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백일글쓰기 037
나는 친구가 많지 않다. 누군가와 연락하며 지속적으로 만나는 게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남편과 결혼생활을 이어가는 게 신기할 정도로, 사람과 함께일 때엔 기가 빨린다. 혼자인 시간이 많이 필요한 사람이다.
그런 나에게도 친구가 있다. 세 명의 고등학교 동창들인데 수원으로 이사 오면서 연락이 되어 종종 만남을 이어오는 중이다. 이번 일요일에는 그 친구들과 약속이 있었다. 한 번 미뤄진 약속이라 다시 미뤄지지 않을 것 같았다. 그날은 새벽 5시에 일어나 컨디션이 좋지 않았지만 “이번에 안 만나면 다시 약속 잡아야 해.”라며 결연한 마음으로 약속 장소에 나갔다.
막상 친구들을 만나면 너무 즐겁다. 미혼인 친구와 신혼인 친구, 애가 둘인 워킹맘과 전업주부인 나까지 네 사람이 6시간 동안 먹고 마시며 떠들었다. 만나기 싫었다는 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재밌게 놀았고 다음을 기약하며 아쉽게 헤어졌다. 그리곤 집에 돌아와서는 ‘아, 지친다’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나도 나를 잘 모르겠다. 아마도 우리는 또 만날 것이다. 이렇게 즐거웠으면서도 나는 또 만남을 고민하고 취소되길 기대하며 또 잘 놀고 올 것이다. 나는 그런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