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태하 Dec 23. 2019

코스모스

화요일의 시 <화시, the flower season>

unsplash @beccaschultz93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빈곤

군색한 결핍을 세차게 끌어안았다

녹아내리는 촛농을 보는 탕연한 시선

무의미는 무의미가 되어서야 안도했다

순간 태고의 두 소행성이 충돌했고 꿈에서 깼다

이마에 얹어진 손에 손을 포갰다

그렇게 단잠을 찾아 그대를 더듬었다


코스모스를 읽다 말고

당신이 생각나 책 모서리에 그대를 접었다

광활한 은하계가 따라서 접혔다

당신 속눈썹을 따라 우주가 느리게 깜빡였다

우리의 만남은 어쩌면 별 하나가 반짝이는 순간

찰나일 수도, 영원일 수도

그래서 당신이 깎아 둔 발톱을 보고서도 눈물이 났다


온갖 이유가 증증했다

햇살의 존재에 너의 이름을 속삭였다
입김에도 그대의 그림자가 서렸다

중얼거리는 말들이 율동이 되어 춤추었다

복숭아 뼈에 비가 내릴 때 너를 꽈악 안았다

익숙했던 것들이 뭉긋하게 튀어나왔다

그렇게 하루 한번 당신의 이름으로 허기를 달랬다


한때는 누군가의 위로였다

한때는 누군가 앓은 열병이었다

움푹 팬 차가운 공백을 더듬은 이후에

뭉뚝해져 가는 눈길에 미끄러졌다

접어둔 코스모스를 폈지만 우주는 고요했다

그리움을 토해내기 위해 수많은 새벽을 빌렸다

남겨진 잠은 온통 빚이 되었다


애오라지

손등 위에 한철 새긴 손금 자국

한 사람의 무게를 기꺼이 얹은 포옹

어깨너머로 왈칵 쏟은 위로

소행성이 처음 충돌했던 날의 미몽

지스러기는 이내 흩어진다

돌아올 수 없는 우주로













작가의 이전글 울어본 적이 언제였던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