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ends' engagement trip, AZ
"애리조나가 어디에 있어?" "그랜드 캐니언 있는 곳"
주객이 전도된 질문 같지만, 그랜드 캐니언이 애리조나보다 유명하지 않을까 싶다.
템피 집에서 차로 3시간 30분 정도 거리에 있는 그랜드 캐니언은 작년 애리조나에 처음 왔을 때, 친구와 마틴 주니어킹 휴일에 당일치기로 다녀왔다. 처음에 봤을 때는 "와, 이곳이 매번 듣던 그랜드 캐니언이구나"였다면 올해는 조금 더 특별하다.
"그랜드 캐니언에서 2박 3일 캠핑 갈래?"
같은 박사 과정에 있는 친구 커플, 칼슨 & 코디가 나에게 물었다. 3월 말이라도 그랜드 캐니언 쪽은 캠핑하기에는 추운 날씨기 때문에 망설였다. 하지만 코디가 곧 서프라이즈 약혼 캠핑이란다.
"Definitely I am down for it!" 당연히 간다고 했다.
칼슨과 코디는 같은 아파트 단지 (Complex)에 살고 있고 박사 프로그램을 같이 하고 동기이다 보니 유학온 기간 동안 가까운 친구가 되었다. 방학에는 칼슨 부모님 댁에 잠시 놀러 가기도 하고, 식사도 하면서 자연스럽게 가족들과도 알게 되었다. 이번에 친구들은 부모님뿐만이 아니라 강아지들 (한국에서 보기 드문 대형견들)과 형제들도 같이 오는 캠핑에 초대했다.
약혼반지 사이즈를 맞춘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언젠가 곧 약혼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했지만, 이번 캠핑은 서프라이즈 프러포즈 캠핑이었다. 코디의 계획을 미리 알고 있었던 나는 혹여나 캠핑 전에 내가 힌트를 줄까 봐 조심했다. 그랜드 캐니언은 이 둘이 5년여 전에 처음으로 같이 캠핑을 나온 국립공원 (National Park)였다. 둘 다 자연과 환경을 사랑하는 "Outdoorsy" 커플이라 약혼을 하기에 최고의 장소라고 생각했다.
캠핑장에 도착하니 코디 부모님과 여동생이 전날 도착해 있었고, 텐트를 치고 짐을 내린 후 (unloading) 그랜드 캐니언으로 향했다. 코디가 강아지 발리 (Barley)와 파피 (Poppy)를 데리고 자리를 잡았다. 칼슨에게 어서 가보라고 하고 뒤에서 지켜보았다. 발리 백팩에 반지를 넣어두고 칼슨에게 열어보라는 작은 메모를 건네고, 작은 반지 상자가 꺼내지고 그렇게 프러포즈를 하고 약혼을 했다. 기억에 남을 순간이었다.
나이가 들면서 내 짝을 만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도 알게 되고, 그 관계를 유지하는 건 더 어려운 걸 알기 때문인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서 약혼하고 결혼하는 일은 더욱더 감동적으로 다가온다. 둘은 대학교 3-4학년에 버스 정류장에서 만나서 석박사를 같이 하고 코디는 곧 올해 7월부터 몬테나 주립대에 역사학 교수로 간다. 학생 시절부터 연애해서 사회에 나가기까지 긴 시간을 함께한 이 커플이 참 예쁘다. 그랜드캐니언을 배경으로 클래식한 '무릎 꿇고 청혼하기 사진'등 많은 사진을 남겼다. 인생에서 기억에 남을 순간에 초대되었다는 사실도 고마운 일이었다.
다시 캠핑장에 가서 가족들과 함께 축하했다. 콜로라도에서 온 코디 가족과 유타에서 온 칼슨 가족 중에도 그랜드캐니언을 처음 보는 가족들이 있었기 때문에 함께 South rim을 걸었다. 10명의 사람과 9마리 강아지가 함께 한 캠핑이었는데, 그랜드캐니언 South rim을 걸을 때마다 사람들이 Dog club에서 나왔냐고 물어보기도 한다. 많은 사람들이 개들이 예쁘다고 사진을 많이 찍기도 한다. 미국 국립공원은 개들이 입장할 수 없는 곳이 의외로 많은데 그랜드캐니언이 몇 안 되는 Dog friendly national park 개들이 같이 산책할 수 있는 공원이다.
같이 걸으면서 사진도 많이 찍고 얘기도 많이 했다. 끝없이 펼쳐지는 그랜드 캐니언 장관이 거대하면서 아름답다. 올해는 비가 많이 와서 그런지 그랜드 캐니언 아래 강도 보이고, 예전에 지어진 그랜드 캐니언 아래쪽의 다리도 발견하곤 했다. 엘크 (Elk)도 두 마리 보고, 그랜드 캐니언에서 날아다니는 Raven (큰 까마귀), hawk (매), 주차장에서 본 coyote (코요테), 그랜드 캐니언에서 사람과 물건을 나르던 Mule 등을 봤다.
주차장에 출몰하는 코요테는 곧 안락사를 당해야 한다 (put it down)고 했다. 사람들이 야생동물한테 먹이를 너무 많이 주다 보니 주차장에 자주 출몰하고 사람들이 위험해질 수 있어서 어쩔 수 없는 결정이라고 한다. 앞으로 사람들이 야생동물에게는 먹이를 주면 안 된다는 걸 알고 자연과 야생동물을 지키고 자연에서 함께 살아갈 수 있길 바란다. 모르고 주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이러한 정보가 많이 전달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캠핑에서는 캠핑 음식인데 우리나라에서 컵라면이 빠질 수 없지만 미국은 칠리와 콘브레드, 허니버터로 점심을 했다. 첫날 저녁은 내가 알려준 잡채 레시피로 코디가 미리 준비를 해와서 그릴에 데워 가족이 함께 했다. 저녁을 먹고 함께 디저트를 하는데, 첫날 저녁은 샴페인과 칼슨 엄마가 직접 구운 당근케이크머핀으로 축하했다. 캠프파이어 앞에 앉아서 불을 지피고 같이 얘기하는 게 캠핑에서의 저녁이다. 너무 추워서 9시 정도 일찍 들어가 잔다. 다행히 이번에는 코디 부모님 트레일러에서 히터를 틀어놓고 따뜻하게 잘 수 있었다.
둘째 날 아침은 코디네 부모님이 준비했다. 팬케익, 계란, 베이컨, 커피, 과일로 아침을 함께 했다. 점심은 하이킹 후 스파이스 핫초콜릿과 간단히 하고, 저녁은 칼슨네 부모님이 준비한 타코를 먹었다.
둘째 날 저녁은 캠핑에서 빠질 수 없는 S'more 디저트다. 마시멜로를 구워서 허쉬 초콜릿과 허니비스킷 사이에 끼어서 먹는 캠핑 디저트이다. 그리고 미국 디저트인 피치 코블러 (peach cobbler)를 만들었다. 생각보다 오래 걸렸지만 맛있는 미국식 캠핑 디저트였다.
캠핑장에서 보는 자연과 밤하늘은 너무 멋지다. 사진에 모두 담지 못했지만 그래도 아름다운 순간을 기억하기에 충분한 사진들이다.
2박 3일 캠핑은 처음 해보았고 프러포즈가 있는 서프라이즈 캠핑은 앞으로 더 있을지도 모르겠다. 미국에 와서 처음으로 해본 것 중에 하나가 캠핑이다.
그랜드 캐니언 내셔널 파크를 만든 존 무이어(John Muir, John of the Mountains and the Father of America's national park)는 유럽의 예술은 사람이 만들지만 미국의 아트는 자연이 빚는다고 말했다. 이곳에 살면서 경이로운 자연을 접하고 자연을 벗 삼아 살고 자연 속에서 추억을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