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백일글쓰기 040
내향인인 나도 사람 관계가 어려운데 더 힘든 건 5살인 딸의 사회생활이다. 또래에 비해 욕심(고집)도 없는 편이고 성격도 유순해서 육아가 어렵지 않았는데 기관에 보내면서 그런 성격 때문에 고민이 생겼다. 학기 초에는 등원 거부를 하던 시기도 있었고, 2학기인 지금까지도 놀이터에서 혼자 노는 모습이 종종 눈에 띈다. 오랜만에 등원할 때엔 스트레스를 받는지 집에서 짜증 내거나 눈물 흘리는 일이 늘었다. 전보다 더 엄마와 떨어지기 싫어하는 모습이다.
아이는 친구에게 먼저 손을 내밀 용기도 없지만 사람과 함께 노는 방법을 모르는 것 같다. 예를 들어 술래잡기를 할 때엔 암묵적으로 번갈아가며 술래를 해야 된다는 것, 공 빼앗는 놀이를 할 때엔 무조건 양보하면 상대방도 재미없다는 것 등. 이런 고민에 대해 얘기하면 주변에서는 “알려주면 된다”라고 쉽게 얘기하는데 막상 당사자가 되면 너무 어려운 문제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알려줘야 되는지, 어떤 것들을 자연스럽게 배우도록 해야 되는지, 기질에 따른 것도 있기 때문에 강요할 수 없는 부분도 있다.
그나마 지금은 전보다 낫지만 학기 초에는 놀이터에서 친구에게 함께 놀자고 말하질 못 해서 내가 대신 말해줘야 했다. 지금도 여전히 같이 놀자는 말은 못 하지만 내 도움을 필요로 하진 않는다. 매일 젤리며 과자를 가져가 나누어주는 연습을 한 덕분인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여전히 혼자 놀이터를 배회하며 친구들의 눈치를 보고 간택당하길 기다리는 모습에 마음이 찢어진다. 나도, 남편도 5살 때엔 저랬을 거라며 그냥 지켜보는 수밖에 방법이 없다.
최근엔 아이템빨(?)을 세우는 중이다. 풍선을 20개씩 가져가서 나눠주며 함께 놀거나 고무공을 가져가서 놀아주다 보면 자연스럽게 다른 아이들도 함께 놀자고 한다. 학기 초에는 비눗방울을 들고 뛰어다녔는데 그것도 얼마 가지 않아 반응이 시들시들해졌다. 심지어 다른 친구들이 달라면 주고 (나이도 다르고 얼굴도 잘 모르는 애였는데) 본인은 개미를 찾는 모습을 보면서 속상했지만 내색할 수도 없었다. 어제는 뇌물(?)로 친구에게 티니핑 카드를 주겠다며 가져갔는데 “선물로 주고 싶다.”라는 말을 하지 못 해서 자랑만 한 꼴이 되었다.
내가 나서서 대신해주면 모두가 편하다. 하지만 그것도 버릇이 되면 결국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자신의 의견을 말하지 못하는 어른이 될까 봐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다. 결국 오은영 박사님의 말대로 육아의 최종 목적은 자립이므로, 엄마의 역할을 잘 해내기 위해서 오늘도 노력한다.