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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위티 Tweety Oct 21. 2024

유학생에게도 영어는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영어가 좋아

영어에 대한 나의 관심은 유년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나는 유치원생 때부터 부모님의 직업으로 인해 다양한 국가를 여행하며 살았다.  


영국, 스위스, 독일, 헝가리, 뉴질랜드... 외에도 당시에는 이름조차 생소했던 나라들. 어릴 적 내 여권에 찍힌 다양한 모양의 도장을 보고 이것들이 대체 뭔지 엄마한테 물어봤던 기억이 난다.



유럽의 어느 가게 앞에서.



한 나라에 짧게는 며칠, 길게는 몇 개월씩 머물렀고, 중간중간 몇 개월씩 진행되는 영어캠프에 다녀오기도 했다. 당시에는 어렸었고, 눈치로 주변 상황을 이해할 수는 있었지만 영어로 내 생각을 표현할 수는 없었다. 어린 나이에 "화장실이 어디예요?"조차 스스로 물어볼 수 없는 낯선 환경에 던져진다는 건 참 무섭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이 시기는 나에게 항상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영국에서 지낼 때 알게 된 독일에서 온 젊고 예뻤던 영어선생님은 아직도 이름과 얼굴이 선명하게 기억난다. 말을 못 해 손짓 발짓으로 의사소통했지만 이 선생님이 나를 정말 아껴주고있구나 라는 걸 마음으로 느낄 수 있었다. 또, 스위스에서 알게 된 일본인 유학생 언니도 기억이 난다. 어린 나의 눈높이에 맞춰 항상 무릎을 꿇고 앉아 다정히 눈을 맞춰주었던 언니. "일본이 한국에게 한 행동을 용서해 주었으면 좋겠어."라는 말을 했는데, 그 당시에는 무슨 뜻인지 이해하지 못했지만, 지금 다시 생각해 보면 참 고맙고 예쁜 마음이다.



이 시기의 기억이 강렬히 남았나 보다. 이후, 초등학교 진학을 위해 한국에 돌아와서 내가 가장 즐겨보았던 것은 만화가 아니라 도전 슈퍼모델이나 프로젝트 런웨이 같은 미국 리얼리티 프로그램이었다. 들리는 영단어를 따라 말해보기도 하고 뜻을 사전에 검색해보기도 했다. 이때부터였던 것 같다. 나도 저들처럼 유창한 영어를 사용하고 싶고, 영어를 사용하는 일을 하고 싶다는 꿈을 품게 된 게.










미국으로 유학, 영어 실력은 비약적으로 늘었지만... 


처음 미국에 도착했을 땐 스스로 커피 한잔 주문하지 못했다.


물론 학교 application을 위한 토플점수가 필요해 출국 전 영어 공부를 나름 열심히 하긴 했다. 그러나 시험을 치르기 위한 영어 공부는 실제 내가 영어를 입밖에 내뱉어야 할 땐 큰 도움이 되진 못했다. Reading과 listening은 그럭저럭 되었지만, 실전에서 영어로 내 생각을 표현하기에는 여전히 부족한 실력이었다.



학교 앞 버스정류장.



영어를 잘한다는 건 뭘까. 다른 나라의 언어를 사용할 줄 알게 된다는 게 뭘까. 유학 초반에는 그저 수업 열심히 듣고, 친구도 사귀고, 그리고 미국에 왔어도 틈틈이 영어단어와 문법 공부를 소홀히 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영어를 잘한다는 것 = 단어, 문법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새로운 언어를 익힌다는 건 그저 단어와 문법을 달달 외우는 것에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그 나라의 문화에 스며들어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영어가 꽤나 익숙해졌던(?) 유학 2년 차였을까, 영어 수업에서 교수님이 어떤 농담을 한 모양인지 다들 깔깔 웃었다. 교수님이 무슨 말을 했는지 100% 이해했지만, 친구들이 '왜' 웃는지는 이해가 안 됐다. "저게 뭐가 웃기지..? 뭐지?" 하며 혼자 갸우뚱했던 기억이 난다. 나중에 물어보니 미국의 유명 시트콤 프렌즈Friends 관련 유행어, 대사, 내용이었다고 한다. 프렌즈를 보지 않았던 나는 당연히 이해가 안 됐을 수밖에.







꽤나 내향적인 나는 적극적으로 수업 외 활동에 참여하지 못했다. 정말 친한 친구들 2~3명 외에는 주변에 많은 사람을 두지도 않았다. 수업과 과제를 따라가기에도 벅찬 나날들이었다. 하지만 정말로 영어를 습득하기 위해선 혼자 방에 틀여 박히기보다는 미국 친구들과 더 많이 교류하며 미국이 어떤 나라인지, 어떤 문화를 가지고 있는지 직접 몸으로 부딪혀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이후, 제일 먼저 한 건 핸드폰과 랩탑의 언어설정을 영어로 바꿨다. 내 주변에 보이는 모든 것들의 언어를 영어로 설정해서 영어를 보는 게 자연스럽고 편해지도록 만들었다. 밥 친구였던 한국 예능과 드라마도 끊었다. 대신, 미국 토크쇼나 드라마를 영어자막으로 보기 시작했다.










자, 이제 실전이다.


올해 5월에 첫 회사를 그만두고 벌써 5개월째 취준 중이다.

 


5개월 동안 20곳 가까이 되는 회사와 인터뷰를 보았다. 대부분의 인터뷰에서 영어 인터뷰가 포함되었는데, 외국계회사이거나 직무특성상 영어실력이 중요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5년이라는 시간을 보내며 영어를 꽤 잘하게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최근 이 생각이 와르르 무너지고 있다. 모든 인터뷰에서 영어로 답변을 할 때면 버벅거리거나, 당황해서 답변을 끝내지 못하는 순간이 참 많았다. 특히 Situational question 같은 질문을 받고 논리 정연하게 내 생각을 전달해야 하는 순간이면.. 정말 머리가 새하얘졌고, 얼굴이 빨개져 답변을 마치지 못한 나 덕분에(?) 면접실 안은 어색한 적막이 감돌았다.






그렇게 면접에서 영어 질문에 대한 답변을 잘하지 못하고 버벅댈 때면 이런 시선이 느껴진다. "미국 유학생도 별거 없네." "유학생 출신이라 뽑아봤더니 뭐야, 영어도 잘 못하잖아?"



물론 저런 말을 실제로 들은 건 아니지만, (나의 자격지심일 수도) 매 인터뷰마다 저런 목소리가 귓가에 맴도는 것 같았다. 영어는 꽤 하지만 native 만큼은 아닌 나. 하지만 유학생을 뽑고자 하는 회사들은 '원어민 수준의 영어실력'을 원한다. 그래서 미국 대학 졸업장 덕분에 수많은 인터뷰 기회를 얻었음에도, 이 졸업장이 부담스럽고 원망스럽게 느껴질 때도 많았다.



그렇게 몇 번의 인터뷰를 망쳐 이불 킥하는 나날들이 쌓이자 혼자 연습하기보다는 원어민과 제대로 연습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랭디나 cambly 같은 언어교육 서비스를 사용해 봤는데, tutor로부터 항상 듣는 말은 "솔직히 네가 왜 이 수업을 듣는지 모르겠어. 너 영어 완전 잘하는데?"였다. 오히려 원어민과 대화할 때 영어 잘한다는 소리를 듣는 이런 아이러니..



결국 제2언어를 습득한다는 건 끝이 없는 과정이라는 게 요즘 많이 하는 생각이다. 유학을 다녀왔어도 계속해서 배우고 공부해야 한다. 인터뷰마다 느끼는 두려움을 이겨내는 것 오롯이 나의 몫이다. 그래서 매일매일 영어공부를 하려고 한다. 스스로 떳떳해지기 위해서. 버벅거려서 인터뷰 하나 망쳐도, 그래도 자존감은 지킬 수 있다. 나 스스로 내가 얼마나 열심히 노력하는지 알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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