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건축과 전공이 아니지만 건축설계업에 몸을 담았던 사람이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하고 싶은 게 많은 욕심쟁이였다. 초등학생 때 남들 다 가는 피아노학원, 미술학원을 다녔었지만 집안 형편 탓에 둘 중 하나는 포기해야만 했다. 그때 처음으로 내가 선택한 것이 미술학원이었다. 학창 시절 내내 형편에 따라 학원을 다니다가 그만두었다가 하긴 했지만 미술은 항상 해왔었다. 학교 다닐 때도 미술부를 선택하여 그림을 그렸다. 그러다 고등학생 때는 남들 하듯이 미술을 접고 공부를 했었는데, 공부에 흥미도 없었고 제대로 된 공부를 해본 적이 없던 터라 성적이 잘 나올 리가 만무했다. 그러던 고3 때, 미술을 해야 할 것만 같았고 늦어도 열심히 하면 된다는 생각에 부모님을 졸라 입시미술을 하였다. 실기를 잘 보기엔 턱없는 준비시간이었고, 그렇다고 특출 나게 잘하는 것도 아니었기에 그렇게 난 입시미술에 실패하였다. 재수를 할까 했지만 그 당시 교회 집사님께서 대학교 교수님이신 걸 알고 추가입학으로 대학을 들어가게 되었다. 그때 내가 선택한 전공은 '시각디자인'이었다. 순수미술을 좋아했지만 돈벌이는 힘들다는 생각에 디자인을 선택했고, 1, 2학년 총대를 맡아서 악착같이 학점관리+아르바이트를 했지만 재미가 없었다. 사실 잘하지 못했기에 재미가 없었을 테지만. 그러다 3학년 때 또 문득, 실내건축디자인과로 전과하게 되었다. 내가 다닌 학교는 시각디자인, 실내건축디자인이 한 학부로 묶여있었고 복수 전공이 인정되지 않아 1, 2학년때부터 타교양을 듣기보단 디자인전공수업을 들은 탓에 이미 재미는 느꼈고 관련프로그램도 내가 빨리 배운다는 것을 알고 나서부터는 잘할 수 있는 확신이 있었다. 그렇게 나는 과탑도 해보고, 나름 높은 성적을 유지하며 실내건축디자인전공으로 졸업했다.
졸업 후 전공을 살려 인테리어 회사를 가기에는 너무 박봉에 야근수당 없는 야근을 항상 해야 한다는 불만이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공을 들여 작업한 결과물이 임대기간이 끝나거나 다른 가게가 들어선다면 사라지게 되었다. 물론 오래갈 수도 있겠지만 인테리어는 유행을 많이 타는 탓에 내가 생각한 것보다는 금세 바뀌는 듯했다. 그때 대학생 때 시간강사 교수님께서 해주신 말씀이 떠올랐다.
'나는 동네가 한눈에 보이는 곳을 자주 올라가. 건물들을 바라보며 다짐하지. 여기에 내가 설계한 건축물이 몇 개가 될까? 인테리어는 자주 바뀌지만 건물은 허물기가 상대적으로 복잡하고 돈도 많이 들어서 보통 건물은 오래 가' 물론 정확하게 이렇게 말씀하신 건 아니었고, 긴 시간이 흐른 만큼 기억의 오류도 있을 테지만 난 실내가 아닌 건물설계에 매료되었다.
처음 취업한 회사는 주택, 펜션 내/외부를 설계하는 디자인회사였다. 집에 대한 애착이 컸던 나는 주택을 설계하는 것에 엄청난 흥미를 느꼈고, 그 당시에는 야근을 해도 힘든 줄 모르고 재밌기만 했다. 물론 박봉이었지만 일이 재밌었고, 전문직이니까 훗날 연봉은 올라갈 것이라고 생각하며 버텼다. 회사를 다니다 보니 알게 된 점은 설계사무실은 건축사가 있어야 하는 것이었고, 법에 따라 일정 면적 미만은 건축사가 아닌 사람도 설계가 가능했다. 물론 행정업무는 건축사가 해야 했는데, 처음 회사는 설계사무실 한 곳과 협업하여 업무들이 진행되었다. 우리가 디자인을 하고, 기본 도면을 제작하여 설계사무실에 넘기면 설계사무실에서 허가진행에 관한 서류를 만들어서 인허가 작업을 시작했다. 일을 하다 보니 건축법규도 많이 알아야 했고, 창호며 자재며 공부할 것이 태산이었다. 그래서 난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싶어서 설계사무실로 이직하였다.
처음이자 나에게 터닝포인트였던 설계사무실로의 이직. 부산토박이었던 내가 서울행을 결심했고, 건축과도 아니고 설계사무실에서 일해 본 적도 없는 내가 설계사무실을 경력직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원래 1~2학년때는 시각디자인전공이었고 3~4학년때는 건축과랑 같은 부류의 업종인 실내건축디자인전공으로 졸업했지만 건축과를 졸업한 건 아니었다. 실무를 배우는 건 건축과를 졸업해도 매한가지였겠지만, 타전공인 나는 그들에 비해 일하기가 더더욱 어려웠다. 다시 학교를 가서 건축과를 졸업할 수 도 없는터. 그래서 나는 독학을 결정했다. 대학 다닐 때 스스로 새벽반 영어학원을 다니면서 미라클모닝의 효과에 대해서는 이미 알고 있었다. 그래서 일하면서 미라클모닝을 시작하였다. 새벽에 일어나는 건 물론 고역이었지만, 야근이 많은 시기라 새벽기상을 해야만 따로 공부를 할 수가 있었다. 일찍 퇴근하는 날에는 집에 와서 더 공부를 했다. 전체적인걸 알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건축기사를 공부했다. 잠이 또 적은 편이라 하루에 4~5시간 자면서 하루종일 공부와 일만 했다. 덕분에 일 하면서도 이해 안 가던 부분들이 이해 가기 시작했고, 건축전공을 한 사람들을 따라잡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