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샤넬, 인간 디올? 인간 빈티지 여기 있어요!
요즘 트렌드 중 하나는 중고거래이다.
나는 중고차를 타고 빈티지 옷을 입으며 빈티지 명품 가방 라이브 방송을 즐겨본다. 요새 쓰는 말인 인간사넬 같이 인간 중고쯤 되지 않을까? 하지만 계피를 시나몬이라고 말하면 조금 더 기분이 좋은 것 처럼 인간 중고 대신 인간 빈티지라고 스스로를 칭해본다.
인간 빈티지 답게 빈티지 옷 쇼핑을 가장 좋아한다. 미국 위스콘신에 살 때는 쓸데없는 걸 쇼핑하며 스트레스를 풀곤 했는데, 이를 위해 가장 자주 가던 곳이 빈티지 옷가게였다. 어떤 옷이 있을지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나에게 잘 어울리는 옷을 싼값에 살 수 있다니! 그곳은 쇼핑의 행복과 발견의 기쁨과 싼마이의 희열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장소였다. 나는 케케묵은 먼지가 가득한 그곳을 샅샅이 뒤져서 찾아낸 폴로 니트 하나를 들고 쭐레쭐레 기숙사로 돌아갔다. 이렇게 하나둘씩 사 모은 빈티지는 지금 내 옷장의 약 절반을 차지한다.
또 오래된 빈티지 재즈 LP를 좋아한다. 뉴욕에 살 당시 윌리엄스버그에 놀러 갔는데 길거리를 걷다 이름도 문도 없는 엄청난 크기의 창고형 빈티지 가게를 발견했다. 뻥 뚫린 건물에 출처를 알 수 없는 그림과 초상화부터 이빨이 조금씩 나간 그릇과 화병, 그리고 오래된 원목 가구들이 가득 차 있었다. 만 원도 안 하는 화병을 몇 개 고르고 뒤를 도니 LP가 빼곡히 쌓여 있었다. 나는 화병을 가방에 쑤셔 넣고 LP를 하나하나 손으로 세어가며 프레드 아스테이어의 음반을 찾기 시작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곡을 담은 그의 음반이 있다면 얼마가 되었든 살 생각이었다. 나는 레코드플레이어도 없었는데 말이다. 결국 나는 그 음반을 손에 넣었다. 내가 음반만 갖고 있는 모습이 웃겼는지 혹은 짠했는지 몇 달 후 동생이 생일선물로 레코드 플레이어를 사준 뒤에야 그 음반을 들을 수 있었다. 그때 그 기분이란.
손 때 묻은 물건들은 저마다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 이것이 내가 빈티지를 사랑하는 이유이다. 이런 트렌드는 대환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