콤플렉스, 없는게 콤플렉스입니다
점심이 다 돼서 일어나 오늘 새로 도착한 글감을 확인했다.
콤플렉스. 나의 콤플렉스는 뭘까? 잠시 눈을 감고 생각하다 빠르게 결론을 내렸다. 나는 콤플렉스가 없는데?
나의 콤플렉스는 나 자신을 속이는 습관이다. 게으르지만 나 자신을 게으르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괜찮지 않지만 괜찮다고 생각한다. 친구들이 보고 싶지만 먼저 선뜻 연락하지 않는다. 사랑을 못하고 있는데 사랑을 안 하고 있다고 여긴다. 뭐랄까, 척하는 거랑은 조금 다른데, 진짜 그렇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는 항상 바쁜 사람으로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퇴사하고 두 달이 지나자 원래도 어영부영 돌아가던 일주일이 엉망진창이 된지 꽤 되었다. 새벽 네시에 자고 오후 열두시가 돼서 일어나도 아무런 타격이 없다. 그런데 하루에 네 시간 정도만 밖에 나갔다 오거나 오늘의 글을 쓰기만 하면 나는 오늘 해야 할 일을 다 했다며 뿌듯해하고 죄책감 없이 논다. 인간관계도 약속도 사라진 지 한 달이 넘었다. 다음 주 가장 중요한 약속은 피부과에 가고 도서관에 책을 반납하는 거다. 친구들은 언제나 내가 바쁘다고 생각한다. 나는 바쁘지 않지만 나와 친구들 사이에는 내가 멋대로 그어놓은 경계선이 있다. 내 친구들은 그 선을 절대 넘어오지 않는다. 아마 몇 번의 무정하고 재수없던 나를 경험하고 알게 된 것이리라. 또 사람들은 내가 눈이 높다고 얘기를 하지만, 그게 아니라 나는 영원하지 않은 것을 사랑할 자신이 없다. 냉정한 게 아니라 무척이나 뚝딱거리는 것이고, 혼자서도 잘하는 게 아니라 누군가에게 부탁하는 걸 어려워하는 거다.
콤플렉스 극복방법은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는 거라는데, 나는 이런 나를 사랑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렇다면 내가 원하는 모습으로 나를 바꾸는 것도 옳은 차선의 선택일까? 어제 누군가의 글에서 인생에 정답은 없고 선택만이 있을 뿐이라는데 그 말이 참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