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D-8, 실패로 시작한 월요일

서류 불합격 메일을 받다.

by 민보

12월이 되고 나서는 유독 시간이 더 빨리 간다.

권고사직이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나는 믿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현실을 직시해야만 하는 순간이 왔고, 불안감은 점점 커져갔다.

나는 그저 엉엉 울고만 싶었다.


환승이직이라는 아름다운 결말을 꿈꾸며 채용 공고를 뒤적이다 눈에 띄는 공고를 하나 발견했다.

나의 대학 전공도, 지금까지 쌓아온 커리어도 모두 살릴 수 있는 직무였다.


'이건 기회일지도 몰라.' 그렇게 생각하며 근 2주간 포트폴리오 다듬는데 시간을 썼다. 퇴근 후에도, 주말에도

이직의 기회가 쉽게 찾아오지 않을 것쯤은 알고 있었다. 그래도 시도해본 것에 의미를 두자고 스스로를 다독이며 지지난주 일요일 입사지원서를 보냈다.


그리고 오늘,

퇴사일이 8일 밖에 남지 않은 월요일 9시였다. 지원한 기업으로부터의 메일.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메일을 열었다.


형식적인 인삿말 뒤로 '아쉽지만' 이라는 글자가 눈에 들어왔다.

서류 탈락이 처음도 아닌데도,

'월요일 9시부터 메일을 보내는건 너무한거 아닌가.' 라는 괜한 트집이라도 잡고 싶었다.

의욕이 넘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조금이나마 남아있던 에너지마저 순식간에 빠져나가 버렸다.

월요일 아침을 실패로 시작하다니. 나는 또다시 내가 만든 우물 안에 갇혀버렸다.


평소 타인에게 조언할 때는 따뜻하게 잘 해주는 편이다.

"괜찮아, 좋은 기회가 있을 거야"라고 자주 말해주곤 했다.

그런데 정작 내가 겪은 권고사직과 그 이후의 일들에는 따뜻한 말이 잘 떠오르지 않는다.

대신 익숙한 본능이 솟아오른다. 바로 상황 회피하기.

상황을 빨리 모면하고 싶고, 못 본 척하고 싶다.


출근이 얼마 남지 않은 회사도 얼른 끝나버렸으면 좋겠고,

나에게 원치 않는 퇴사를 안겨준 2025년이라는 시간에서 도망치고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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