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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ul Oct 27. 2022

16. 젊음

당신의 가장 파란 날

스무 살이 되고 나는 왠지 마음이 촉박해졌다. 


다들 성인이 된 걸 축하한다고 말하고는 꼭 마지막에는 젊음과 청춘을 즐기라며 아련한 눈빛을 보냈기 때문이다. 청춘. 다시는 오지 않은 가장 싱그러운 날. 푹푹 찌는 대학입시를 끝내고 교복을 벗기도 전에 나는 느닷없이 젊음의 한복판에 놓였다.


그 젊음의 한복판에서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정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스무 살 홍콩으로 떠난 비행기 안에서 여행 루트를 짜다가 문득 내가 3일 내내 공항에만 가만히 있는다고 그 누구도 뭐라고 할 사람이 없다는 사실을 알았다. 더 이상 부모님도 선생님도 내 옆에 서 있지 않았다. 겁이 남과 동시에 나는 누가 봐도 젊음을 잘 보내고 있음을 증명해내고 싶었다.


다만 그렇게 몇 년 정도를 살아오고 나니 그렇게 어렸던 나 또한 젊음에 얹을 말이 몇 개 생긴다. 


젊음은 무엇인가? 내 생각에 젊음은 그저 체력이 좋음이다. 그래서 물리적으로 더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청춘은 뭐든 할 수 있다, 이 흔한 말의 의미는 젊은 나이에는 모로 가도 성공의 길로 간다는 뜻이 아니라 육체적으로 많은 일을 하더라도 버텨낼 수 있다는 거다. 돈이 적지만 내가 좋아하는 브랜드의 스웨터를 사기 위해 두 끼 정도는 굶어도, 지하철 세 정거장 정도는 걸어가도 괜찮다. 어젯밤 과제 때문에 밤을 꼴딱 새우고도 애인을 보러 몇 시간이고 기차를 타고 갈 수 있다. 단 3일 휴가를 내고 여행을 가도 시차 따위 상관없이 넓은 세상을 보고 그 다음 월요일 오전 회의에 앉아있을 수 있다.


나이가 들수록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지만 유난히 선택하지 않아도 집중할 수 있는 특권의 시기이다. 하나뿐인 이 시기를 여느 일생과 동일하게 보낼 것인가, 아니면 이 기회를 사용해서 뭐든지 다 해볼 것인가? 하지만 이 또한 선택이다. 젊음은 의무가 아니며 특권이기 때문이다. 나는 가끔씩 젊음이 부칠 때면 항상 이 말을 마음에 되새긴다. 그러면 조금 웃음이 나면서 왠지 힘이 생긴다.


21살 캘리포니아에서. 영원히 나의 젊음으로 기억 될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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