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는 우연이 있다고 생각하나요?
최근 영국의 엘리자베스 2세가 서거했다.
이로 인해 영국 왕실의 파란만장한 이야기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나는 마치 판타지 소설을 읽듯 밤새 왕실 이야기를 흥미롭게 읽어나갔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이야기는 왕세자비 캐서린 미들턴의 이야기다.
사랑에는 우연이 있을까? 캐서린 미들턴의 어머니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했다.
자신의 장녀 캐서린이 왕실의 첫 번째 왕세손 윌리엄 왕자와 같은 해에 태어나자, 그녀는 자신의 딸을 왕실에 입성시키겠다는 거대한 꿈을 갖게 된다. 문제는 미들턴 가는 귀족 가문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하지만 미들턴 부부의 사업이 대박 나며, 캐서린은 엄청난 부를 등에 업고 귀족 명문 학교에 입성한다. 그렇게 고등학교를 졸업할 즘, 윌리엄은 대학 진학 이전 1년간 칠레로 봉사활동을 가게 된다. 어머니의 야망에 따라, 캐서린도 바로 칠레로 떠났다. 안타깝게도 그곳에서 둘은 만나지 못했지만, 대학의 진학을 앞두고, 캐서린은 다시 한번 어머니의 조언대로 다른 학교를 포기하고 세인트앤드루스 대학교로 진학한다. 윌리엄이 그 대학을 다닐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캐서린은 학교 자선 패션쇼에도 서고 윌리엄과 같은 수업을 들으며 그와 사귀는데 성공한다.
나는 새벽 두시 침대 위에서 이 이야기를 읽으며 모든 팬의 최종 목표인 최애와 결혼하기를 엄청난 지략으로 이뤄낸 실례가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네이버 지식인에는 요즘도 ‘아이돌 OOO와 결혼하는 방법’을 진지하게 묻는 소녀들이 많다. 좋은 말로는 상상력이 풍부한 멋진 싱글이며, 나쁜 말로는 망상에 쩔어있는 솔로인 나 또한 현대판 신데렐라를 꿈꿀 때가 있다.
비 오는 어느 날 나 홀로 찾은 한 미술관에서 작품을 구경 하는데 전기가 나가 어둠 속에서 누군가와 부딪혔는데 불이 켜지고 보니 내 최애인 상상. 아니면 한강을 걷다가 우연히 나의 최애와 부딫히거나 그의 빈 옆자리에 앉아서 소소한 대화를 하는 상상. 혹은 이직한 다음 직장에 나의 최애의 아버지를 상사로 모시게 되는 우연 탓에 싹싹한 꼬다리가 며느리감으로 찍혀버리는 행복한 고민.
미들턴 가의 지략에 비교하면 나는 나의 사랑을 99% 우연에 의존하고 있는 셈이다. 사랑에는 우연이 있을까? 사랑은 무엇일까. 깊어지는 생각에 나는 고개를 한번 털고 인터넷 뉴스의 다음 장으로 넘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