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히 하나의 노래만 들어야 한다면 주저 없이
대학교 4학년 2학기였다. 나는 학교에서의 마지막 학기에 재즈 수업을 듣기로 결정했다. 주변에는 아무도 그 수업을 들어본 사람이 없었다. 소문으로는 학교에서 가장 늙은 할아버지 교수님이 가르치는 수업이랬다.
학교에서 작은 연주회를 열 때만 사용하는 낡은 강당에서 수업이 열렸다.
강당에 들어서자 학생들은 넓은 강당에 흩뿌려져 앉아있었고, 무대 위에는 키가 큰 백발의 교수님이 박물관에 전시가 돼있을 법한 TV를 이리저리 조종하고 있었다. 강의가 시작되고 나는 위기에 봉착했다. 교수님은 목소리가 너무 작았고, 강당은 너무 커서 웅웅거리는 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 게다가 교수님은 파워포인트는 둘째치고 컴퓨터도 없이 낡은 비디오들을 그 자그마한 TV로 틀어주며 재즈 노래들을 소개했다. 재즈를 좋아하던 나도 점점 흥미가 떨어졌다.
그렇게 수업의 절반을 지나왔을 때, 교수님은 내가 처음 들어보는 재즈 아티스트를 소개했다. 프레드 아스테이어. 교수님은 댄서이자 배우이자 가수였던 이의 탭댄스와 콘티넨탈 댄스 영상을 보여줬다. 나는 그 쪼끄만 TV 화면을 열심히 쳐다보았다. 오랜만에 현란한 영상에 꽤 재밌었던 수업이라고 생각했다. 교수님은 한 노래를 틀어주며 수업을 마치겠다고 했다. 그렇게나 안들리던 TV 스피커에서 나온 부드러운 오케스트라의 연주로 시작된 노래가 단 1초 만에 내 귀를 사로잡았다. ‘The way you wear your hat…’
내가 최애를 고르는게 아니라 최애가 나를 고르는 거라는 말 들어본적 있는가? 나는 내 인생 최고의 노래, They Can’t Take That Away를 그렇게 만났다. 나는 4학년 2학기 6개 수업 중 유일하게 이 재즈 수업에서 B학점을 맞아 올 A를 이루지 못했지만, 이 노래를 발견할 수 있었던 그 수업에 그저 고맙다.
내가 얼마나 이 노래를 좋아하냐고? 인생에서 단 하나의 노래만 반복해서 들어야 한다면 이 노래를 꼽겠다. 결혼식에서 이 노래를 틀고 싶다. 마지막 눈을 감기 전 이 노래를 듣고 싶다.
동영상: YouTube - Jean Belmondo's Chann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