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k and life balance?!
Week 2. 가을학기 두 번째 주.
아무리 할 일이 많고 읽을 것이 많고 쓸 것이 많더라도 잠자는 시간, 밥 먹는 시간 빼고 하루 종일 책상에 앉아서 집중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지 않을까? 저녁이 되면 집중도가 현저히 떨어지는 나는 오전과 오후에 업무를 몰아서 하는 편이고, 저녁에는 사실상 조금 편하게 쉬는 편이다.
첫 번째 주 주말은 학기 시작을 기념해서 과 친구들과 파트너, 6명과 함께 Salt Lake Tubing을 하러 갔다. 에버랜드에 있는 '아마존 익스프레스'처럼 튜브를 타고 강과 계곡의 사이 중간쯤 되는 크기의 곳을 떠내려 가는 레저이다. 튜브를 빌리고, 아이스박스에 음료수나 스낵을 가져가서 담을 수 있는 튜브도 같이 빌리고, 가지고 온 줄로 (rope) 7개의 튜브와 아이스박스가 담긴 2개의 튜브 9개를 잘 동여맨다. 튜브가 검은색이라 강한 해에 달궈져 금방 뜨거워진다. 그래서 미리 가지고 온 잘 안 쓰는 넓은 천 (bedsheet)을 깔고 튜브를 타면 좋다. 모자와 선글라스, 그리고 선크림은 필수이다.
물살과 함께 떠내려가는 튜빙이라 휴대폰은 물놀이 장에서 파는 지퍼백에 넣어 가져 갈 수는 있겠지만, 우린 모두 차에 놓고 가져가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이 사진이 내가 찍은 사진 전부이다. 사실 한국과 다르게 이곳 친구들은 사진에 그리 집착하지도 않는다. 물론 인스타그램을 열심히 하는 인플루언서 친구들이라면 다를 수 있겠지만, 박사과정 학생들 중에 그런 친구들을 찾아보긴 어렵다. 그리고 휴대폰을 잘 확인을 안 하는 편이다. 만나서 놀거나 얘기하거나 페이퍼를 쓰거나 뭔가를 할 때는 휴대폰을 멀리 하고 있거나 잘 보지 않아서, 미국 친구들은 연락이 더딜 때가 많다. 이곳에서 할 수 있는 재미있는 놀이 중 이런 야외 스포츠와 레저가 제일 재밌다. 아무래도 한국에서 할 수 없거나 볼 수 없는 자연 속에서 하는 놀이라 좀 더 이색적이다.
튜브를 타고 내려오다 보면, 중간에 물을 마시는 야생마 무리들을 볼 수도 있고 심지어 이번에는 강을 건너는 야생마 무리도 보았다. 자연에 사는 야생마는 볼 때마다 신기하다. 튜빙을 하면서 얘기도 하고, 물살이 센 곳에서는 바위나 나무에 부딪힐까 봐 긴장도 하고, 물살이 약한 곳에서는 아이스박스에 가져간 캔에 들은 와인이나 음료, 스낵을 먹으면서 얘기하고 내려왔다. 한국 기준으로 보면 , 미국 친구들은 대부분 술이 약한 것 같다 (lightweights in alcohol). 3시간 정도 내려오면서 마시고 얘기했는데 다들 한껏 취한 느낌이다.
다시 집으로 돌아와서 한껏 낮잠을 잔 후에 저녁에는 한국 유학생 동생 집들이 저녁을 다녀왔다. 그렇게 열심히 일한 나에게 주는 선물 같은 토요일이 지나갔다. 일요일부터는 다시 본격적인 업무와 과제의 시작이다. 밀린 페이퍼를 읽고 과제를 하고 글을 쓴다.
한 과목에 저널이 5-8개 정도 된다. 이 과목은 특히 리딩이 많은데 저널도 20-30장씩이라 특히나 길다. 어떤 과목은 책의 절반을 읽고 가야 했다. 보통 세미나 수업이라 3시간 정도 얘기를 하려면 수업 준비는 필수이다. 문과는 보통 이렇게 읽고 쓰고 토론하고 발표하는 말을 해야 하는 수업이지만, 이과는 박사과정도 강의 위주이고 시험을 본다고 한다.
월요일부터는 정신없는 하루이지만, 그 속에서도 하루를 마무리하며 보상을 준다. 월요일은 4시 요가 수업에 박사과정 한국 유학생들을 초대해서 같이 운동하고 간단히 저녁을 먹고 집으로 왔다. 화요일은 오전에 요가를 하고 업무와 미팅을 하고 수업을 듣고 온다. 수요일도 미팅, 업무, 수업 그리고 운동, 목요일도 요가, 미팅, 수업의 반복이다. 주중에는 과제 페이퍼도 있지만, RA업무도 해야 하고, 학회나 저널에 낼 개인 연구 페이퍼까지 하다 보면 머릿속에 해야 할 일들이 대롱대롱 달린다. 그러다 보면 자꾸 새벽 3-4시에 눈이 떠지고, 정신이 말짱해져해야 할 일을 하나씩 지워나간다. 금요일은 RA 주간 미팅을 하고, 리딩을 조금 하다 보통 장을 본다. 한국에서 일할 때보다 업무 시간의 규제나 구속이 없어 자유로 워보이지만, 업무 양이나 집중도로 보면 이곳이 비교적 많고 높은 느낌이다.
노동절이 낀 긴 이번 주말은 학회 페이퍼를 낸 나에게 주는 선물로 Antelope Canyon에 갈 계획이다. 이곳에서 차로 5시간 정도 운전하면 갈 수 있고 중간중간 Sedona 같은 아름다운 곳들을 들리려고 한다. 이곳은 낮 최고 기온이 아직까지도 43도를 기록하고 있지만, 위쪽으로 가면 고도가 높아서 날씨가 한결 시원해지고 20도씩 차이가 나다 보니 춥게 느껴지기도 한다. 간혹 높은 업무 강도로 지치기 쉬운 박사 과정일 수 있지만, 중간에 주는 작고 큰 보상과 선물 같은 하루들, 함께 하는 친구들과 지인들로 재밌는 일상을 만들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