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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멍든새 Oct 04. 2022

내향인에게 약속이란?

다시 백일글쓰기 037

나는 친구가 많지 않다. 누군가와 연락하며 지속적으로 만나는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남편과 결혼생활을 이어가는  신기할 정도로, 사람과 함께일 때엔 기가 빨린다. 혼자인 시간이 많이 필요한 사람이다.   

그런 나에게도 친구가 있다. 세 명의 고등학교 동창들인데 수원으로 이사 오면서 연락이 되어 종종 만남을 이어오는 중이다. 이번 일요일에는 그 친구들과 약속이 있었다. 한 번 미뤄진 약속이라 다시 미뤄지지 않을 것 같았다. 그날은 새벽 5시에 일어나 컨디션이 좋지 않았지만 “이번에 안 만나면 다시 약속 잡아야 해.”라며 결연한 마음으로 약속 장소에 나갔다.

막상 친구들을 만나면 너무 즐겁다. 미혼인 친구와 신혼인 친구, 애가 둘인 워킹맘과 전업주부인 나까지 네 사람이 6시간 동안 먹고 마시며 떠들었다. 만나기 싫었다는 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재밌게 놀았고 다음을 기약하며 아쉽게 헤어졌다. 그리곤 집에 돌아와서는 ‘아, 지친다’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나도 나를 잘 모르겠다. 아마도 우리는 또 만날 것이다. 이렇게 즐거웠으면서도 나는 또 만남을 고민하고 취소되길 기대하며 또 잘 놀고 올 것이다. 나는 그런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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