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nsitioning from student to faculty
이곳에 일을 시작한 지 벌써 3개월이 지났다.
커뮤니케이션 박사 과정을 졸업하고 내 첫 직장은 경영대에서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을 가르치는 비정년트랙 Assistant Teaching Professor이다. 학생 시절과 비교하면 이 직업 참 할 만하다. 강의가 있는 월 수 금을 제외하면 다른 요일은 출근하지 않아도 된다. 딱히 보고할 상사가 있는 회사 시스템도 아니다. 내 할 일만 잘하면 되고, 내가 연구한 분야의 전문성도 인정받는다. 박사 과정 때 매일 치여 살던 숙제와 평가받는 피드백, 졸업 논문을 쓰는 일에서 벗어나면서 시간적 여유도 생겼다. 박사 과정 때 받던 Stipend (보조금)에 비하면 이제는 미국에서 생활할 수 있는 월급을 받는다.
학생때와 달라진 생활만큼이나 다른 고민과 집중을 하게 됐다. 처음 왔을 때는 이곳에 얼마나 있다가 이직할지가 고민이었다. 서부 애리조나에서 중부 인디애나로 옮겨서 공항과 1시간 좀 넘게 떨어진 이곳. 첫인상은 시골이었다. 한국에서도 서울에서 일하고 살았었기에 평생 이런 시골에 사는 건 처음이었다. 코스트코, 한인마트 같은 편의 시설도 1시간 넘게 떨어져 있는 곳은 미국에서도 처음이다.
처음에 이곳에 왔을 때는 1년만 버티자였다. 오히려 비정년 트랙이라 이곳을 뜨기에 마음도 가벼웠다. 아카데미는 임용 1년 전에 채용 과정을 시작하기 때문에 학기 초에 공고가 많이 올라온다. 링크드인과 HigherEd 사이트를 보면서 학기 초에는 이직을 알아봤다.
두 달쯤 지났을 때 마음이 점점 바뀌었다. 우선 학교에서 새로 들어온 교수진들을 잘 지원해 준다. 대학교 총장 (President)이 새로 들어온 교수들을 모두 집에 초대하고 저녁을 먹고 조찬을 먹으면서 적응은 잘하고 있는지, 어려운 점은 없는지 들어주려는 자리를 마련해 줬다. 비자 스폰서십에 대한 고민도 나눴고, 이곳에서 비교적 빠르게 H1B 취업 비자 신청이 진행되고 있다. 학과장님도 필요한 부분을 말하면 적극적으로 반영해 주고 지원해 준다.
이 학교에는 다양한 전공 분야에 있는 한국 교수님들의 커뮤니티가 있다. 새로운 이곳에 적응하면서부터 많은 환영과 도움을 받았다. 그러다 보니 낯선 곳에서 오히려 외로움을 느끼지 않고 즐겁게 지낼 수 있다. 한국말이 하고 싶으면 만나서 커피 마시면서 대화를 나눌 수 있다. 같이 여행도 가고 운동도 한다. 학교 얘기도 같이 공유할 수 있다. 미국에서 이렇게 따뜻한 커뮤니티는 흔치 않고 특별하다.
내 마음을 가장 사로잡은 것은 이 대학 부속 중고등학교다. 박사 유학을 결심하게 된 것은 아이와 함께 공부하기 위해서다. 아이는 한국이 좋아서 아직 미국에 오겠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제는 정말 결정할 시기이다. 중학교를 졸업하는 아이는 한국에서 고등학교를 입학하고 입시를 준비할 시기다. 멀리 떨어져 있다 보니 지난 3년 동안 학업적으로나 생활적으로나 케어를 많이 해줄 수 없었다.
이곳에 있는 학교를 알아보고, 자녀를 보내고 있는 교수님의 조언도 받았다. 학교 커리큘럼이 마음에 들었다.미국에서 공교육 최하위권인 애리조나에 비하면 인디애나는 50개 주 중에 16위를 차지할 만큼 공교육 환경이나 프로그램이 좋은 편이다. 이곳에서 같이 학교를 다니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 아이가 학교를 다니는 동안 이 대학에서 커리어를 만들 계획으로 바뀌었다. 이번 겨울에 한국에 나갈 비행기표를 끊었고, 아이를 설득해서 내년에 데리고 올 계획이다. 내 자식이지만 사람 마음 설득하는 게 제일 어렵다. 이번 한국행은 설렘보다는 미션 완성을 위한 출장 같은 기분이다.
학생을 졸업하면서 이제 슬슬 일상적인 생활과 고민을 하게 되었다. 마치 졸업 후 취업을 해서 사회 초년생이 되면 그제야 일상적인 고민을 시작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해야 할까. 박사 과정에서는 다른 생각을 하기에 시간적 여유가 없다. 30대 후반에 박사 과정을 시작한다면 빨리 졸업을 하는 걸 추천하고 싶다. 졸업이라는 목표에서 벗어나고 급여를 받는 생활을 하게 되니 마음에 여유가 생긴다. 여느 40대처럼 이제는 아이 교육과 경제적인 부분을 더 신경 쓸 수 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