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백일글쓰기 039
노래 <캔디>에서 “사실 오늘 아침에 그냥 나 생각한 거야.”라는 가사처럼, 갑자기 둘째에 대한 생각이 들었다. 둘째를 가질 거라면 한 살이라도 젊을(?) 때에, 마흔이 되기 전에 낳는 게 낫지 않을까? 30대 초반에 아이를 낳고도 체력적으로 어려움을 많이 느꼈기 때문이다.
어제의 나는 새로운 생명을 책임지는 일을 마치 먹던 밥상에 숟가락 하나 올리는 것처럼 쉽게 생각했고 태어날 때 자기 밥그릇은 챙기고 나온다는 어른들의 말처럼 근거 없는 자신감이 들었다. 남편에게 “둘째 가질래?”라고 물었더니 정색하면서 “절대 싫다.”라고 대답했다.
최근 할머니가 돌아가시면서 가족이 얼마나 큰 의지가 되는지 생각할 계기가 되었다. 동시에 시간이 흘러서 언젠가 우리가 없을 때에 세상에 혼자 남겨질 딸이 안타까워 형제를 만들어 줄 생각을 하게 되었다. 사촌이라도 있었다면 이런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됐을 텐데. 양가에서 얘 하나뿐이라 가장 가까운 친척이 육촌쯤 된다.
남편은 나더러 낙관적이면서도 한 편으론 너무 부정적이라고 했다. 자신은 지금 당장 먹고사는 문제 때문에 힘들어 죽을 지경이라며, 나중에 돈이 없어서 용돈도 못 줄 상황이 되면 어쩔 거냐고 했다. 또 나중에 우리가 세상을 떠났을 때엔 친구든, 연인이든 누군가 곁에서 위로가 되어줄 거라고 말했다. 남편이 칼로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오지 않을 정도로 냉정하고 단호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에 우리 대화는 그쯤 마무리되었다.
문득, 아이의 하원 가방을 정리하면서 흔들리지 않고 중심을 잡아준 남편에게 감사했다. 지금도 아침에 눈 뜨자마자 밤에 잠들 때까지 육아는 120% 내 역할인데 여기에 하나 더 보태면 나뿐만 아니라 아이들도 같이 힘들어질 게 분명했다. 그나마 5살이 되고 육아가 ‘할 만하다’고 느낄 수 있게 되었지만 앞으로 6살 되고 7살이 되면 또 어떤 새로운 문제가 생길지 모르는 일이다. 둘째를 낳으면 불면의 밤은 다시 시작될 것이고 아이가 울면 깨서 달래는 사람은 나밖에 없을 것이다. 코를 골며 깨지 않는 남편을 보면서 화를 참지 못할 게 분명하다. 만약 남편이 가정적인 사람이었다면, 타협의 가능성이 보였다면 고민되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런 사람이 아닌 게 다행이라고 해야 될지.
어쨌거나 다시 한번 내가 흔들릴 때엔, 뺨을 때려서라도 정신 차리게 해 주었으면 좋겠다. 긴 말 필요 없이 “난 안 바뀔 거야.”라는 한마디면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