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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ul Oct 27. 2022

14. 욕

악플을 받아보신 적 있나요? 저는 있습니다

내가 유학을 하고 있을 때였다. 인터넷에 각 나라에서 “ㅋㅋㅋ”를 쓰는 방법에 대한 게시물이 올라왔다. 


미국에서는 보통 이를 “LOL” 또는 여기에 조금의 과격한 욕을 섞어 표현하는데, 우리나라의 “ㅋ”처럼 그 횟수에 따라 웃음의 정도를 표현하기 어렵다. 


그래서 내가 댓글을 달았다. ‘우리나라 키역을 수출해야 한다!!’


시간이 흐르고 우연히 그 글에 다시 들어갔다가 나는 식겁했다. 내 댓글 아래 대댓글이 수십 개가 달렸는데, 내가 ‘키읔’을 ‘키역’으로 썼다고 지적하며, ‘그럼 ㅌ은 티역이냐?ㅋㅋㅋ’ ‘가나다도 모르네 ㅉㅉ’ 이라는 댓글들과 비웃음이 난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그 댓글을 황급히 지웠다. 영원히 키읔을 헷갈리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처음으로 익명의 힘이 무서워졌다. 얼굴을 모르는 몇 천명의 사람들이 내 댓글을 보고 웃었는데, 길거리에 그 사람들이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나는 미약하게나마 악플을 받는 기분을 알 수 있었다.


TV에 나오는 연예인들은 이를 숙명으로 생각하며 감내한다. 그리고 사람들은 이를 권리로 여기며 욕을 쏟아낸다. 한 걸음만 물러나서 생각하면 이 관계는 매우 이상하다. 하지만 이는 비단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는 사회에서 증오를 배웠다. 사회생활을 하며 얼마나 많은 회사가 미움을 동력으로 돌아가는지 깨달으며 헛웃음이 나기도 했다. 아주 치밀하게 이루어지는 뒷담화와 미움은 종종 팀원들을 똘똘 뭉치기도, 성공에 대한 동기부여가 되기도,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증오는 쏘아 올린 사람은 그 여파를 모른 채, 맞은 사람의 영혼에는 영원한 상처를 입힌다. 그래서 불편한 진실이지만 미움은 죄다. 그럼에도 미운 사람은 어떡할까? 정말 욕 먹어도 싼 그런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럴땐 이렇게 생각한다. 


1) 악은 반드시 스스로 멸망한다. 2) 복수는 신의 것이다. 


그리고는 용감하게 미움을 넘어간다. 


악은 반드시 스스로 멸망할 것이며, 신은 모든 것을 알고 지켜보시며 복수하실 것이기 때문이다.




사진: 그레이슨 페리 <시간의 지도>, 국립중앙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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