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3000 에 30에 살고 있는 모든 이들의 소망
요즘 나의 가장 큰 소망은 독립이다. 이번에 이직을 하면 경제적으로나 생활의 모든 방면에서 홀로 서겠다는 결심을 했다.
그래서 서울에 집을 알아보고 있다.
집값은 얼마인지, 대출은 되는지, 전입신고는 되는지, 어떤 동네가 살기 좋은지 등 말이다. 그러다 보니 서울만 나가면 이 동네에 사는 나를 상상 해본다. 내가 서울에서 가장 살아보고 싶은 동네는 서촌, 부암동, 후암동, 양재동, 흑석동 정도가 있다. 모두 산을 끼고 있는 동네이다. 아침이 되면 창문으로 나무가 보였으면 좋겠고 저녁이 되면 집 근처 공원에서 산책을 하고 싶다.
하지만 저 동네에는 내가 갈 수 있는 집이 한 채도 없다. 보증금 3000에 월세 30, 또는 전세 6000 짜리 집은 그 동네에 존재하지 않는다.
내가 갈 수 있는 동네는 집값이 싼 영등포구, 신림동, 망원동 등이다. 인터넷에서 집을 보면 하나같이 6평이다. 조금 넓다 싶으면 반지하, 창문이 조금 크고 안전해 보이는 오피스텔은 전세로 1억이 넘어간다. 촌스러운 연두색 타일로 부엌과 수납장을 꾸며놓았는데도 1억을 받으려고 하면 나는 슬슬 화가 난다. 다들 월급은 300도 안 주면서 월세는 50을 넘겨야만 그나마 내 마음에 드는 집에 살 수 있다.
아파트를 사고 싶다는 것도 아니다. 그냥 내 몸 하나 뉘일 방 한 칸 마련하는 것이 이렇게 비굴해야 할 일인가. 나는 화가 나다가 절망하다 걱정한다. 그리고 결국 타협한다. 그러나 타협하는 내가 모자란 아이가 된거 같아 괜히 기가 죽는다. 주변을 돌아보면 괜히 잘 사는 또래가 보인다. 좋은 방에 멋진 인테리어를 가진 집들이 보인다.
젊다는 건 이런 걸까. 젊은 우리는 이미 높아질 대로 높아져 버려 우리의 구매력을 넘어버린 우리의 아름다운 취향이 괴롭다. 나무가 보이는 부암동을 원하지만 창살밖에 보이지 않는 신림동 밖에 고를 수 없음을 인정해야 한다. 그저 내 집이 생겼음에 환호하고 감사하고 싶은데, 왼발은 현관에 오른발은 세탁기 앞에 딛고 설거지를 해야 한다는 패배감에 그럴 수가 없다.
젊은 우리야 힘내자. 다들 그런 거래.
함께 산동네로 가자. 통창이 드넓게 펼쳐져서 매일 나뭇잎이 살랑거리는 아침을 마주하자. 반지하를 지나 탁 트인 하늘을 볼 수 있는 곳으로 가자. 그때까지 지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