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by 육십사 메가헤르츠

큰 아이가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조용하던 집안에 큰 소리가 잦아진다.


일하고 돌아와 편히 쉬고 싶은데, 아이들은 티격거리고, 지친 아내의 짜증 섞인 목소리가 집 안을 채운다.


모르는 척 핸드폰 볼륨을 키우고, 누워있다 보니 나에게로 향한 아내의 눈초리가 따갑다. 무거운 몸을 일으켜봐도 내가 할 일은 딱히 없어 보인다. 그냥 눈치만 보다가 화장실로 향한다. 그래도 화장실만큼 편안한 나만의 공간이 없다.


의미 없이 핸드폰 스크롤만 내리다 문득 허무하고, 외롭다는 생각이 든다.

친구들과의 만남을 좋아하고, 세련된 시계와 차를 좋아하던 나였는데 가족을 위해 살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내 것은 사치일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퇴근 후 나를 향해 달려오던 아이들은 어느새 자라 시큰둥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본다. 예전처럼 다시 몸을 부대끼며 지내고 싶은데 어디서부터 어떻게 다가가야 할지 모르겠다. 이렇게 서서히 멀어지나 보다.


창 밖으로 빗소리가 들린다.

분위기 좋던 비 오는 날은 어느새 출퇴근 전쟁의 원인이 된다. 몸도 찌뿌둥하고, 온천이나 가서 뜨거운 물에 몸이나 담그고 쉬다 오고 싶다.


하지만 내일도, 모레도, 그냥 출근을 하고, 야근을 해야 한다. 몸이 피곤해 쓰러질 것 같아도 출근을 해야 한다. 그래야 일상이 돌아가니까.


유일한 스트레스 해소법은 아내와 아이들이 잠든 밤, 혼자 맥주를 마시며 좋아하는 프로를 보는 것이다. 오늘도 한껏 나와있는 배를 외면하고 맥주 한 캔을 딴다.


화면에서 싸이의 '아버지'라는 노래가 나온다. 오래전 노래인데, 노래가 이렇게 슬펐나?

진짜 아버지는 어떻게 일을 평생 하신 걸까. 이제 10년 한 나도 이렇게 지치고 힘든데…


분명히 지금 난 웃긴 장면과 자막을 보고 있는데

취한 건지, 나이가 들은 건지,

이상하게도 코 끝이 찡하게 울려온다.


에잇, 맥주 한 캔만 더 마시고 자야지,

그렇게 나는 보통의 하루를 똑같이 보낸다.



아버지

싸이


너무 앞만 보며 살아오셨네
어느새 자식들 머리커서 말도 안 듣네
한평생 제 자식 밥그릇에 청춘 걸고
새끼들 사진 보며 한 푼이라도 더 벌고
눈물 먹고 목숨 걸고
힘들어도 털고 일어나
이러다 쓰러지면 어쩌나
아빠는 슈퍼맨이야, 얘들아, 걱정 마


위에서 짓눌러도 티 낼 수도 없고
아래에서 치고 올라와도 피할 수 없네
무섭네, 세상 도망가고 싶네
젠장, 그래도 참고 있네 맨날
아무것도 모른 채 내 품에서 뒹굴거리는
새끼들의 장난 때문에 나는 산다
힘들어도 간다
여보, 얘들아 (얘들아), 아빠 출근한다


어느새 학생이 된 아이들에게

아빠는 바라는 거 딱 하나
정직하고 건강한 착한 아이, 바른 아이
다른 아빠보단 잘할 테니
학교 외에 학원 과외
다른 아빠들과의 경쟁에서 이기고자
무엇이든지 다 해줘야 해
고로 많이 벌어야 해
너네 아빠한테 잘해


아이들은 친구들을 사귀고
많은 얘기 나누고
보고 듣고 더 많은 것을 해주는 남의 아빠와 비교
더 좋은 것을 사주는 남의 아빠와 나를 비교
갈수록 싸가지 없어지는 아이들과
바가지만 긁는 안사람의 등살에 외로워도 간다
여보, 얘들아, 아빠 출근한다


여보, 어느새 세월이 많이 흘렀소

첫째는 사회로
둘째 놈은 대학으로
이젠 온 가족이 함께 하고 싶지만
아버지기 때문에 얘기하기 어렵구먼
세월의 무상함에 눈물이 고이고
아이들은 바빠 보이고 아이고
산책이나 가야겠소, 여보, 함께 가주시오


아버지, 이제야 깨달아요
어찌 그렇게 사셨나요
더 이상 쓸쓸해하지 마요
이제 나와 같이 가요
당신을 따라갈래요


아버지의 거룩한 삶은 그 아들에게 풍성한 유산이다.
-찰스 스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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