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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use Mar 22. 2024

내 지도교수님

My advisors

끝날 것 같지 않은 논문은 첫 표지부터 끝까지 150장 정도가 되었고 이제 수정 막바지에 들어가서 다음 주면 시스템에 올릴 수 있게 되었다. 내 지도교수님 (Co- chairs)은 두 분이다. 한 분은 젊은 교수님이고 다른 한 분은 퇴임을 앞두신 연세 지긋한 교수님이다.


젊은 교수님은 피드백을 빨리 주시고 연락이 편하지만, 연세 지긋한 교수님은 피드백이 느리고 연락이 잘 안 되는 경우도 있다. 나이의 차이일까. 아니, 성향 차이인 것 같다. 다른 건 몰라도 두 분 다 내 졸업을 응원해 주시는 분들이다. 


젊은 교수님한테는 내가 첫 번째 박사 지도 학생 (Advisee )이기 때문에 좀 더 특별할 거라 생각된다. 연세 지긋한 교수님은 미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학생이 하고자 하는 대로 내버려 두는 약간 자유방임주의 (Laissez-faire) 지도교수님이시다. 예상할 수 있듯이, 젊은 교수님과 연구는 빠르게 진행되고 연세 드신 교수님과의 연구는 정말 느리게 진행된다. 젊은 교수님은 저널 출간 (Publication)이 중요하고, 연세 있는 교수님은 펀딩 받은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것이 의미가 큰 것 같다. 


박사 기간 동안 같이 일을 해왔던 경험 덕분에 일하는 성향이나 패턴을 알 수 있는 것은 논문을 쓸 때 큰 도움이 된다. 그래도 말이 없거나 피드백이 없으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는 없다. 내가 잘하고 있는 건지 아닌 건지도 잘 모른다는 느낌을 받는다. 


이번주 젊은 교수님 요리스와 미팅을 했다. 벨기에 사람인 요리스는 이번에 벨기에와 폴란드 학회를 다녀오면서 최애 초콜릿을 사다 주셨다. 매번 벨기에에서 올 때마다 제일 좋아한다는 길리안 (Guylian) 초콜릿을 챙겨주신다. 바쁜 와중에 빠르게 피드백 주시고, 챙겨주는 마음이 항상 감동이다. 미팅을 하고 나면 마음이 한결 가볍다.


안 그래도 할 일 많고 바쁜 박사 과정 중에서 마음 편하게 일할 수 있는 지도교수님들이 있는 건 참 행운이다. 나는 빨리 졸업하길 원했고, 내 결정을 응원해 주시고 지도해 주시는 분들에게 고맙다. 특히나 한국에서 석사학위를 할 때 회사를 운영하면서 저녁에 야간에 강의를 하는 특수대학원을 다녔다. 한국에서 석사 과정 중 논문 지도를 제대로 받은 적도 없고, 배려도 없었던 그런 과정을 겪었다 (할많하않). 그래서인지 미국 박사 논문 과정은 일은 많고 괴로워도 지도 교수님들이 있어서 든든하다. 


개인적으로 사회 과학 분야에서 박사 과정을 공부하려고 한다면, 국내보다는 미국 유학을 추천하는 이유는 박사 과정 학비 면제, 풀펀딩, 생활비 보조, 연구 환경, 연구 프로젝트의 재정적 여유, 박사 졸업 후 기회 등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논문을 지도해 주는 지도 교수님이 큰 이유가 아닐까 싶다.


지도교수님 최애 벨기에 초콜릿
벨기에에서 챙겨주시는 길리안 초콜릿
논문 쓰다가 저녁 무렵 산책, 언제나 아름다운 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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