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높고 낮음에 함께 있어준 사람
나에게는 은인 둘이 있다.
질풍노도의 청소년기의 파도를 가볍게 서핑하듯 넘게 해준 어른들이다. 이 둘은 20살, 나는 14살 때 처음 만났는데, 지금 내가 27살이 되도록 나는 이 두 분과 가깝게 지낸다. 재미있는 것은, 이 둘은 몇 년 전 결혼을 하고 한 지붕 아래 살며 작년에 아들을 낳았다. 이 결혼의 오 할은 내 덕 아닐까? 나는 거의 가족과도 같았던 이 둘의 연애와 결혼에 누구보다 충격을 받았지만, 누구보다 진심으로 축하했다. 내 입장에서는 아무에게도 줄 수 없던 두 남녀가 어쩌다가 서로를 마음에 들어 해서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모른다.
퇴사한 뒤 나의 소확행은 이 부부의 집에 놀러 가는 것이었다. 오전 11시에 점심을 먹으러 갔다가 조카와 오후 내내 놀아주며 아이를 함께 보다 보면 저녁시간이 된다. 이렇게 된 김에 저녁까지 먹고 나면 조카가 잠에 들고, 그제야 우리 셋은 물 만난 고기처럼 쉴 새 없이 수다를 떤다. 나는 그러다 오후 11시가 되어 겨우 집에서 나온다. 나의 은인 둘이 결혼해서 가장 이득을 본 사람은 나다. 두 번 해야 할 말 한 번만 하면 돼서.
어떤 도움을 주었길래 은인인가 생각해 보면 손에 꼽을 수도 없다. 나에게 홀로 서는 법을 가르쳐주고, 시간관리와 공부의 중요성을 알려주고, 가장 행복한 순간에 함께 했으며, 내가 가장 바닥을 찍은 순간에도 내 손을 잡고 나를 일으켜 준 이들이다. 잘못된 길로 들어서려고 할 때, 나에게 미움을 살 각오를 하고 쓴소리를 했고, 때가 아닐 때는 묵묵히 기다려주었고, 말보다는 행동과 선택으로 모범을 보였다. 내 삶에서 이들에게 숨긴 비밀은 단 하나도 없다.
어느 날이었다. 함께 간 식당에서 내가 실수를 했는데, 두 분은 실수에 순간 얼어붙은 나를 대신해 치우며 “얘가 원래 이런 애가 아닌데.”라고 대신 사과했다. 나는 이 말이 그렇게나 좋았다. 누군가를 깊게 신뢰할 수 있고, 깊게 신뢰받을 수 있다는 것은 인생에서 엄청난 차이를 만든다. 내 삶의 오 할은 그들에게 빚을 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