와서는 며칠 동안 생각을 해봤어.

살다가 보니까 이런 일들이 많았더라고.

인생을 걷다 보면 넘어질 일이 많잖아.

남이나 환경 또는 예측하지 못한 상황 같은 것들이 발목을 잡을 때가 있지.

그런데 대부분 내가 넘어졌다고 생각했던 때는

나 스스로 넘어졌던 것 같더라고.

그러면서 '남' 탓을 했던거지.


원망해야 했을 것은 가난도 부모님도 아니었어.

엉킨 내 마음들 뿐이었지.

신발끈을 잘 묶고 다녀야겠어.

잘 걷기 위해 신은 신발 탓에 되려 넘어져서야 되겠나.


요즘 자주 풀리는 신발끈은 늦잠이라는 녀석이야.

늦잠을 자니까 '밥 먹을 시간도 없다'고 하고

느리게 가는 버스도 원망스럽고

누가 지나가다 부딪히면 괜히 기분이 상하는거지.

내 마음에 여유가 있을 때는 그러지 않더라고.

또 다른 풀린 신발끈이 뭐가 있나 곰곰히 생각해 보려고.

영어, 예의, 연애, 말, 배려

아마도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신발끈이 더 중요할 것 같아.

매거진의 이전글 엄마 행복한 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